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난티 前회장도, 가수 박혜경도 “나도 주가조작에 손해”

권순완 기자 2023. 4.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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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증권발 폭락 멈췄지만… 돈 맡겼다가 손해봤다는 유명인 속출

SG증권발(發) 주가 폭락 사태로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하는 사회 각계각층 인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번 주 초부터 사나흘 동안 주가가 연속 폭락했던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의 하락세는 28일 멈췄지만, 이로 인한 피해 사례는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주가 조작 사실에 대해선 알지 못한 채 ‘고수익 투자’라는 권유에 목돈을 넣었다가 손실을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27일 오후 최근 주가 조작 세력이 이용한 것으로 알려진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 서울 강남구 사무실 내부가 텅 비어있다./ 장련성 기자

이만규 아난티 대표는 이날 ‘부친인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이 이번에 주가가 폭락한 종목에 투자했다가 큰 피해를 봤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냈다. 이 대표는 “이 전 회장은 그동안 모았던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있다”며 “주식에 대해서 전혀 지식이 없는 분”이라고 했다.

이 전 회장이 이 사건 피해자 몇몇에게 주가 폭락 전 투자를 권유했다는 의혹이 일자 이에 반박하는 차원에서 나온 입장문이다. 이 대표는 “(이 전 회장은) 친분이 있거나 본인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믿고 의지하는 팔순이 넘은 평범한 사람”이라며 “평범한 노인을 (의혹 증폭 등에) 이용하지 말라고 무릎 꿇는 심정으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회사는 주가 조작 논란과 일절 관련이 없다”고 했다.

가수 박혜경씨도 이날 오전 소셜미디어에 ‘총 1억4000만원을 시세 조종 세력으로 지목된 투자회사에 맡겼다가 큰 손해를 봤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박씨는 “(투자 과정에서) 돈이 불어나 있길래 좋아만 했지, 이런 일이 생길 줄 전혀 몰랐다”며 “저는 주가 조작 사태와 큰 관련이 없다”고 했다. 앞서 방송인 임창정씨도 이 사건 투자로 30억원 정도를 피해봤다고 주장했다.

가수 박혜경./스포츠 조선

이들은 주가 조작 일당의 권유로 잘 알지 못하고 투자했다가 주가 폭락 사태로 평가가치가 급전직하해 피해를 봤다고 말한다. 이들이 주가 조작 세력의 불법적 방식에 대해 알지 못하고, ‘고수익 투자’라는 선전을 그대로 믿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조계와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이들이 결과적으로 시세조종의 ‘전주(錢主)’ 역할을 했으니 순수한 피해자로 보기는 어렵고, 오히려 세력의 일부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예를 들어, 이번 주가 조작의 핵심 인물로 지목되는 H투자자문회사 라모 대표는 지난해 아난티 이 전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해성학원의 이사로 선임됐다.

일반인들의 피해 사례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날 온라인 커뮤니티엔 “A증권사로부터 ‘오늘까지 43억원의 추가 증거금을 입금하지 않으면, 반대매매(융자 상환을 위한 강제 매각)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 문자를 받았다”는 글이 올라왔다. A증권사 측은 “고객에게 보낸 문자가 맞는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태로 주가가 연일 폭락했던 대성홀딩스 등 8개 종목은 이날 일제히 반등했다. 주가 폭락 사태가 시작된 지난 24일부터 전날까지 나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던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선광의 주가는 이날 각각 13.5%, 8.8%, 2.1% 상승했다. 다른 5개 종목도 이날 모두 상승했고, 특히 삼천리는 22.9% 급등했다.

이번 사태로 이들 기업 주가가 나흘간 40~70%대 급락하자, “주가가 바닥을 쳤다”는 판단에 일부 투자자들이 몰려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투업계에선 “주가 조작 의혹으로 해당 종목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큰 타격을 받은 만큼 주가에 장기적으로 안 좋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수사 당국은 금융 범죄 전문가를 총동원해 이번 폭락 사태의 배후를 철저히 수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은 이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과와 금융감독원 수사·조사 인력이 함께 참여하는 합동수사팀을 구성한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엄정 대응하겠다”고 했다.

금융 당국은 이번 주가 조작의 ‘통로’ 역할을 한 것으로 여겨지는 차액결제거래(CFD)에 대해 업계에 자체 개선을 주문했다. CFD 거래는 투자자가 40%가량의 증거금으로 2.5배만큼 주식을 주문한 뒤 나중에 시세 차액만 정산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함용일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증권사 스스로도 리스크 확산 방지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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