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안에서 작업복 입고 굴 까먹기, 어디서 해보겠어요?”

이혜운 기자 2023. 4.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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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굴 양식장 투어 만든 셰리든 보몬트 대표
호주 시드니 외곽의 굴 양식장을 관광 상품으로 만든 양식장 딸 셰리든 보몬트./이혜운 기자

“굴을 수건으로 감싼 다음, 틈새로 칼을 푹 넣어주세요.”

나는 방수 작업복을 입고, 목장갑을 낀 후, 굴 까는 칼을 들고 호주 무니무니 지역 호크스베리강 굴 양식장에 서 있었다. 눈앞에는 강에 떠 있는 6개의 테이블과 까지 않은 굴, 새우가 보였다. 굴을 까는 게 오늘의 과제다.

비 오는 날, 작업복을 입고 배를 타는 우리를 누군가 봤다면 당연히 일꾼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1인당 90~295달러(약 12만~40만원)를 내는 ‘투어 프로그램’. 지금은 많은 굴 양식장이 따라 하는 이 프로그램을 처음 만든 사람은 앞에서 굴 까는 법을 설명하는 양식장 딸 셰리든 보몬트(Sheridan Beaumont)다.

시드니공대에서 생물공학을 전공한 그는 15년 전 가족이 하는 굴 양식업에 합류했다. “할아버지가 굴을 너무 좋아해 매입한 곳이에요. 원래는 가족끼리 먹으려고 샀는데, 사업을 확대하게 됐죠.”

그러나 굴 양식은 쉽지 않았다. QX바이러스와 태평양 굴 폐사 증후군으로 한 해 농사를 망치기 일쑤였다. 보몬트가 안정적인 수입원으로 개발한 것이 ‘굴 양식장 투어’였다.

먼저, 어부가 된 것처럼 작업복을 입고 물속에서 굴을 까 샴페인과 함께 입에 넣는다. 보트를 타고 굴 양식장을 돌아본 후, 모래사장에 앉아 구운 생선과 빵을 먹는다. 마치 무인도에 떨어진 기분이다. 의사이자 네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그는 이 투어를 만든 공으로 지역 비즈니스 상을 받기도 했다.

“첫 투어 직후 코로나가 터지면서 위기가 생겼지만, 지금은 정말 많은 외국인 관광객이 양식장으로 와요. 잊을 수 없는 궁극의 경험, 어디서 해볼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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