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가을의 전설..그보다 부진한 유일한 투수의 운명은?[슬로우볼]
[뉴스엔 안형준 기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 백스는 최근 매디슨 범가너를 방출했다. 애리조나가 2020시즌을 앞두고 5년 8,500만 달러 FA 계약을 맺은 범가너는 팀 에이스로 로테이션을 이끌어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꾸준히 실망스러웠다. 애리조나는 결국 계약기간이 거의 2년 남아있는 범가너를 포기했다. 잔여 연봉을 '매몰비용'으로 감수하더라도 로스터 한 자리를 다른 선수에게 주는 것이 더 이득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범가너가 애리조나에서 기록한 성적은 69경기 363.1이닝, 15승 32패, 평균자책점 5.23. 범가너는 2020년부터 올시즌까지 빅리그에서 350이닝 이상을 투구한 50명의 선발투수들 중 2번째로 평균자책점이 높았다. 구단이 자체적으로 '최악' 평가를 내리고 방출한 범가너보다 더 성적이 좋지 않은 선수가 존재했다. 바로 워싱턴 내셔널스 좌완 패트릭 코빈이다.
코빈은 해당기간 78경기에 선발등판해 416이닝을 투구했고 18승 45패, 평균자책점 5.82를 기록했다. 그야말로 최악의 성적. 코빈은 해당기간 빅리그에서 180이닝 이상을 던진 164명의 투수 중 가장 높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투수였다. 수비무관 평균자책점(FIP) 등 지표는 범가너보다 좋았지만 그게 위안이 될 수는 없는 성적이었다.
코빈은 범가너와 크게 다르지 않은 흐름이다. 코빈 역시 한 팀의 에이스로 활약한 뒤 대형 FA 계약으로 새 팀 유니폼을 입었고 이후 추락했다. 그리고 좀처럼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1989년생 좌완 코빈은 2009년 신인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LA 에인절스에 지명됐고 2010년 댄 해런과 트레이드로 애리조나로 이적했다. 그리고 2012년 빅리그에 데뷔한 코빈은 애리조나에서 6년 동안 172경기 945.2이닝을 소화하며 56승 54패, 평균자책점 3.91을 기록했다. FA를 앞둔 2018년에는 200이닝을 투구하며 11승 7패, 평균자책점 3.15를 기록해 올스타에 선정됐고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투표 5위에도 올랐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꾸준히 위닝시즌을 기록하며 해당기간 포스트시즌 무대를 4번 밟은 워싱턴은 2019시즌을 앞두고 야심차게 코빈을 영입했다. 코빈에게 6년 1억4,000만 달러 계약을 안겼고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맥스 슈어저와 함께 '최강의 1-3선발'을 구축하고자 했다.
그래도 코빈은 범가너와 달랐다. 계약 첫 해부터 부진했던 범가너와는 달리 코빈은 입단 첫 해 성과를 냈다. 첫 해 33경기 202이닝을 소화하며 14승 7패, 평균자책점 3.25를 기록했고 2019년 워싱턴의 창단 첫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코빈은 단축시즌 11경기 2승 7패, 평균자책점 4.66으로 성적이 하락했고 2021시즌에는 31경기 171.1이닝 9승 16패, 평균자책점 5.82, 2022시즌에는 31경기 152.2이닝, 6승 19패, 평균자책점 6.31을 기록했다. 매년 성적이 하락했고 2021-2022시즌 2년 연속 메이저리그 최다패 투수의 불명예를 안았다. 올시즌에도 좋지 않은 흐름은 이어지고 있다. 시즌 첫 5번의 등판에서 26이닝을 투구했고 1승 3패, 평균자책점 5.88을 기록했다.
코빈은 2020년부터 꾸준히 거의 모든 지표가 좋지 못하다.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매년 리그 평균 이상으로 빠른 타구를 허용하고 있고 2020년부터 꾸준히 41% 이상의 강타를 허용하고 있다(ML 평균 35.9%). 기대 피안타율은 꾸준히 0.280 이상을 기록 중이고 2022-2023시즌에는 무려 3할 이상의 기대 피안타율을 기록하고 있다(ML 평균 0.245). 타구 질을 바탕으로 산출하는 피 기대가중출루율(xwOBA)는 지난해 0.381이었고 올해는 무려 0.389다(ML 평균 0.315).
리그 평균보다 더 적은 볼넷을 내주는 투수라는 점을 제외하면 사실상 장점이 거의 없는 모습이다. 탈삼진 능력은 꾸준히 떨어지고 있고 주무기인 싱커는 피안타율이 무려 4할이 넘는다. 헛스윙 유도율은 간신히 20%를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코빈 역시 범가너와 마찬가지로 2024년까지 계약이 이어지는 선수. 다만 올시즌 평균자책점이 무려 10점대였던 범가너와 달리 아직은 그래도 5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하고 있고 초반 의외의 질주를 선보인 애리조나와 달리 워싱턴은 예상대로 지구 최하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트라스버그가 좀처럼 부상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만큼 워싱턴은 그래도 아직 성적에 관계없이 건강히 로테이션을 지켜줄 선수가 필요한 상황이다.
아직은 팀에 자리가 있지만 지금같은 모습이 계속될 경우 무사히 계약 기간을 마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과연 코빈이 범가너와는 다른 결말을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자료사진=패트릭 코빈)
뉴스엔 안형준 markaj@
사진=ⓒ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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