[베테랑]"월세 안 냈다고요?" 그 부동산 다 가짜였다…잠복 경찰에 고개 푹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1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계약한 다음에 월세가 한 번도 안 들어와서 찾아왔어요."
지난달 수도권 지하철 1호선 의정부역 앞 '역세권'에 위치한 450세대 규모의 한 오피스텔. 이곳에 살고 있던 20대 회사원 김모씨 집으로 '자신이 집주인'이라고 소개한 박모씨가 찾아왔다. 김씨는 4달 전 해당 오피스텔 1층의 부동산 중개 사무소에서 중개인을 통해 임대인과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30만원'을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맺고 부동산 공인중개인이 안내한 대로 매월 정확히 월세를 내고 있었다.
당황한 김씨가 자초지종을 설명했지만 오해는 풀리지 않았다. 집주인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조건으로 세를 준 것으로 알고 있었다. 김씨가 해당 오피스텔 1층에 위치한 부동산에 찾아가 항의하자 부동산을 운영하던 A씨는 '돈을 돌려주겠다'고 말한 뒤 잠적했다.
의정부서 수사과 수사2팀 김세한 경위(37)는 사건 해결을 위해 신속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수사 2팀 소속 수사관 8명을 동원해 남편을 추적하는 한편 혐의 입증을 위해 임차인과 임대인을 상대로 피해 규모를 정확히 파악했다. 임차, 해외와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사는 임대인을 전화 통화로 조사했다. 하지만 B씨의 행적은 파악할 수 없었다. 김 경위의 간절한 설득 끝에 B씨 유가족이 사망한 A씨 휴대전화를 경찰에 제출했다.
통상 한 달 이상 소요되는 포렌식 작업을 4일 만에 끝낸 경찰은 남편 B씨가 지난 4~5년 전부터 부인과 함께 사기행각을 벌여온 사실을 파악했다. B씨는 지인과 가족 명의로 휴대전화 5대를 개통했다. B씨는 자기 번호를 임대차계약서에 적어놓고는 임대인에겐 임차인 행세를, 임차인에겐 임대인 행세를 했다. 경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B씨는 자신이 사기에 사용한 휴대전화 5대를 경기 양평의 한 저수지에 버리고 달아났다. 김 경위는 B씨를 상대로 체포영장과 금융거래와 휴대폰 실시간 위치추적 등을 위해 필요한 영장을 발부받았다.
수사팀은 B씨를 상대로 ATM(현금입출금기) 이용기록, 체크·신용카드 기록, 통장 거래내역 등 살아있는 사람이라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생활반응'을 활용한 수사기법을 모두 활용했지만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수사팀은 B씨 통화 내역을 확보해 연락이 잦았던 친구 ㄱ씨 집 앞에 잠복을 시작했다.
며칠간 잠복 끝에 야간에 집을 나선 ㄱ씨가 집근처 호프집에서 B씨를 만나 호프집으로 들어가는 장면을 포착했다. 김 경위는 "의정부경찰서 수사과 소속 경찰관임을 밝히자 B씨는 고개를 떨어뜨리며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건이 하나 들어올 때마다 진심으로 대하는 경향이 있다 보니 상세하게 찾아보게 된다"며 "집에 가서도 판례를 공부하면서 어떻게 결론을 냈을 때 피해자와 피의자 모두 이의가 없을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고 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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