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위기의 그녀들 구하는 ‘블랙 쇼맨’ 트릭

이호재 기자 2023. 4.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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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쫓아다니는 남자 말인데, 실은 제 친오빠입니다." 일본 도쿄의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바 '트랩 핸드'.

40대 여성 가즈미는 가게 주인 다케시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전작인 장편소설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알에치코리아·2020년)에서 다케시가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사건을 해결했다면, 신작에 담긴 3편의 단편소설에선 다케시가 자신의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의 고민을 들어주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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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의 대가 히가시노 게이고
‘마술사 다케시’ 두 번째 시리즈 펴내
전작 히트에 日보다 韓서 먼저 출간
◇블랙 쇼맨과 환상의 여자/히가시노 게이고 지음·최고은 옮김/232쪽·1만8000원·알에이치코리아
“저를 쫓아다니는 남자 말인데, 실은 제 친오빠입니다.”

일본 도쿄의 후미진 골목에 위치한 바 ‘트랩 핸드’. 40대 여성 가즈미는 가게 주인 다케시에게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다. 가즈미는 부자와 결혼했지만 남편이 병으로 죽어 막대한 유산을 물려받았다. 그러자 평소 연을 끊고 지내던 오빠가 가즈미를 찾아와 돈을 달라고 협박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숨을 쉬는 가즈미에게 다케시는 ‘마술’ 같은 해결 방법을 슬쩍 알려준다. 단편소설 ‘맨션의 여자’의 내용이다.

추리소설의 대가인 일본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가 추리력이 뛰어난 마술사 다케시를 주인공으로 한 ‘블랙 쇼맨’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을 펴냈다. 전작인 장편소설 ‘블랙 쇼맨과 이름 없는 마을의 살인’(알에치코리아·2020년)에서 다케시가 현장을 직접 돌아다니며 사건을 해결했다면, 신작에 담긴 3편의 단편소설에선 다케시가 자신의 가게에 찾아오는 손님의 고민을 들어주며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준다.

‘환상의 여자’는 결혼해 가정을 이룬 남자와 유부남인 그를 사랑했던 여자의 이야기다. 예기치 못한 사고로 남자가 세상을 떠나자 여자는 정말 연인이 자신에게 진실만을 말했을지 의심하기 시작한다. 여자는 고민을 다케시에게 털어놓고, 다케시는 여자가 진실을 찾도록 돕는다. 남자는 여자에게 진심이었을까.

‘위기의 여자’엔 바에서 첫 데이트를 하는 남녀가 등장한다. 남자는 “하와이에 별장이 있다”며 슬쩍 여자의 술에 수면제를 탄다. 이를 알아챈 다케시는 남자와 여자의 술잔을 바꿔 오히려 남자를 잠에 빠지게 한다. 여자는 거듭 감사를 표하지만 다케시는 “다음에는 멋진 남성과 함께 찾아 달라”고 할 뿐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는다.

신작은 일본보다 한국에 먼저 출간됐다. 전작이 국내에서 10만 부가 팔린 덕에 작가가 국내 출판사의 요청을 받아들였다고 한다. 장편소설 ‘백야행’(재인·2000년), ‘용의자 X의 헌신’(재인·2006년) 등 작가의 대표작처럼 치밀한 속임수는 없지만 주인공이 매력적이고 흡인력이 강해 히가시노 게이고 팬에겐 더없는 선물이 될 것 같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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