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19] Movies are dreams that you never forget
“안에 캄캄하댔잖아. 안 들어갈래.(It’ll be dark in there, you said. I don’t wanna go in.)” 극장에 처음 온 새미가 매표소 앞에서 엄마, 아빠와 승강이를 벌인다. 아빠는 무섭다는 아이를 달래려고 초당 24장이 지나가는 활동사진이라거나, 잔상 효과라거나 하는 과학적인 설명을 늘어놓는다. 그래도 풀리지 않던 아이의 표정은 엄마의 말에 어느새 환하게 바뀐다. “영화는 잊히지 않는 꿈이란다. 보고 나면 너도 모르게 활짝 웃고 있을걸.(Movies are dreams, doll, that you never forget. When it’s over, you’re gonna have the biggest, sloppiest smile on your face.) 거장 스필버그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다룬 ‘파벨만스(The Fabelmans∙2023∙사진)’의 한 장면이다.
영화를 겁내던 시절은 어디 가고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새미(개브리엘 러벨 분)는 이제 본격적으로 영화를 찍고 있다. 그런데 카메라는 고사하고 편집기 가격만 해도 100달러나 된다. 아빠의 반응은 역시나 현실적이다. “취미에 100달러를? 실제로 쓸모 있는 걸 해야지.(A hundred dollars for a hobby? Something someone can actually use.)” 새미는 영화 제작을 철부지 놀이처럼 생각하는 아빠가 답답하기만 하다. “취미 아니야, 아빠.(It’s not a hobby, Dad.)”
오랜만에 집에 들른 큰외할아버지 보리스는 자기처럼 예술에 빠져 있는 손주를 보고 경고 같은 격려를 건넨다. “우린 약쟁이고 예술은 우리의 약이지.(We’re junkies, and art is our drug.) 예술이 하늘의 왕관과 땅의 월계관을 줄 테지만 네 가슴을 찢어놓고 널 외롭게 할 게다.” 새미는 기꺼이 행복하고도 외로운 꿈길을 걷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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