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도시 16년, 혁신은 없고 텅 빈 거리뿐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실효성 논란]
SPECIAL REPORT
주말인 지난 22일 충북혁신도시. 점심시간인데도 음성군 대하로의 먹자골목 가게들은 텅텅 비었다. 이곳에서 국밥집을 꾸리는 김용화(가명·62)씨는 “기대가 컸지만, 보시다시피 가게들이 무슨 유령집처럼 휑하다. 임대 계약이 끝나면 바로 서울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충북혁신도시에서 서울로 올라간다는 사람들은 또 있었다. 지난 24일 만난 한국가스안전공사 직원 김병용(43·가명)씨는 “왕복 4시간이 걸리지만, 셔틀버스를 이용해 서울에서 출퇴근한다”고 했다. 동료들도 주말이면 ‘싹’ 수도권으로 올라간다고 했다. 전국 10곳 대부분의 혁신도시에서 벌어지는 일상이다. 때문에 주말의 혁신도시는 적막이 지배한다. 주말 장사를 아예 접는 가게도 많다.
10곳의 전국 혁신도시 사업은 2007년 시작됐다. 공공기관 이전을 위한 포석이었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은 2003년 구상됐고, 2013년 본격 추진됐다. 문제는 ‘두 가지 인프라’가 부족한데도 정부는 보내기에 급급했고, 지방자치단체는 받아들이기에 매달렸다는 점이다.
하나는 공공기관 직원이 머무를 인프라다. 교육·의료·서비스 인프라가 현재까지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있다. 주말 혁신도시의 텅 빈 거리가 16년째 이어지는 이유다. 다른 하나는 해당 공공기관이 시너지 효과를 낼 지역의 산업 인프라다. 이런 ‘궁합’은 따지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경쟁력이 떨어졌다. 영국 컨설팅그룹 지옌에 따르면, 한국거래소과 예탁결제원이 부산으로 간 뒤 서울(2015년 7위→2023년 10위)과 부산(24위→37위)의 금융경쟁력이 떨어졌다.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의 직원들은 매년 30명씩 유출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의 핵심으로 불린다. 이처럼 ‘텅 빈 거리’는 ‘경쟁력 저하’를 낳고 ‘경쟁력 저하’는 다시 ‘텅 빈 거리’를 만드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6월 중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발표된다. 부산행이 낙점된 산업은행, 이전 유력설이 나도는 한국마사회 등은 들썩이고 있다. 백인길 대진대 교수는 “이번에도 정부가 공공기관만 보내놓고 나 몰라라 하면 혼란과 낭비는 되풀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혁신도시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달라는 주문이다.
오유진·원동욱·김홍준 기자 oh.yoo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