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는 어떤 나라와도 ‘실질적 核공유’ 하지 않는다

노석조 기자 2023. 4. 29.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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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 체크] 대통령실 “사실상 핵공유로 느낄 것”… 백악관 “아니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부 장관이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방부(펜타곤)에서 의장대의 양국 국가 연주에 맞춰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 한반도 핵우산(확장억제)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을 채택한 데 대해 백악관 고위 당국자가 27일(현지 시각) “그것이 ‘사실상의 핵 공유(de facto nuclear sharing)’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에드가드 케이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오세아니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 정부에선 ‘사실상의 핵 공유’라고 하는데 미국 입장은 무엇이냐”는 물음에 “매우 직설적으로 말하겠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핵 공유의 정의는 무기 통제와 관련된 것”이라면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이 전날 “워싱턴 선언으로 국민께서 사실상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처럼 미국과 핵을 공유하는 것처럼 느끼시게 될 것”이라고 했는데, 미측이 하루 만에 엇갈리는 듯한 설명을 한 것이다.

백악관 설명대로 미국은 핵무기 사용에 대해 독점적이고 배타적이며 최종적 권한을 미 대통령만이 보유한다는 ‘단일 권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나라와 이 권한을 나눠 갖지 않으며, 여기에 예외는 없다. 미국과 나토 사이에서 ‘핵 공유’라는 표현이 쓰이긴 하지만 이는 의미가 다소 다르다.

미국은 1945년 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 자유민주주의 진영을 중심으로 구소련 등 공산권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자 1954년 나토 회원국에 핵무기를 배치하기 시작했다. ‘핵 확산’을 차단하는 동시에 자유 진영과 공산권 사이 ‘힘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전략이었다. 현재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에 항공폭탄인 B61 전술핵폭탄 등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돼 있다. 미국과 나토는 이 같은 핵 자산을 공동으로 관리·운용하기 위해 1966년 핵 공유 협의 기구인 ‘핵기획그룹(NPG)’을 창설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핵 공유’ 표현이 쓰인다고 해서 나토에 미국의 핵 사용을 결정할 권한이 있는 것은 아니다. 나토는 미국과 핵무기를 공동 관리하고, 운용 계획을 같이 논의하며, 실제 사용 시 나토의 핵 투발 수단 등을 이용해 작전을 함께 실시하게 된다. 다만 핵무기 통제는 철저하게 미국의 권한이다. 전직 주미 대사는 본지 통화에서 “미 핵무기 버튼은 나토 사무총장 책상은 물론 그 어디에도 없고 오직 미 대통령 책상과 그의 핵가방에만 있다”며 “백악관 관계자가 ‘핵 공유 하는 일은 앞으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말한 것도 핵 사용 최종 권한은 미 대통령에게만 있다는 걸 강조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토식 핵 공유’라는 표현은 냉전 시기 나토 회원국의 핵 비보유에 대한 불안감을 달래기 위해 만들어낸 ‘레토릭(rhetoric·외교적 수사)’이지, 군사적으로 엄밀하게는 ‘핵 공유’가 아니라는 얘기다.

한미가 한미 동맹 70주년을 맞아 체결한 ‘워싱턴 선언’은 미 핵무기 관련 정보 공유·협의, 공동 기획·실행을 제도화해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이번에 신설하기로 합의한 한미 핵협의그룹은 양자 협의체로 다자인 나토 핵기획그룹(NPG)보다 심도 있게 미측과 핵 협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나토와 달리 미국의 핵이 한반도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8일 본지 통화에서 김태효 차장의 ‘사실상의 핵 공유’라는 표현과 관련, “실제 핵 공유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이전보다 획기적으로 강화한 핵우산 정책이 한미 정상 간 선언으로 도출됐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략 핵잠수함(SSBN) 등 미 전략자산을 상시 수준, 그리고 적시에 한반도에 전개한다는 한미 간 약속으로 한국 내에 존재하는 핵우산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시킬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다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태효 차장이 정교하지 못한 표현으로 ‘워싱턴 선언’과 관련해 불필요한 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백악관 고위 당국자까지 그런 뜻은 아니라고 진화에 나섰다는 것은 표현이 과했다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국가 안보와 관련해선 신중하게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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