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만큼 바빴던 김건희 여사’···워싱턴 방문에서 7개 단독일정 소화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는 이번 5박7일 간의 미국 국빈 방문에서 적극적인 퍼스트레이디 외교에 나섰다. 김 여사는 지난 24일(현지시간)부터 27일까지 3박4일 워싱턴에 머무는 동안 윤 대통령과 함께 하는 일정과는 별개로 7개의 단독 일정을 소화했다. 일정 중에는 투자 유치, 북한 인권 등 이번 순방의 핵심 의제와 직접 관련된 것도 있었다.
김 여사는 방미 첫날인 지난 24일 벨라 바자리아 넷플릭스 최고콘텐츠책임자(CCO)를 접견해 한국 콘텐츠 제작 및 한국 문화의 해외 홍보 활성화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 이날은 서랜도스 넷플릭스 대표는 윤 대통령을 만난 뒤 앞으로 4년간 한국 콘텐츠에 25억달러(약 3조3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는 발표했다.
김 여사는 바자리아 CCO에게 넷플릭스의 K-콘텐츠 투자 발표를 환영한다면서 “넷플릭스 투자를 통해 잠재력이 큰 한국의 신인 배우와 신인 감독, 신인 작가가 더욱 많이 발굴될 수 있도록 계속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바자리아 CCO는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 콘텐츠일수록 더욱 큰 사랑을 받는다”면서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전통과 문화, 음식 등이 잘 전달되도록 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날 대통령실 관계자는 현지 브리핑에서 넷플릭스의 한국 투자 계획을 설명하던 중 김 여사에게도 “진행 상황을 보고드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민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대통령 배우자의 적절한 활동이 어느 선인가에 대해 국민 공론에 부쳐 국민적 합의를 만들어가겠다”며 대통령배우자법을 발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여사는 지난 25일에는 보훈요양원을 방문해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만나고, 국립 어린이병원에서 개최된 후원행사에 참석했다. 김 여사는 참전용사 한 명 한 명의 손을 잡고 “오늘날 대한민국이 이룬 눈부신 발전은 여러분들의 고귀한 희생과 헌신 덕분”이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여사는 참전용사들에게 한국 정부가 정전 70주년을 맞아 특별 제작한 제복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어 김 여사는 국립 어린이병원에서 개최된 현대자동차의 ‘호프 온 휠스’ 특별후원 기념행사에 참석했다. 이 행사는 현대차 미국법인 및 딜러사들이 참여하여 미국 전역의 소아암 연구에 매년 기부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여사는 “역경을 이겨내기 위해 싸운 모든 아이들이 용기란 무엇인가를 보여준 진정한 영웅”이라고 말했다. 김 여사는 병원 내 미술치료실 등을 둘러보며 아이들을 위로했다. 아이들은 김 여사에게 직접 그린 태극기 그림을 선물하기도 했다.
김 여사는 방미 사흘째인 지난 26일에는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에서 열린 북한 인권 간담회에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 인권의 실상을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 3월 처음으로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발간했다”며 “국제사회 전체가 연대하여 북한 주민의 열악한 인권 상황을 알리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곳에서 2019년 북한에 17개월 억류 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 어머니도 만났다. 김 여사는 “아드님의 소식은 저 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다며 위로를 전했고, 웜비어 어머니는 “오늘 영부인님 말씀에 진정성이 느껴져 감동했으며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김 여사는 이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배우자 질 바이든 여사와 국립미술관을 방문해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작품을 함께 관람하는 등 친교 시간도 가졌다. 질 바이든 여사는 과거 마크 코스코 전시를 기획했던 김 여사를 배려해 이 같은 자리를 마련했다고 한다. 이날 전시 관람에서는 마크 로스코의 아들 크리스토퍼 로스코도 동행했다.
김 여사는 이날 저녁 바이든 대통령 부부가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해 옆자리에 앉은 할리우드 배우 앤젤리나 졸리와 인권, 아동 입양, 동물권, 환경 보호, 한국과의 인연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김 여사는 동물권 개선과 관련해 “졸리씨가 한국에서의 이런 움직임을 지지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하자 졸리는 “동물도 감정을 느낀다고 한다. 현명하게 대처할 방안을 함께 강구해보자”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미국 국빈 방문 나흘째인 지난 27일 오전에는 카말라 해리스 부통령의 배우자 더글러스 엠호프 부군과 환담을 나눴다. 김 여사는 “해리스 부통령은 모든 여성의 선망의 대상일 정도로 대단하신 분”이라고 말했다. 이에 엠호프 부군은 김 여사에게 “여성으로서 중요한 사회적 직책을 맡고 있는 것 자체가 많은 여성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준다”고 화답했다.
김 여사는 이날 오후 스미스소니언 재단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개최된 문화체육관광부와 스미스소니언 재단 간의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했다. 김 여사는 “한·미 동맹의 핵심은 양국 국민이 나누는 우정과 이해이며, 이를 가장 잘 뒷받침할 수 있는 것이 문화예술 교류”라며 “이번 MOU를 계기로 양국의 우정과 이해가 더욱 깊어지고, 양국 박물관·미술관의 교류 전시와 인적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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