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도서관] 작고 힘 없는 내 모습? 작은 용기만 낸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나와 스크러피, 그리고 바다
앤서니 브라운 지음·그림 | 장미란 옮김 | 웅진주니어 | 32쪽 | 1만4000원
그런 날이 있다. 기분은 가라앉고, 뭘 봐도 흥이 안 나고, 아무 것도 안 하고 싶은 그런 날. 대니는 울적하고 심심했다. 엄마는 바쁘고, 마이크 형은 놀아주지 않고 친구들과 나가 버렸다.
“스크러피 데리고 바닷가 산책이라도 다녀오렴.” 엄마 말에도 심통이 난다. “또요? 재미없어요. 맨날 똑같다고요.” 엄마가 말한다. “눈을 크게 뜨고 잘 살펴보렴. 뭐가 있을지 어떻게 알겠니?”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며 강아지 스크러피가 앞장선다. 왠지 하늘도 우중충하고 사람들 표정도 잔뜩 풀이 죽었다. 바다도 유달리 시커멓다. 신난 건 스크러피뿐. 바다 위로 막대기 하나를 던져주자, 신나게 헤엄쳐서 물고 돌아온다.
그때, 사람들이 먼 바다를 향해 소리치며 손 흔드는 게 보인다. 바다 저 멀리 누군가가 있다. 물에 빠진 것 같다. “스크러피, 데려와 줘!” 멈칫하던 스크러피가 힘을 내 멀리 헤엄쳐 간다. 저 사람은 누굴까. 작은 개 스크러피가 구할 수 있을까.
세상에 약하기만 한 존재는 없다. 대니는 스크러피 산책 시키기를 귀찮아 했고, 바닷가 어른들은 물에 빠진 사람을 외면했다. 용기 있게 먼 바다를 가로질러 사람을 구해온 건 작은 개 스크러피였다. 대니와 스크러피 덕에 살아난 이는 또 전혀 뜻밖의 사람이다.
오랫동안 세계 어린이의 사랑을 받아온 영국 그림책 거장 앤서니 브라운(76)의 신작. 그의 그림은 여전히 섬세하고 아름답다. 어둡고 우울했던 바다와 하늘, 그 위의 구름이 소년의 기분처럼 활짝 개고 밝아지면 읽는 사람 마음도 환해지는 듯하다. 작은 조약돌들에도 표정과 이야기를 담아 놓아, 숨은그림찾기를 하듯 꼼꼼히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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