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도 ‘화이트리스트’ 복원… 文정부 전으로 돌아간 韓日
징용·지소미아·무역 갈등 일단락
일본 정부가 28일 한국을 수출 심사 우대국인 이른바 ‘화이트 리스트(백색 국가)’로 다시 분류한다고 발표했다. 화이트 리스트 지정은 반도체 소재 등 무기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민감한 품목을 수출하는 데 문제가 없는 우방국으로 인정해준다는 뜻이다.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점기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둘러싼 갈등 여파로 4년 가까이 이어진 한일 양국 간의 경제·안보 제재가 이로써 모두 풀렸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이날 한국을 수출 절차 간소화 대상인 ‘그룹A(화이트 리스트)’로 다시 지정키로 하고 관련 정령(한국의 시행령에 해당) 개정에 나선다고 발표했다. 지난 3월 한일 정상회담 이후 양국이 잇달아 경제·안보 제재를 이전으로 되돌림으로써, 문재인 정부와 아베 신조 총리 때 시작된 갈등으로 최악으로 치달았던 한일 관계가 정상화 궤도에 다시 진입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일 관계는 2018년 말 한국 대법원이 미쓰비시중공업 등 일본 기업이 일제강점기 한국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악화했다. 일본은 보복 차원에서 2019년 7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플루오린 폴리이미드·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3개 품목을 수출 간소화 대상에서 제외했고, 다음 달에는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서 뺐다.
한국 정부도 대항 조치에 나섰다. 같은 해 8월 북한 핵·미사일 정보를 비롯한 2급 이하의 군사비밀을 직접 공유한다는 내용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한다고 통보했다. 이어 9월엔 한국 입장의 화이트 리스트인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에서 일본을 뺐고, 수출 규제에 대해 세계무역기구(WHO)에 일본을 제소했다.
파국으로 치닫던 양국 갈등은 지난 3월 한국 정부가 일본 전범 기업 대신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을 통한 ‘제3자 변제’ 해법을 제시하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어 한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은 관계를 2019년 7월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 수출 규제와 관련한 협의를 조속히 진행하기로 합의했다. 지소미아도 완전히 정상화하기로 했다. 이어 산업통상자원부는 WTO 제소를 공식 철회했다. 거의 동시에 일본은 ‘반도체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수출 우대국 제외 조치였는데 28일로 이 또한 모두 전으로 돌아갔다. 지난 24일 한국이 앞서 일본을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으로 재지정한 데 이어, 일본이 나흘 만인 28일 한국을 화이트 리스트에 다시 포함한다고 화답했다. NHK는 이날 “(이로써) 한일 경제 관계 현안은 해결되는 것”이라고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일본의 조치를 환영하며 향후 관련 절차가 조속히 완료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 기업들도 “불확실성을 걷어낸 조치”라며 환영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 이후 최근까지 일본 소재·부품 기업들과 거래할 때마다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었다고 국내 기업 관계자들은 밝혔다. 한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한일 관계가 나빠 하루아침에 갑자기 필요한 부품이나 소재를 일본에서 구할 수 없게 되는 건 아닐지 불확실성이 늘 있었다”면서 “단순히 편하고 불편한 문제가 아니라, 잠재적 불안이 해소된 게 크다”고 했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혁신팀장은 “소재 강국인 일본과의 관계가 개선된 만큼 우리 기업들의 공급망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무역협회는 “이번 조치로 반도체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 상호 투자와 기술 협력이 확대돼 양국 경제는 물론 세계 경제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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