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족’ 당황케 한 이 기술···요즘 잘 나가는 식당엔 다 있네 [방영덕의 디테일]

방영덕 매경닷컴 기자(byd@mk.co.kr) 2023. 4. 29.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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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 점심시간 서울 중구의 한식당. 10여개 테이블에 손님이 가득 차 있었지만 서빙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바쁠 때 매장에 꽉 들어선 것도 모자라 식당 밖에 줄지어선 손님들까지 생각하면 주문은 밀리고, 서비스 응대가 부족할 법한 상황이었죠.

하지만 해당 직원은 오히려 여유로웠는데요. 포털 예약을 통해 재방문한 것을 환영한다며 서비스 음식까지 턱하니 내주기까지 했습니다.

비결은 테이블마다 설치돼 있는 키오스크(무인정보단말기). 직원은 “주문을 받으러 따로 갈 필요가 없고 음식을 바로 갖다 줄 수 있어 편리하다”고 말했습니다.

근래 방문한 단골집 식당에서도 테이블 오더란 미니 키오스크를 설치했습니다. 고기 굽는 불판 주변에는 이미 각종 반찬에 물통, 음료수잔 등으로 번잡한데 기계까지 들여놓아 테이블이 다소 비좁아보였습니다.

하지만 점주왈 “갑자기 관두는 아르바이트생을 구하며 인건비 걱정할 바엔 차라리 이 기계를 쓰는게 낫다고 생각했다”며 “특히 선결제 시스템이라 ‘먹튀족’ 걱정을 할 일이 없다”고 웃어보입니다.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하루가 멀다하고 들리는 와인바에서 20만원어치 먹고 도망간 커플, 30만원어치 고기 ‘먹고 튀어버린’ 양심없는 손님들 얘기가 퍼뜩 스치더라고요).

5479대→8만7341대...3년새 16배 급증
키오스크 주문화면 모습 [사진 출처 = 티오더]
최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매장에 키오스크를 적극 들여놓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대형 프랜차이즈매장 정도에서 도입을 했다면 요즘은 동네 작은 식당에까지 속속 확산되는 모습입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국내 공공민간부문에 설치된 키오스크 수는 2019년 18만9951대에서 2022년 45만4741대로 3년새 2.4배가 증가했습니다.

특히 이 기간 외식업에서 키오스크는 말 그대로 ‘폭증’을 했는데요. 5479대에서 8만7341대로 16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회원수가 130만명이 넘는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도 키오스크 설치를 문의하거나 후기를 묻는 게시글이 최근 부쩍 늘었습니다.

특히 손님이 앉은 자리에서 직접 메뉴를 고르고 결제까지 할 수 있는 ‘테이블오더’ 시스템에 관한 문의가 눈에 띄는데요. 흔히 패스트푸드나 커피전문점에서 대부분 사용 중인 키오스크가 테이블마다 배치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이같은 수요에 힘입어 푸드테크기업도 속속 테이블오더 상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은 한층 더 진화하고 있죠. 비용을 각자 나눠 ‘더치페이’할 수 있는 시스템이나 예약, 웨이팅, 포인트적립, 배달 서비스까지 결합한 서비스 제공이 그 예입니다.

인건비 절감 효과 커 입소문 나는 ‘물건’
서울 시내 한 식당에 설치된 테이블오더. 카드 및 현금결제는 물론 더치페이까지 할 수 있게 분류해 놓았다. [사진 = 방영덕 기자]
동네 식당까지 키오스크가 파고든 데에는 고물가 속 식재료비, 인건비 상승에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구인난 등의 영향이 큽니다. 무전취식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는 점도 자영업자들에게 큰 호응을 받는 이유입니다.

특히 요즘 인기 주점이나 고깃집에서 볼 수 있는 테이블오더 시스템은 주문 접수나 결제할 직원이 따로 필요하지 않아 인건비 절감 효과가 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 사이 빠르게 입소문 나고 있는 ‘물건’입니다.

소상공인연압회에 따르면 최저임금은 2017년 6470원에서 2023년 9620원으로 48.7% 상승했습니다. 노동계가 내년도 최저임금으로 올해보다 25% 인상된 1만2000원을 요구하면서 현장에서 느끼는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현재 제공업체마다 차이는 있지만 통상 테이블당 월 1만3000~2만원이면 테이블오더를 임대할 수 있습니다. 테이블 20개 규모의 대형 식당에서도 한달 최대 40만원만 지불하면 됩니다.

더욱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은 ‘스마트상점 기술보급 지원’ 정책을 통해 외식업체들의 스마트기술 도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비대면 결제 키오스크, 테이블오더부터 서빙로봇까지 다양하며, 정부가 공급가액의 70%, 최대 500만원까지 지원을 합니다.

누군가에겐 ‘고문기계’ 될 수 있어
서울 시내 한 식당에 설치된 테이블오더. 직원호출 기능을 통해 다양한 요청을 할 수 있다. [사진 = 방영덕 기자]
키오스크가 대세가 된 만큼 서둘러 해결해야 할 과제도 있습니다. 확산 추세에 비해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부분은 매우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키오스크 이용 실태조사’를 벌이면서 요식업(패스트푸드점), 영화관, 주차장 등에 설치된 키오스크 20대를 대상으로 약자층에 대한 정보 접근성 보장 여부를 심층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키오스크는 고령층이 이용하기엔 불편한 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단 키오스크 20대 중 12대는 이용방법 안내가 아예 없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KS 표준에서는 키오스크 글자 크기로 ‘높이 12㎜ 이상’을 규정했지만 20대 중 14대는 이보다 글자 크기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고요.

장애인 대상 정보 접근성은 거의 ‘0’에 가까웠습니다.

정부가 지난해 마련한 ‘키오스크 KS 표준’에 따르면 키오스크가 제공하는 모든 시청각 정보를 다른 감각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대체 콘텐츠로 제공해야 하지만 조사대상 20대 모두 기준에 미달했습니다.

때문에 시각장애인의 경우 20대 모두 사용이 아예 불가능했고요. 청각장애인의 경우 20대 중 15대는 일단 이용이 가능했지만 필요시 ‘호출’을 통해 음성안내를 들어야 하는 5대의 경우 이용이 어려운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물가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원가 절감 수요는 요식업계에서 계속 늘고 있습니다. 키오스크 보급 확산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라고 보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인구 고령화 추세도 거스를 수 없는 추세죠. 식당 내 키오스크가 노인들에게 고문기계가 되거나 또 다른 ‘노(NO)인존’을 만들어 내는 수단이 되면 결코 롱런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장애인을 배제하는 수단이 돼서도 안될테고요. 작은 기술의 변화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먹는 기쁨을, 인간의 존엄을 높여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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