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즈메의 문단속’ 감독 “한일 갈등 뛰어넘은 문화적 교감 감동적”[인터뷰]
“‘부산행’ ‘엑시트’ 등 강력한 각본 많은데...왜 韓 글로벌 애니 탄생 안할까”
“고마운 라이벌 ‘슬램덩크’, 흥행 이겨 기뻐”
‘스즈메의 문단속’의 500만 돌파를 앞두고 내한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이 같이 말하며 두 손을 모아 진심 가득한 인사를 전했다. 꿈 같은 성과, 그보다 더 놀라운 문화적 연대에 연신 감동하며, 한국 관객을 향한 고마움을 표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지난 27일 용산 노보텔 스위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진행된 내한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아픔이 많이 담긴 작품이라 한국 관객분들이 재미있게 봐주실지 솔직히 자신이 없었는데 예상 외 큰 사랑을 주셔서 놀라웠다.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불과 한 달 전, 영화의 300만 돌파를 기념해 내한했던 그는 “(당시)홍보 일정이 너무 빡빡해 관광은 물론 술자리 한 번 마음 편하게 가지질 못했다. 홍보팀에서 다음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좀 더 즐길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다고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정신이 없을 것 같다”는 재치 넘치는 말로 웃음을 안겼다.
그는 “어떻게 한국의 젊은 관객들이 이렇게 우리 영화를 사랑해주신 건지 신기하고, 감사하고, 얼떨떨하다. 기자 분들에게도, 관객들에게도 직접 묻고 싶다. 너무 궁금하다”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 덕분이라는 생각도 든다”며 웃었다.
국내에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던 ‘너의 이름은.’, 영화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날씨의 아이’를 잇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신작으로 ‘재난 3부작’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2002) 이후 21년 만에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 중 지난 2월 열린 제73회 베를린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일본에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작품 중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데 이어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한국에서도 지난 3월 8일 개봉 후 역대급 신드롬을 일으키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신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는 이 같은 성과에 “기뻤다.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을 비롯해 한국, 중국에서도 라이벌”이라며 “중국에서는 ‘스즈메’가 먼저 개봉하고 ‘슬램덩크’가 늦게 개봉해 현재 쫓기고 있다. 한국에서는 반대가 아닌가. 개봉 순서 덕을 많이 봤다”고 말해 또 한 번 폭소를 안겼다.
“정말 고맙죠. 물론 이겨서도 기쁘지만 무엇보다 해외에서 이렇게 일본 애니메이션이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것 자체가 뿌듯해요. 콘텐츠의 힘을, 하나의 장르로서 인정 받고 있는 것 같아 행복하고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그러면서 “지난 20년간 신작을 만들 때마다 한국을 찾았다. 한국과 일본의 사이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었다. 그런 국가 간 정서와 관계없이 한결 같이 한국을 찾았고 그 때마다 문화적 교감의 힘을 실감한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이 각각 서로의 문화를 받아들이는 데 적대감이 사라진 게 아닐까 싶어요. 한국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일본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끌고 있는 한편, 일본에서도 K팝이 굉장히 사랑 받고 있잖아요? 그 자체로 충분히 매력적이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문화의 장벽이 무너진 것의 증명이고요. 감동적이죠.”
동료 중 봉준호 감독과 작업하고 있는 걸 언급하며 부러움을 드러내는 한편, 기회가 된다면 얼마든지 좋은 컬래버를 해보고 싶단 소망도 밝혔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앞으로 또 재난 재해 소재의 작품을 만들지는 잘 모르겠다. ‘너의 이름은.’을 만들 당시 이렇게 3부작까지 나오게 될지는 몰랐다. 무의식 속의 책임감이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이라면서 “다만 적어도 다음 작품을 또 재난을 소재로 하면 관객 분들이 질리실 것 같다. 열심히 다른 장르에 눈을 돌려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뿐만 아니라, 한국·중국까지 아시아의 애니메이션이 더 인정 받고 사랑 받아 그 저력을 글로벌하게 인정 받았으면 좋겠어요. 아시아 전체가 애니메이션 장르에서 강한 입지를 굳혔으면 좋겠어요. 그만큼 강력한 각본의 힘을,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그런 행복한 꿈을 꾸고 있습니다.(웃음)”
어린이 관객 포함, 가족 관객층을 겨냥한 ‘스즈메의 문단속’ 한국어 더빙판은 5월 17일 개봉한다.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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