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에 NMCC 공개한 미국…“확장억제 구현 의지 보여준 것”

이근평 2023. 4. 29.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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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에 입항한 미국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SSBN) ‘메인함’. [사진 미 태평양함대 트위터]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이하 현지시간) 미 국방부군지휘통제센터(NMCC)와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을 잇따라 찾았다. 두 시설 모두 한국 대통령으로는 첫 방문이다. 이날 일정은 윤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지난 26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에 맞서 ‘핵 방패’를 씌워주겠다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을 공식 발표한 바로 다음날 진행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작지 않다는 평가다. 워싱턴 선언이 단순한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실제 군사적 조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점에서다.

NMCC는 미 대통령과 국방장관이 상황을 보고받고 지시를 내리는 곳이다. 위기가 발생할 경우 군사위성이나 정찰기를 띄워 상황을 파악하도록 하거나 전투사령부에 명령을 하달하기도 한다. 전쟁을 다루는 할리우드 영화에 이곳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유사시엔 미국의 핵전략 3축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전략핵잠수함·전략폭격기 등도 이곳에서 출격시킨다. 이런 점을 감안해 우발적 핵전쟁을 막기 위해 냉전 때부터 가동해온 미·러 핫라인도 NMCC가 관리한다.

박철균 전 국방부 군비통제검증단장은 “NMCC는 외국 국가원수에게는 좀처럼 공개하지 않는 시설”이라며 “윤 대통령이 이곳에서 미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등 미군 지휘부의 브리핑을 받은 건 미군이 워싱턴 선언을 군사적으로도 적극 구현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은 그동안 한국에 확장억제를 제공하겠다고 밝혀왔다. 확장억제는 미국이 필요할 경우 핵 억제력을 동맹국이나 협력국에 제공하겠다는 방위 공약이다. 확장억제가 통하려면 미국이 자국의 피해를 감수하고라도 핵을 포함한 확장억제 수단을 쓰겠다는 의지가 분명해야 한다. 그런 만큼 한국은 미국의 의지에 대한 ‘담보’를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다.

그 결과 양국은 워싱턴 선언에서 ▶핵 위협에 대한 소통·정보 공유를 증진하고 ▶핵·전략 기획을 토의하며 ▶한반도에서의 핵억제 적용에 관한 연합 교육·훈련 활동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한·미 외교안보 라인에서는 이번 합의가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한 한국의 지분을 보장함으로써 실행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국은 유사시 어떤 종류의 확장억제 수단을 어떤 방식으로 사용할지 알려주지 않았다. 전략자산을 전개할 때도 한국에 일방적으로 통보하곤 했다. 하지만 워싱턴 선언을 통해 핵협의그룹(NCG)이 만들어지면서 앞으로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정보를 공유하면서 우리 의사를 적극 반영할 수 있게 됐다.

확장억제는 핵전력만 의미하지는 않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확장억제에는 재래식·핵·미사일 방어 능력이 모두 포함된다”고 말했다. 적진 깊숙이 자리 잡은 핵심 시설을 정밀 무기로 타격할 수 있는 F-35 스텔스 전투기도 확장억제의 주요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윤 대통령이 NMCC에 이어 방문한 DARPA는 미 국방 연구·개발 계획을 수립하는 기관이다. 1957년 옛 소련이 세계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 올리자 국방 관련 과학기술에서 뒤지지 않겠다며 만든 곳이다. 인터넷·윈도·GPS·자율주행 등 21세기 일상이 돼버린 첨단기술도 DARPA에서 직간접적으로 유래됐다. 워낙 신기술이 쏟아지다 보니 “외계인을 고문해 첨단기술을 뽑아낸다”는 농담이 나돌 정도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외국 국가원수로는 처음으로 윤 대통령을 DARPA에 초청한 건 한·미 안보 동맹을 첨단 과학기술 동맹으로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패트릭 라이더 미 국방부 대변인은 27일 한국에 전개할 전략핵잠수함이 ‘오하이오급’이라고 확인했다. 오하이오급은 핵탄두가 달린 트라이던트-Ⅱ D5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사거리 1만2000㎞)을 발사하며 오차가 90m일 정도로 정밀도가 높다. 미 태평양함대는 지난 26일 오하이오급 ‘메인함’이 괌에 입항하는 모습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메인함이 조만간 한반도 전구에서 전략 초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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