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손들 호실적 내며 ‘반도체 바닥론’ 확산… 삼성 하이닉스도 “재고 감소 중”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올 1분기에 28억달러(약 3조7490억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27일(현지 시각) 밝혔다. 영업손실 역시 2조원에 달한다. 인텔 55년 역사상 분기 기준 최악의 실적으로, 매출(117억달러)도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6% 급락했다. 5개 분기 연속 매출 감소이자 2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이다.
글로벌 반도체 불황의 여파 때문에 큰 적자를 냈지만, 실적 발표 이후 인텔 주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5% 급등했다. 최근 이틀 새 줄줄이 최악의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역시 마찬가지였다. 두 회사는 각각 반도체에서 4조5800억원, 3조4000억원의 손실을 냈지만 당일 주가는 나란히 올랐다. 시장과 투자자들이 최악의 실적에서 ‘바닥의 신호’를 읽은 것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감산(減産)을 지속하며 물량을 조절하기 시작한 데다, 반도체 시장의 ‘큰손’인 빅테크 기업들이 1분기에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호실적을 발표하면 반도체 경기 반등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반도체 업계 ‘바닥론’ 확산
최악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를 5% 끌어올린 인텔은 반도체 산업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예상했던 대로 재고 조정이 크게 진행되면서 PC 시장이 안정을 찾고 있다”며 “PC 시장이 1분기에 상당한 양의 재고를 소진했고, 2분기 말이면 정상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PC 수요가 살아나면 인텔이 공급하는 중앙처리장치(CPU)는 물론, 메모리 반도체 수요도 늘어난다.
26일 실적을 발표한 SK하이닉스도 “여전히 메모리 시장 환경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이제 바닥을 지나는 것으로 보인다”며 구체적으로 ‘바닥’을 언급했다. 당일 SK하이닉스 주가는 2.2% 뛰었다.
메모리 1위 삼성전자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이 감산 폭을 더욱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수요 회복과 맞물려 반도체 가격을 끌어올리는 원동력이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27일 실적 발표에서 “감산 규모를 훨씬 더 의미 있게 조정 중”이라며 “2분기부터 재고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고, 하반기 시장 수요를 지켜보면서 탄력적으로 생산을 조정하면 재고 안정화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D램, 낸드플래시 가격은 코로나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9월 정점을 찍은 이후 끝없이 내리고 있는데 이런 흐름이 곧 멈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빅테크 호실적, 투자 여력 커져”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른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올 1분기 잇따라 좋은 실적을 발표한 것도 반도체 업계엔 호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빅테크 업체들이 대규모 감원과 경비 절감을 단행하며 숨고르기를 끝낸 만큼, 다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때가 됐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27일 시장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는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은 1273억달러(약 170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9.4% 늘었고 순이익도 31억7200만달러로 흑자 전환했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깜짝 실적)’에 이어, 최근 저조한 실적에 시달려왔던 메타(구 페이스북)도 1분기에 시장 예상치보다 높은 286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대부분 막대한 메모리 반도체가 필요한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사업을 핵심으로 삼고 있는 곳들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 기업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내면서, 투자 여력이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며 “특히 MS와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AI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만큼, 이들의 투자는 고스란히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수혜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생산을 본격화하기 시작한 최신 D램인 DDR5 교체 수요도 메모리 반도체 시장 회복세에 불을 지필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이날 뉴욕증시는 나스닥지수가 2.4% 오르는 등 상승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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