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들어낸 ‘택진이형’ 게임판 어떻게 흔들까 [더테크웨이브]

황순민 기자(smhwang@mk.co.kr) 2023. 4. 29. 0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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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생성형AI 동향 분석

최근 테크업계에서 핫한 분야인 생성형 인공지능(AI)이 가장 빠르게 적용되는 분야는 어디일까요. 이와 관련해서 게임업계 움직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업계는 AI 기술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왔고, 이용자들이 직접 느끼는 것보다 더 빠르게 AI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이죠. 게임사들은 이미 AI를 활용한 콘텐츠 제작 기술을 외부에 시연하는 단계에까지 기술력을 끌어올린 상태입니다. 이번주 <테크웨이브>에서는 게임업계 생성형AI 기술 동향에 대해 소상히 살펴보겠습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오마주한 가상인간 ‘TJ Kim’의 모습. [사진 제공 = 엔씨소프트]
AI는 게임판을 어떻게 바꿀까
생성형AI(Generaive AI)의 사전적 정의는 ‘이용자 특정한 요구에 따라 결과를 생성해내는 인공지능’을 말합니다.

생성형AI 분야는 크게 1)텍스트(대화형, 검색) 2)그림 3)음성 4)비디오 5)신약개발(단백질 구조 예측) 등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생성형AI를 활용하면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콘텐츠를 새롭게 거의 무제한으로 만들어 내는 것이 가능하죠. 기존 콘텐츠들의 패턴을 학습해 추론 결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AI가 특정 작가의 화풍을 모사한 그림으로 사진을 재생성하거나 가짜 인간 얼굴을 무제한 생성하는 것들은 이미 보편화 돼 있습니다. 텍스트 분야에서는 특정 소재로 시를 짓거나 소설을 창작할 수 있고요. 최근에는 글을 이미지나 비디오로 변환시키는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게임사들은 생성형AI에 대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게임 콘텐츠 제작에 AI를 활용하기 위해서죠. 이를 통해 사람 얼굴을 다양한 스타일로 변환해주는 3차원(3D) 아바타 등 기술이 고도화돼 게임 제작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또 게임 캐릭터가 인간과 대화를 나누고, AI와 함께 게임을 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겠죠. 게임업계에선 이를 게이머가 게임 속 가상 캐릭터와 실시간 소통하면서 실제 사람들과 함께 게임하듯 협력 플레이를 할 수 있는 서비스로 통칭하면서 ‘AI NPC(Non-Player Character)’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지난 3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 최대 게임 개발자 축제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게임 개발자 콘퍼런스) 2023’ 에서도 생성형AI가 가장 큰 화두가 됐습니다. 글로벌 3D 엔진 플랫폼인 유니티의 마크 휘튼 수석부사장은 AI가 게임 산업 생산성을 최대 100배 가까이 높일 것으로 전망을 내놓았죠.

‘디지털 택진이형’ 개발한 엔씨, 가상친구 내놓는 크래프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오마주한 가상인간 ‘TJ Kim’ [사진 제공 =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는 올해 GDC에서 ‘TJ Kim’을 공개해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는데요. TJ Kim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를 오마주한 가상인간입니다. 엔씨소프트는 AI분야에서 가장 앞서가는 국내 게임사입니다.

2011년 국내 게임업계 최초로 AI 전담 조직을 세웠고, AI센터, NLP센터, 어플라이드 AI랩 등 삼각편대 조직을 만들었죠. 현재 이 조직들은 일명 ‘NC AI R&D’로 통합돼 운영 중인데, 연구 인력만 300명이 넘습니다. 엔씨소프트의 R&D 비용 투자 규모는 2013년 1395억 원에서 2022년 4730억 원으로 10년 새 3배 이상 뛰었습니다. 이 기간 연평균 R&D 비용은 2802억원에 달합니다. 그 결과로 거대언어 모델, 기계번역, 멀티미디어 생성형AI 등 다양한 기술을 고도화하면서 게임 영역에 신기술을 접목할 수 있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평가죠. 그 가능성을 열어준 기술 집약체가 바로 최근 선보인 ‘디지털 휴먼’입니다. 엔씨소프트의 AI R&D는 이제희 최고연구책임자(CRO·부사장)가 이끌고 있죠. 딥러닝 기술과 인체 컴퓨터 모델링 분야 권위자인 그를 김택진 대표가 직접 스카웃 해왔다고 합니다. 이 CRO는 최근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게임은 현실을 가상 환경에서 사실적으로 재현하고 그 위에 창조적 상상력을 덧붙인 세계”라며 “디지털 휴먼 기술을 통해 현실과 가상세계를 잇는 인터랙션(interaction·상호작용) 시대를 앞당길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엔씨소프트는 현재 개발 중인 신작 ‘프로젝트M’에 이용자와 상호작용이 가능한 디지털 휴먼을 도입할 것으로 점쳐집니다.

엔씨소프트 R&D 그래픽 [매일경제DB]
크래프톤은 디지털 휴먼인 ‘버추얼 프렌드(Virtual Friend)’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이용자와 실시간 쌍방향 소통이 가능하고, 게임 내에서 마치 사람을 연상시키는 자연스러운 외형과 동작을 구현하는 것입니다. 기술 개발이 완료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게임에 도입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넷마블은 현재 강화학습 기반의 AI 플레이어와 AI 음성 명령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AI 플레이어는 이용자 성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게임을 수행할 수 있는 일종의 가상 게이머이고, AI 음성 명령 기술은 음성으로 게임을 제어할 수 있는 지원 서비스를 말합니다. 또 위메이드는 게임 설정이나 시나리오 초고 작성, 게임 원화 그리기 등에 일부 생성형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밝혔죠.
로블록스·유니티 등 해외 동향은
이용자가 게임 속 승용차 3D 모델을 불러온 뒤 입력 창에 ‘빨간색 페인트, 유광 도색’이라고 입력하자, 차량의 외관이 입력한 대로 바뀌고, 코드 창에 ‘H 키를 누르면 헤드라이트를 켬’이라고 영어로 입력하자 AI가 이에 걸맞은 코드를 알아서 작성합니다.

세계 1위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가 공개한 생성형AI 기술 시연 내용 중 일부입니다. 이 시연은 AI가 게임을 제작하는 시대를 본격적으로 알린 의미가 있습니다. 로블록스는 올해 GDC에서 ‘코드 어시스트’와 ‘머티리얼 제너레이터’라는 이름의 생성형AI 기반 게임 제작 도구를 공개했습니다. 코드 어시스트는 챗GPT처럼 원하는 문장을 입력하면 코드를 자동 생성해주는 AI이고요. 머티리얼 제너레이터는 게임 아이템이나 배경 질감을 보다 사실적으로 만드는 데 AI가 활용된 개발 도구입니다.

생성형AI 접목을 놓고 글로벌 게임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습니다. 글로벌 게임 엔진 기업 유니티는 생성형AI를 이용해 게임 개발을 신속하게 하는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캐릭터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해 표정과 몸짓을 자동화하는 AI 기반 프로그램을 상용화한 것이죠. 유티니는 “인간과 같은 디지털 휴먼의 표정을 만드는 데 그동안 6명의 아티스트가 4∼5개월 동안 작업해야 했다면 AI로는 몇 분 만에 가능하다”며 “크리에이터가 기존 작업 과정에 생성형AI를 통합할 수 있도록 개방형 AI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있고, 하반기에는 머신러닝(ML)과 AI 기반의 시험 버전 툴도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유럽 최대 게임사 중 한 곳인 유비소프트는 생성형AI로 게임 속 배경이 되는 컴퓨터 캐릭터(NPC)들의 소리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고스트라이터’를 개발했습니다. 그래픽 카드를 만드는 엔비디아는 AI를 이용해 게임 화질을 높이는 기술인 ‘DLSS(Deep Learning Super Sampling)’를 고도화하고 있고요. 이 기술을 이용하면 1초에 화면이 전환되는 횟수인 ‘프레임 속도’를 AI를 통해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게임 화면 해상도를 높이는 데에도 AI 기술이 활용돼 조만간 획기적인 개선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AI는 게임지형 어떻게 바꿀까
게임사들 입장에서는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게임 개발에 AI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AI를 도입할 수 없는 게임사들은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죠.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인건비) 문제입니다. 기획·프로그래밍·아트 제작 전반에 AI를 도입할 경우 게임 제작의 효율성을 높이고,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예컨대 트리플A급 게임 하나를 제작하는데 현재는 200~300명의 대규모 인력이 투입되지만 AI가 고도화되면 앞으로는 이를 20~30명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죠.

차원이 다른 이용자 몰입감도 AI가 불러올 새로운 화두입니다. AI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휴먼은 상호작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천, 수만 번의 시나리오에서 다른 반응을 내놓을 수 있습니다. 인간의 도파민을 기존과 비교할 수 없게 자극하는 게임이 나올 수 있다는 의미겠죠. 가상현실(VR)과 AI가 결합한 게임의 파급력은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게임과 현실 세계가 동일시되고, 인간들이 가상세계 속에만 머무르는 세상이 두렵기도 합니다. 너무 멀리나간 상상일까요.

<황순민 기자의 더테크웨이브> 연재를 시작합니다. 기술(Tech)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리라 믿습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로 인류를 진보시키는 최신 기술 동향과 기업 사례를 소개하겠습니다. 네이버 기자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다음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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