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제성장률 기대 밑돌았는데 금리 더 올릴거라고 보는 이유는
미국 1분기(1~3월) 경제성장률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았지만, 연방준비제도가 조만간 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는 관측은 더욱 우세해졌다. 1분기에 투자가 저조해 성장률이 부진했지만,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는 여전히 강하고 고용시장 역시 탄탄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27일(현지 시각)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1분기 성장률 1.1%(전 분기 대비·연율 환산 기준)는 시장 전망치(2.0%)의 절반에 그치는 수준이다. 급격한 금리 인상에 부담을 느낀 기업들이 투자를 10% 넘게 줄인 것이 성장 동력을 약화시켰다. 부동산과 설비투자 등이 특히 타격을 받았다. 새롭게 생산을 늘리기보다는 재고를 소진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러나 소비 대국답게 경제를 떠받친 것은 역시 소비 지출이었다. 가격 변동성이 큰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1분기에 4.9% 높아져 작년 4분기 상승세(4.4%)를 앞섰다. 물가 하락 추세가 도로 반전한 것이다. 게다가 이날 미 노동부가 발표한 지난주(4월 16~22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건으로 직전 주에 비해 1만6000건 줄었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결정할 때 고려하는 중요 항목인 소비와 고용이 여전히 양호하다는 증거가 나오자, 시장 참가자들은 기준금리 추가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28일 미 기준금리 예측 모델인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툴에 따르면, 다음 달 3일 연준이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88.6%에 달했다. 나머지 11.4%만이 동결을 점쳤다.
하지만 1분기 미국 경제가 내용 면에서는 나쁘지 않았다 해도, 성장세가 차차 둔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우려를 낳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많은 경제 전문가는 연준이 물가를 낮추기 위해 금리 인상을 지속함에 따라 올해 하반기로 갈수록 경제가 더욱 둔화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이 경제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분기 성장률은 0.15%로 더 낮아지고 3분기엔 -0.32%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경제 엔진은 서서히 식어가는 반면,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렸던 유럽 경제는 차차 회복되는 엇갈린 모양새다. 28일 유럽연합(EU) 통계 기구인 유로스타트는 올 1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국)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1%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시장 예상치(0.2% 성장)에는 못 미치나 작년 4분기 역성장(-0.1%)에선 탈출했다. 온화한 겨울 날씨 덕분에 에너지 가격이 안정되면서 침체를 벗어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성병묵 한국은행 미국·유럽 경제팀장은 “지난해 전쟁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해 타격이 컸던 유로존 경제는 저점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지만, 지난해 좋았던 미국 경제는 (금리 인상 여파로) 차차 가라앉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에 따른 대출 감소 등도 미국 경제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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