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하다 [우리말 톺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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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말은 사람과 더불어 국경을 넘는다.
오늘날 지구 어느 곳이든 자기 말만 가지고는 살 수 없다.
사람의 말밭이란 마치 여러 토양과 기후에서 맛있게 자란 과일이 섞여 있는 과일가게와 같은데, 비록 수입과일이라 해도 오랫동안 한자리를 차지하다 보면 결국 일상 속 먹거리가 되어 버린다.
다만, 외래어가 필요로 쓸 수밖에 없는 말이라면 어떻게 쓰고, 어떻게 발음하는지 진지하게 논의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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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말은 사람과 더불어 국경을 넘는다. 오늘날 지구 어느 곳이든 자기 말만 가지고는 살 수 없다. 사람의 말밭이란 마치 여러 토양과 기후에서 맛있게 자란 과일이 섞여 있는 과일가게와 같은데, 비록 수입과일이라 해도 오랫동안 한자리를 차지하다 보면 결국 일상 속 먹거리가 되어 버린다. 외래어는 마치 바나나, 오렌지처럼 우리가 자주 먹는 수입과일인 셈이다.
외래어는 고유어에 상대되는 개념이다. 외국에서 들어왔으나 외국어와는 달리, 우리말 속에서 섞여 사용된다. 이미 '담배, 짜장면'처럼 외래어인지 모를 말도 있고, '넥타이, 버스, 커피'처럼 의식되는 말도 있다. 그렇더라도 버스나 커피를 '큰 차, 검은 물'이라며 대체할 수 없고, 영어계 외래어라 하여 '비닐, 껌, 시소, 댐'을 안 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다만, 외래어가 필요로 쓸 수밖에 없는 말이라면 어떻게 쓰고, 어떻게 발음하는지 진지하게 논의하는 수밖에 없다. '주스, 텔레비전'이 사전에 '쥬스, 텔레비젼'이 아닌 것은 한국 사람이 '쥬, 젼'이라고 발음하지 않기 때문이다. 파이팅, 파일, 바이올린, 스릴처럼 우리말에 원래 없는 소리도 바꾸어 반영한다.
서구 중심인 국제 현실에서 외래어로는 영어계가 많으나, 가만히 살펴보면 그 유래가 다양하다. 프랑스어계 외래어는 주로 의류, 화장품, 제과와 제빵, 미술 쪽이다. 망토, 루주, 소스, 샴페인, 뷔페, 크레용, 데뷔 등이 그러하다. 독일어계로는 부탄, 게르마늄, 디젤, 이데올로기, 햄버거, 아르바이트 등 과학, 철학, 경제와 교통 등이 많다. 피자, 카푸치노, 에스프레소, 토르소, 발레리나 등 이탈리아어계는 음식, 음악, 미술과 무용 쪽 말이 많고, 스포이트, 메스, 요트 등 네덜란드어계는 과학과 의학, 예체능 계통이 많다. 덴푸라, 사라다, 소보로 등의 포르투갈어는 일본을 거쳐 변형된 후 한국 사회로 들어왔다.
한국인 남녀노소뿐만 아니라, 한국에 사는 외국인도 다 아는 '알바하다'는 독일어 '아르바이트(Arbeit)'에서 온 말이다. 영어계 표현이 우세한 한국에서 '일'을 굳이 독일어계로 말하는 것은 과거 독일과 교류한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하다'를 붙이고, 말소리의 수도 줄이니 더 그럴듯하다. 그런데 어떤 말로 표현하든, 일을 신성하게 보고 그 공로를 인정하는 마음은 모두 같지 않겠는가? 근로자의 날을 앞둔 어느 날, 한국말로 자리 잡은 '알바하다'를 한 번 더 살펴본다.
이미향 영남대 글로벌교육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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