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타워크레인 일감, 민노총·한노총이 90% 장악

주형식 기자 2023. 4. 29.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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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들 “비노조원이 대형 공사 현장 일하는 건 하늘 별 따기”

타워크레인 기사 김모(64)씨는 민주노총이나 한국노총에 가입돼 있지 않은 비(非)노조원이다. 그는 최근 3년간 대형 공사 현장에 7차례 지원했지만 모두 떨어졌다고 한다. 김씨는 “내가 지원한 아파트, 빌딩 건설 현장에는 10명 중 9명꼴로 민주노총,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타워크레인 조종간을 잡고 있다”면서 “비노조원이 대형 현장에서 일할 기회를 받는 건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라고 말했다.

비노조원 기사들은 대부분 중소형 공사 현장에 취업하는 수밖에 없다고 한다. 김씨도 경기 수원의 작은 빌딩 공사장에서 일자리를 구했고 월급 600만원을 받는다. 반면 노조원인 기사들은 대형 공사 현장에서 월급과 함께 매월 1000만원까지 월례비 명목의 웃돈을 더 받는다고 한다. 조합원들이 집단 태업을 하면 공사가 늦어질까봐 건설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주는 돈이 월례비다. 김씨는 “나는 일한 만큼 노임을 받기를 원할 뿐이고 정치와 이념이 가득한 노조에 가입할 생각은 없다”면서 “노동자 권리를 옹호해야 할 노조가 같은 노동자인 비노조원의 취업 기회를 빼앗고 있다”고 말했다.

◇18% 조합원이 LH 일자리 90% 장악

정부가 건설 현장에서 노조원 취업과 월례비 지급을 강요하는 ‘건폭’에 대한 단속과 수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타워크레인 분야에서는 구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타워크레인 기사 면허 보유 인원은 2만2931명이며 이 가운데 노조원은 4000여 명(18% 안팎)으로 추산된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크게 3곳이 활동 중이다. 민주노총 소속 건설노조 산하에 1곳이 있고, 한국노총 소속으로 건설산업노조 산하에 1곳과 연합노련 산하에 1곳이 있다. 전국 건설 현장에 타워크레인 4600대가 운영되고 있는데 여기에 노조원 기사들이 취업하고 있는 비율은 집계되지 않고 있다.

다만 본지가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실을 통해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아파트 건설 현장 전체에 취업한 타워크레인 기사를 분석한 결과, 전체 259명 가운데 232명(90%)이 민주노총, 한국노총 노조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타 노조로 분류되는 소규모 노조 소속도 6명(2%)이 있었다. 어느 노조에도 속하지 않는 비노조원 기사는 21명으로 8%에 그쳤다. 비노조원인 이모씨는 “노조가 기사 취업에 개입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이런 식으로 채용이 될 수 있겠느냐”고 했다.

특히 20~30대 비노조원들은 무보수 견습생으로 일하며 경험을 쌓아야 하는데, 이런 기회마저 매우 제한적이라고 한다. 전북 익산 아파트 현장에서 타워크레인 기사 견습생으로 일하고 있는 남모(39)씨는 “노조에 들어오겠다고 약속해야 견습생을 시켜줄 수 있다는 조건을 내세워 결국 노조에 가입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비노조원에 임금·휴가 차별

건설업계에서는 “타워크레인 노조의 입김 때문에 건설사들이 비(非)노조원을 기사로 고용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가 노조원 채용을 거부하면 노조가 공사 현장 앞에서 시위를 하며 차량 진입을 막고, 안전모 미착용 등 사소한 위반 사안을 지속적으로 당국에 신고하며 괴롭힌다는 것이다.

타워크레인 노조는 노조원들에게 취업 특혜를 줄 뿐 아니라, 비노조원들보다 더 많은 임금과 휴게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건설사들에게 특약 체결을 요구하고 있다. 민노총 산하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작년 8월 타워크레인 업체 102곳과 맺은 임금 협약서에는 ‘임금, 기타 근로 조건은 조합원에 한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다. ‘상여금은 기본급의 150%를 준다’ ‘하계 휴가는 매년 8월 첫 번째 월요일부터 5일간 실시한다’ 등 기본적인 근로 조건에서부터 비조합원들을 배제하는 것이다.

이는 비노조원들의 노조 가입을 유도해 노조 몸집을 키우는 수단이 되고 있다. 전국건설노동조합 간부 출신 A씨는 “건설 현장에서 노조 간부들이 비노조원들을 상대로 ‘노조 들어오면 공휴일에 유급으로 쉬고 명절, 여름 휴가 혜택 있다’고 집중적으로 홍보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성주 전문건설협회 노동정책팀장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일자리를 받기 위해서는 노조에 가입해야 하고 집행부에 잘 보여야 하는 관행이 있는데, 이를 없애려면 정부가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는 타워크레인 기사가 부당한 태업을 하거나 월례비를 받으면 최장 12개월간 면허를 정지시키기로 했다. 비노조원 기사도 국토교통부가 운영하는 건설안전종합정보망(CSI)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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