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과 함께 읽는 이번주 국제정세[PADO]
최근 이란-사우디 외교관계 복원을 중재한 중국이 이번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을 위해 중재에 나섰습니다. 한 달 전 푸틴 대통령을 만난 시진핑 국가주석은 이번주 26일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전화회담을 가졌습니다. 젤렌스키는 중국의 러시아 경도를 막고 싶어하고, 시진핑은 자신이 중재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또 하나의 외교적 성과를 올리려 합니다.
전쟁은 시작하는 것은 쉬울지 몰라도 끝내는 것이 무척 어렵습니다. 한국전쟁 역시 거의 3년간 진행되었지만 사실상의 전쟁은 1년 정도면 끝이 났고 나머지 2년은 전쟁을 멈추게 하려는 지리한 외교전 기간이었습니다. 해법을 찾지 못했던 한국전쟁은 김일성을 앞세워 전쟁을 사실상 시작한 소련 서기장 스탈린의 사망으로 겨우 출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비슷한 극적 반전이 없다면 결국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 지도부가 모두 체면을 차리는 방식의 외교적 해법을 찾아내야만 할 것입니다.
예컨대, 우크라이나측이 사실상 러시아 점령이 완성된 크림(크름)반도에 대해 다시 우크라이나령으로 복원시키겠다고 강력히 이슈화하고 약간의 군사적 조치를 취한 후, 협상 테이블에서 "그렇다면 크림반도는 양보하겠다"는 식으로 제스처를 취하고, 푸틴은 "사실상 러시아령이었던 크림반도가 이제 완전히 법적으로도 러시아령이 되었다"는 식으로 러시아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입니다.
푸틴으로서는 나토의 확대를 막았고, 크림반도를 국제법상으로도 러시아 영토로 만들었다는 두 가지 성과를 내세우면서 체면을 지킬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젤렌스키는 이미 러시아로 사실상 넘어간 크림반도는 포기하면서도 우크라이나 영토 전체를 초강대국 러시아의 침공으로부터 지켜냈다는 정치적 성과를 과시할 수 있습니다.
외교나 장사나 같습니다. 500원에 팔고 싶을 때 절대로 500원이라고 솔직히 말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상대방은 300원으로 깎으려 하고 이렇게 팔면 손해가 되기 때문에 결국 합의에 이룰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속이 상하게 됩니다. 500원이 진짜 목표가격이라면 가격을 처음 부를 때 700원이라고 해야 합니다. 그리고는 협상을 통해 조금씩 낮춰주며 500원에 합의해야 합니다. 파는 사람은 목표가격에 팔아서 기쁘고, 사는 사람은 200원이나 가격을 낮춰서 기쁩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매매를 하고 악수를 합니다. 이것이 외교입니다.
무조건 솔직하고 담백하게 나오는 것은 외교의 상대방조차 원하지 않습니다. 과거 포클랜드전쟁도 영국 정부가 처음부터 500원을 부르는 바람에 외교협상이 헝클어져 전쟁이 발발했다는 학설도 있습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데에는 고도의 외교술이 필요합니다.
미국과 중국의 첩보 및 방첩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는 4월 26일 반스파이법 개정안을 가결했습니다. '스파이 행위'의 개념을 확대하는 내용의 이 개정안으로 중국 당국에 의한 외국인 단속이 강화될 것이 우려됩니다. 중국은 특히 사이버공간을 안보의 최전선으로 강조하고 있어서 이 부분에서 단속을 강화할 것 같습니다. 최근 일본계 기업의 간부가 반스파이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적도 있습니다.
한편,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지난 17일 중국이 뉴욕시 맨해튼 차이나타운 인근에서 불법 '비밀 경찰서'를 운영한 혐의로 두 명의 남성을 체포했습니다. 이들은 미국내 중국인들이 반체제 활동을 못하도록 압박해왔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욕의 사법당국은 SNS를 통해 비슷한 압박 공작을 펼쳐온 중국내 거주하는 중국 공안 관리 34명도 기소했습니다. 중국은 영국, 네덜란드 등 전 세계 53개국에 걸쳐 최소 100여개의 '비밀 경찰서'를 운영하고 있다고 의심받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활동을 펼쳤다는 의혹이 있었죠.
중국 청년들 사이에 쿵이지(孔乙己) 신드롬이 있다고 합니다. 고학력 실업이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학을 졸업해 번듯한 직장을 갖고 싶지만 경제가 하강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그런 일자리를 찾지 못해 놀고 있는 고학력 실업자를 '쿵이지'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쿵이지'는 루쉰이 1918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에 나오는 인물로 걸인이 되었으면서도 학자가 입는 낡은 '장삼'(長衫) 입기를 고집합니다. 극도로 가난한 그는 구걸도 하고 훔치기도 합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를 놀리고 때립니다. 고학력 실업 문제는 언제나 한 사회의 불안 원인이 됩니다.
그래서 중국당국은 고학력자가 팔을 걷고 육체노동 하는 모습을 찬양하는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급료가 작고 육체노동이라도 가리지 말고 해보라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은 미봉책일뿐이고 고학력 실업자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중국 당국은 좀 더 심각하게 연구하게 될 것입니다.
루쉰의 '쿵이지'에 이런 문장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뒤에서 수군대는 말에 의하면, 쿵이지는 원래 글을 읽는 선비였으나 끝내는 공부를 계속하지 못했으며, 게다가 생계를 이어 가는 방법도 몰랐다고 한다. 이렇게 되자 갈수록 더욱 가난하져서 구걸할 지경으로까지 몰락했다고 한다. 다행히 붓글씨를 잘 썼기 때문에 남에게 책을 베껴 주는 것으로 겨우 입에 풀칠이나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는 술 마시기 좋아하고 일하기를 싫어하는 나쁜 버릇이 있었다."(김시준 역 <루신 소설 전집>, 을유문화사, '쿵이지' 중에서) 한국의 '쿵이지'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궁금해집니다.
인구감소가 일찍 시작되어 일손 부족이 심각한 일본은 외국인 노동자에게 영주권 부여를 확대하려 하고 있습니다. 일본정부는 '영주'가 가능하고 가족도 대동할 수 있는 '특정기능 2호' 분야를 2개에서 11개로 확대하는 방침을 정했고, 여당인 자민당의 동의를 받아 6월 내각회의에서 결정하려 하고 있습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민 확대 수용' 문제를 논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 영주해 온 '재일한국인'조차 포용 못하는 일본사회가 새로운 영주권자들을 제대로 포용해낼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물론 이러한 의문은 한국사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재일한국인은 일본에서도 한국에서도 차별 받아왔는데, 이들에 대한 차별 여부가 하나의 시금석이 될 것 같습니다. 한국과 일본 중 어느 쪽이 '재일한국인'에게 더 포용적일지가 어쩌면 양국이 관심을 갖는 '이민 확대' 정책의 성공여부를 미리 보여주게 될 것도 같습니다.
UN이 매년 발행하는 보고서에 따르면 이제 인도가 중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의 인구대국이 되었습니다. 올해 중엽에 인도 인구는 14억 2900만, 중국 인구는 14억 2600만에 이를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인도는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인도태평양 전략을 완성하는 핵심 열쇠이고, 한국이 추진하고 있는 '다변화' 정책인 남방정책에서도 동남아시아와 함께 핵심 구성요소입니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인도인들을 많이 만나게 될 것입니다.
김동규 국제시사문예지 PADO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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