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X성시경 '성+인물'? 차라리 '마녀사냥'을 해라 [안윤지의 돋보기]
지난 25일 공개된 넷플릭스 '성+인물'(연출 정효민·김인식)은 신동엽, 성시경이 미지의 세계였던 성(性)과 성인문화 산업 속 인물을 탐구하는 신개념 토크 버라이어티쇼다. 총 6부작으로 구성된 예능은 일본의 성인 산업과 관련해 다양한 에피소드를 다룬다. 직접 일본에 간 신동엽과 성시경은 성인용품점, 성인 VR방을 비롯해 AV 여배우 3인과 남배우 시미켄을 섭외해 얘기를 나눈다. 또한 호스트 클럽을 방문해 전설의 호스트를 만나기도 하고 일본의 20·30세대와 인터뷰를 진행한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국내에서 성 관련 이야기는 금기시됐다. 이런 터부를 깨려는 움직임은 매번 존재했으나 그 벽은 견고했다. 이 가운데 불편하지 않고 유쾌하게 19금 이야기를 털어놓은 연예인이 바로 신동엽이다. 신동엽은 아슬아슬하게 선을 넘을 듯, 넘지 않으며 성 관련 얘기를 해왔고, 그의 장점이 됐다. 최근 신동엽은 웹 예능 '슈취타'에 출연해 "선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자신의 철학을 털어놓기도 했다. 신동엽의 행보는 tvN, 티빙 예능프로그램 '마녀사냥' 시리즈 MC를 맡으며 더욱 본격화됐다.
이런 그와 넷플릭스의 만남은 수위 높은 대화를 기대케 했다. 제작진 역시 시청자의 기대감을 포착한 듯싶다. '성+인물'이 공개되기 전, 넷플릭스는 '예능 마실'이란 타이틀로 기자간담회를 진행했다. 당시 참석한 정효민 PD는 "빠르고 경쾌하게 조금은 과감하면서 발랄한 재미를 드릴 수 있는 새로운 인터뷰 쇼"라며 "한 번도 방송에서 다뤄지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에 취재하고 촬영을 준비하는 동안 느낀 게 우리가 일본이나 중국 등은 우리가 여행을 많이 가도 만날 수 없었고 경험할 수 없었던 세상"이라고 평했다. 또한 "출연자들도 '우리나라와 가까운데 너무 다르다'라고 하더라"고 반응을 덧붙였다.
하지만 연출진의 생각과 시청자들의 온도는 달랐다. '성+인물'은 공개 직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불편한 반응이 오갔다. 특히 가장 저항받은 회차는 AV 배우의 등장이었다. 국내에선 AV 성 산업이 불법이며 성과 관련한 담론조차도 음지화돼 있다. 그러다 보니 시청자들은 이를 불편하게 받아들인 것이다. 또 일본 AV 성 산업이 마냥 긍정적인 걸로만 묘사되는 부분 역시 역효과를 불러왔다. 일본 AV 성 산업엔 불법적 요소와 성 착취 논란이 존재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반면 '성+인물'은 그저 원초적 본능을 얘기한다. AV 영상을 촬영하며 어떤 기이한 얘기가 있는지, AV 촬영이 즐거웠다는 둥 매 순간 자극적인 이야기가 긍정적인 농담으로 다뤄진다. 영상을 보고 있노라면, 시청 후 느껴지는 불쾌감이 '농담을 받아들이지 못한다'란 식으로 보인다. 사실은 그들의 대화가 AV 성 산업 전반을 이해하지 못한 채 진행된 부분인데 말이다. 국내 상황은 일본과 다르기 때문에 아무리 MC들, 연출진이 이해했다고 해서 보는 시청자까지 이해하란 법은 없다.
전문가 역시 이 부분을 지적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제작진 역시 논란이나 이야기가 나올 걸 예상했을 것"이라며 "국내는 성 관련 담론이나 산업이 음지화돼 있지 않나. 이걸 소재로서 끌어내겠다는 의도로 일본에서 촬영한 것 같다. (일본 촬영 자체로) 가진 파격이나 보기 불편한 부분이 있다. 실제로 나도 좀 불편하더라"고 말문을 열었다.
정 평론가는 "우리의 성 문화를 다루는 게 아니라 외국의 사례를 다루고 있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건 문제 없다. 얼마큼 풍속이 다른지, 뭘 하는지를 알려주는 건 좋다. 근데 연출 방식의 문제가 있다"라며 "'마녀사냥'처럼 앉아서 토크 방식으로 풀어줬다면 이런 식의 논란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근데 AV 배우들이 나와 적나라한 얘기를 농담처럼 풀어낸다. 예능으로 접근한 방식이 주는 불편함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출진은 해외 플랫폼인 넷플릭스의 수위에 따라 진행했겠지만, 이는 국내 정서와 다르다. 정 평론가는 "'넷플릭스에서 사람들이 선택해서 보는 거니 상관 없지 않냐'고 하지만 사실 한국은 모든 걸 연관해서 보는 게 많다. 특히 출연자 부분이 그렇다. 지금도 신동엽의 하차 논란이 나오지 않나. 결국은 다루는 방식에 문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또한 "('성+인물'이 가진) 시도나 가진 의미는 있으나 그걸 만들어 낼 때 정서적으로 부딪히는 점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다. 시청자들도 불편함을 느끼는 건 얘기할 수 있다"라면서도 "다만 조금은 더 발전적으로 논의들이 나오길 바란다. 현재는 발전적인 논의보다는 보기 불편해서 다른 프로그램 하차까지 나오는 거 같다"라고 전했다.
'성+인물' 연출진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분명한 건 그들이 시청자의 의견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필요성은 있다.
안윤지 기자 zizirong@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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