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스포츠 살리려 日 외교관 초청한 용인대
지난 19일 경기 용인시 처인구 용인대 단호홀. 일본대사관 공보문화원 야마모토 쓰요시(42) 일등 서기관이 스포츠레저학과 학생 160명에게 ‘일본의 스포츠 비전: 제3기 스포츠 기본계획’이라는 주제로 특강을 했다. 연단 가운데 대형 화면에 2011년 스포츠기본법을 제정하고, 2015년 스포츠청(廳)을 발족시킨 최근 스포츠 육성책이 소개됐다. 야마모토 서기관은 한국어를 섞어가며 일본이 최근 주요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생활체육도 확산하는 성과를 소개했다. 앞서 그는 작년 8월 서울 송파구 한국체육대 주최 심포지엄에도 초청돼 같은 주제로 강의했다. 당시 대학원생, 교수, 스포츠정책과학원 관계자 등 80여명이 참석했다.
역대 올림픽에서 딴 총 메달(366개) 중 절반 가까이를 합작했을 만큼,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대들보 역할을 해온 두 학교가 종목을 불문하고 필승 라이벌로 여기는 일본의 스포츠 정책을 배우자며 초청 특강을 연 것이다. 야마모토 서기관은 “한국 체육인들 앞에서 특강한 전례가 없었지만, 젊은 세대부터 양국 교류의 폭을 넓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직접 발표했다”며 “스포츠에는 앞으로 두 나라의 관계를 보다 발전시키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강을 주선한 용인대 스포츠레저학과 오태웅(50) 교수와 한국체대 경기지도학과 박재현(50) 교수는 “과거에는 전반적 국력은 일본에 뒤져도 올림픽이나 월드컵에선 한국이 앞선다는 자부심이 있었지만 이제 정반대가 됐다”며 “위기에 빠진 한국 엘리트 스포츠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제는 탁구·배트민턴·핸드볼 등 우리가 일본에 절대 질 수 없을 것 같던 종목들까지 따라잡히거나 역전이 된 상황”이라며 “위기마다 국민들을 단합시켜준 한국 엘리트 스포츠가 살아나기 위한 답을 우리가 숙적으로 여겨온 일본 엘리트 스포츠의 부활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한동안 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성적이 떨어졌던 일본은 스포츠청 창설 등 엘리트 스포츠를 적극 후원에 나섰고 이제 본격적으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제는 일본을 마주할 때 과거처럼 정신력만 강조하는 게 아니라 교류의 폭을 넓히며 좋은 것은 배우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인대 스포츠레저학과 학생회장 임승권(24)씨는 “스포츠 행정가를 꿈꾸는 나에게 있어 한국과 일본의 스포츠 정책이 어떻게 다른지, 한국이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할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다”고 했다.
야마모토 서기관은 “얼마 전 극장에서 한국 관객들 사이에서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봤다”며 “스포츠에는 보편적 가치가 있고 국적과 세대를 넘어 모두 하나가 되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 두 나라 선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치며 함께 발전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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