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당신의 아픔 오래 바라보다 이 세상의 아픔을 보았다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2023. 4.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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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낯설어졌다.
아내의 알코올 의존증이 깊어지자 저자는 토사물을 치우고 몸을 씻겨주고 아내가 할 일을 대신했다.
퇴원한 아내가 새해 첫날 떡국을 끓이자 저자는 동글동글한 떡을 먹으며 '이걸로 일주일은 버티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삶을 포기하는 듯했던 아내의 행동들이 오히려 삶을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저자는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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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정신질환 20년간 돌본 기자
“이상 행동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 햇살 빛나는 순간 기억하며 견뎌”
아내 지키며 사회 어두운 면 취재… 빈곤저널리즘 전문가 인정받기도
◇아내는 서바이버/나가타 도요타카 지음·서라미 옮김/180쪽·1만5000원·다다서재
“이상 행동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 햇살 빛나는 순간 기억하며 견뎌”
아내 지키며 사회 어두운 면 취재… 빈곤저널리즘 전문가 인정받기도
◇아내는 서바이버/나가타 도요타카 지음·서라미 옮김/180쪽·1만5000원·다다서재
아내가 낯설어졌다.
신문기자인 저자가 밤늦게 퇴근할 때마다 웃는 얼굴로 맞아주던 아내였다. 그러던 아내가 폭식하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수면제를 다량으로 삼켜 실려 가는가 하면 알코올 의존증으로 간염이 왔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일도 거듭됐다.
이 책은 정신질환에 걸린 아내를 20년 동안 돌봐온 남편의 기록이다. 그 기록은 때로 대면하기 힘들 만큼 처참하다. 그러나 그 마음의 폐허에서 저자는 희망을 길어 올린다.
아내의 병을 마주하면서 저자는 그 배경에 유년기의 트라우마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아내의 아버지는 폭력 가장이었고 어머니는 “너만 없으면 이혼할 텐데”라며 딸을 장애물 취급했다. 폭식은 마음의 상처로부터 도망치는 행동이었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아내는 다른 남자에게서 성적 희롱을 당했고, 그에게 습격당하는 환각에 시달렸다.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도 달라졌다. “빚이나 실업으로 갈 곳 잃은 이들의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았다.”
그 변화는 결실도 안겨주었다. 진료비 체납 급증 실태를 심층 취재해 인정받은 것이다. 저자가 처한 상황을 회사는 이해했고, 그는 아사히신문 빈곤저널리즘 전문 기자로 자리를 잡았다.
기자답게 의료 현실에 대한 고발도 빼놓지 않는다. 간 기능장애로 인한 발작 같은 심각한 상황이 와도 일반 병원에서는 “정신병원에 가라”며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병원이 정신질환자를 대하는 손쉬운 답은 ‘가둬서 보이지 않게 한다’는 ‘수용(收容)주의’였다. 환자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단지 튀어나오지 않게 억누를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웃 나라의 의료 시스템에서 많은 것이 이식된 한국은 어떨까.
보호자에 대한 조언도 따른다. 아내의 알코올 의존증이 깊어지자 저자는 토사물을 치우고 몸을 씻겨주고 아내가 할 일을 대신했다. 그러나 의료진의 조언을 듣고서 이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술에 취해 바닥에 누워 있어도, 일거리가 밀려도 놔두어 스스로 그 결과를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도 사람이었다. 힘들 때면 “아내가 간경변이 악화돼 죽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늘 사이 햇살이 빛나는 순간들이 없었다면 긴 터널을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퇴원한 아내가 새해 첫날 떡국을 끓이자 저자는 동글동글한 떡을 먹으며 ‘이걸로 일주일은 버티겠구나’라고 생각한다.
부부의 근황은? 아내는 술을 끊었다. 간단한 취미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주변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인지저하증은 진행 중이다. 최근 일을 잘 잊지만 ‘싫은 일도 금방 잊으니까’라며 저자는 밝은 쪽을 본다.
제목의 서바이버(Survivor·생존자)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삶을 포기하는 듯했던 아내의 행동들이 오히려 삶을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저자는 느낀다. “아내는 필사적으로 살려고 한 것이다. 어린 시절의 학대, 어른이 되어 입은 성 피해, 그런 고난을 이겨내려면 과식이나 술 같은 진통제가 필요했다. 잠시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동료 기자가 제안해 신문 디지털판에 연재한 내용이 책으로 결실을 맺은 데는 ‘괜찮아. 전부 써도 돼’라는 아내의 격려가 결정적이었다. 연재물은 100만 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작지 않은 반향을 얻었다. 책을 끝맺는 말이 큰 울림을 남긴다.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같이 살자.”
신문기자인 저자가 밤늦게 퇴근할 때마다 웃는 얼굴로 맞아주던 아내였다. 그러던 아내가 폭식하고 토하기를 반복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수면제를 다량으로 삼켜 실려 가는가 하면 알코올 의존증으로 간염이 왔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리겠다고 소리를 지르는 일도 거듭됐다.
이 책은 정신질환에 걸린 아내를 20년 동안 돌봐온 남편의 기록이다. 그 기록은 때로 대면하기 힘들 만큼 처참하다. 그러나 그 마음의 폐허에서 저자는 희망을 길어 올린다.
아내의 병을 마주하면서 저자는 그 배경에 유년기의 트라우마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아내의 아버지는 폭력 가장이었고 어머니는 “너만 없으면 이혼할 텐데”라며 딸을 장애물 취급했다. 폭식은 마음의 상처로부터 도망치는 행동이었다.
불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아내는 다른 남자에게서 성적 희롱을 당했고, 그에게 습격당하는 환각에 시달렸다.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도 달라졌다. “빚이나 실업으로 갈 곳 잃은 이들의 모습이 남 일 같지 않았다.”
그 변화는 결실도 안겨주었다. 진료비 체납 급증 실태를 심층 취재해 인정받은 것이다. 저자가 처한 상황을 회사는 이해했고, 그는 아사히신문 빈곤저널리즘 전문 기자로 자리를 잡았다.
기자답게 의료 현실에 대한 고발도 빼놓지 않는다. 간 기능장애로 인한 발작 같은 심각한 상황이 와도 일반 병원에서는 “정신병원에 가라”며 돌려보내기 일쑤였다. 병원이 정신질환자를 대하는 손쉬운 답은 ‘가둬서 보이지 않게 한다’는 ‘수용(收容)주의’였다. 환자의 인격을 존중하지 않고 단지 튀어나오지 않게 억누를 대상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이웃 나라의 의료 시스템에서 많은 것이 이식된 한국은 어떨까.
보호자에 대한 조언도 따른다. 아내의 알코올 의존증이 깊어지자 저자는 토사물을 치우고 몸을 씻겨주고 아내가 할 일을 대신했다. 그러나 의료진의 조언을 듣고서 이는 바람직한 일이 아니었음을 깨닫는다. 술에 취해 바닥에 누워 있어도, 일거리가 밀려도 놔두어 스스로 그 결과를 깨닫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도 사람이었다. 힘들 때면 “아내가 간경변이 악화돼 죽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늘 사이 햇살이 빛나는 순간들이 없었다면 긴 터널을 이겨내기 힘들었을 것이다. 퇴원한 아내가 새해 첫날 떡국을 끓이자 저자는 동글동글한 떡을 먹으며 ‘이걸로 일주일은 버티겠구나’라고 생각한다.
부부의 근황은? 아내는 술을 끊었다. 간단한 취미 생활에서 즐거움을 찾았다. 주변 상황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인지저하증은 진행 중이다. 최근 일을 잘 잊지만 ‘싫은 일도 금방 잊으니까’라며 저자는 밝은 쪽을 본다.
제목의 서바이버(Survivor·생존자)가 뜻하는 것은 무엇일까. 삶을 포기하는 듯했던 아내의 행동들이 오히려 삶을 위한 몸부림이었음을 저자는 느낀다. “아내는 필사적으로 살려고 한 것이다. 어린 시절의 학대, 어른이 되어 입은 성 피해, 그런 고난을 이겨내려면 과식이나 술 같은 진통제가 필요했다. 잠시라도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동료 기자가 제안해 신문 디지털판에 연재한 내용이 책으로 결실을 맺은 데는 ‘괜찮아. 전부 써도 돼’라는 아내의 격려가 결정적이었다. 연재물은 100만 회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하며 작지 않은 반향을 얻었다. 책을 끝맺는 말이 큰 울림을 남긴다.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같이 살자.”
유윤종 문화전문기자 gustav@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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