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불법 용인했겠냐”… 유동규 “시장님이 시켰잖아요”

방극렬 기자 2023. 4. 29. 0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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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선거법 재판서 고성 오가며 충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본부장./뉴스1

“불법행위를 하면 제가 용인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진상과 김용이 하는 걸 몰랐습니까?”(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8일 자신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온 유동규씨와 직접 공방을 벌였다. 이 재판은 지난달 3일 시작해 이날까지 다섯 차례 진행됐는데, 이 대표가 변호인을 통하지 않고 유씨를 상대로 증인 신문에 나선 것은 처음이다.

이날 재판에서 이 대표는 유씨를 바라보며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 웬만하면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고 물었고, 이에 유씨는 “아니요”라고 답했다. 이후 두 사람은 여덟 차례 공방을 주고받았다.

재판 중반쯤 이 대표는 유씨에게 “김만배(화천대유 대주주)씨가 이 사업(대장동 개발)에 들어온다는 얘기를 2015년 1월 호주 출장 때 저한테 말씀하셨다는 얘기죠?”라고 묻자, 유씨는 “시장님도 잘 아시지 않느냐. 정진상은 다 알고 있었다. 같이 술도 먹고 성매매도 하고 그런 거 다 알고 있지 않았나”라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제가) 이권 관계 사업은 반드시 수사받게 된다고 했다”면서 “숨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어항 속 금붕어’라고 여러 차례 말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에 유씨는 “시장님은 형님을 정신병원에 왜 강제로 집어넣었느냐”면서 “그런 범죄라든지 그런 걸 밑의 사람들 안 시켰나. 다 시키지 않았느냐”고 했다. 유씨는 이어 “용인되는 부분들은 암암리에 다 하지 않았느냐. 시청에 시장님 공신들 불법 취업을 하게 시키는 건 중범죄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때 재판장이 “논점에 벗어나는 질문들이 나왔다”며 두 사람을 진정시키려 했다.

이날 재판은 이 대표가 지난 대선 때 과거 대장동 사업 실무자였던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개공 처장에 대해 “성남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며 허위 사실을 공표했다는 혐의(공직선거법 위반)에 대한 것이다. 이와 관련, 유씨가 “김문기씨와 함께 시장님에게 수차례 보고하러 갔다”고 증언하자, 이 대표는 유씨를 직접 신문하며 그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대표가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해서 김문기씨와 함께 여러 차례 제게 대면으로 직보했다고 말하지 않았느냐”라고 묻자, 유씨는 “위례신도시 사업인지 어떤 사업인지 명확하지는 않지만 김문기씨와 함께 둘이서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님한테 보고한 건 맞는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아까 증인(유동규)이 위례신도시 사업과 관련해 김문기씨와 같이 보고했다고 말했다”고 하자, 유씨는 “김문기씨랑 같이 (보고하러) 간 것이 위례신도시 사업 관련인지는 명확하지 않다”며 “시장님 재임 기간에 김문기씨랑 여러 차례 (보고하러) 갔다”고 했다.

또 이 대표는 유씨에게 “제가 김문기씨를 부른 호칭이 ‘처장’과 ‘팀장’ 둘 중에 어떤 것이었나”라고 물었다. 유씨는 “팀장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아까는 처장이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했고, 유씨는 “제가 김문기씨에게 ‘김 처장, 김 처장’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도) 처장이라고 불렀지 않았을까 하는 기억도 있다. (10여 년 전 일인데) 사진 찍듯이 기억할 수 없지 않겠느냐”며 “어쨌든 (팀장이나 처장) 둘 중 하나”라고 했다. 다만, “위례신도시 사업 때문에 (보고를) 갔는지가 명확하지 않다”고 했다.

이날 두 사람의 공방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재명 대표가 특히 김문기씨와 관련된 유동규씨의 진술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면서 “이 대표가 ‘성남시장 재직 때는 김문기씨를 몰랐다’는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으니, 김문기씨 관련 사실을 부인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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