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장진호 전투 기적” 언급에…중국 “침략 확장하면 머리 깨질 것”
중국 외교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의회 연설 중 한국전쟁 때 장진호 전투를 언급한 대목을 콕 집어 비난했다. “기적 같은 성과”라고 평가한 윤 대통령 발언에도 “항미원조(한국전쟁의 중국식 명칭) 전쟁에서 (중국이) 위대한 승리를 거둔 것”이라며 정반대의 역사관을 드러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 기자가 윤 대통령의 미 의회 연설에 대한 평가를 묻자 준비된 답변을 낭독했다. 마오 대변인은 “한국 대통령의 연설을 주의 깊게 봤다”며 “항미원조 전쟁의 위대한 승리가 중국과 세계에 중대하고 심원한 의의를 갖고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어떤 국가나 군대도 역사적 조류의 반대편에서 힘만 믿고 약자를 괴롭히며 침략을 확장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란 강철 같은 사실을 세상이 알게 해준다”며 “관련국들은 세계 평화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하고 이런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진호 전투에서의 생환 과정을 기적이라고 평가한 윤 대통령 발언을 비난하는 것과 동시에 6·25전쟁을 미국의 침략에 대항해 북한을 도운 전쟁으로 불러온 중국의 역사관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다. 중국은 2021년 개봉한 영화 ‘장진호’에서도 미군의 반복되는 폭격과 이후 이들의 후퇴를 막는 중국 인민해방군의 전투 장면을 집중 조명했고 결국 이 영화는 역대 흥행 수입 1위를 기록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7일(현지시간) 미 의회 연설에서 “미 해병대 1사단은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 12만 명의 인해전술을 돌파하는 기적 같은 성과를 거뒀다. 장진호 전투에서만 미군 4500명이 전사했고 6·25전쟁에서 미군 약 3만7000명이 전사했다”며 한·미동맹의 혈맹 관계를 강조했다.
중국은 또 한·미 공동성명에 대만 문제가 언급된 것과 관련해서도 주중 한국대사관을 통해 공식 항의했다. 공동성명 발표 후 중국 정부의 첫 외교적 조치다. 대사 초치가 아닌 정무공사와 ‘약견(約見·약속된 만남)’이란 형태를 취하며 수위는 다소 낮췄다는 평가다.
베이징일보는 28일 “류진쏭 중국 외교부 아주사 사장(아시아 담당 국장)이 지난 27일 밤 강상욱 주중 한국대사관 정무공사를 만나 한·미 공동성명 중 중국과 관련한 잘못된 표현에 대해 엄숙한 교섭을 제기하고 강력한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신문은 이어 “대만 문제 등에 대한 중국의 엄정한 입장을 강조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을 확실히 지킬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 외무부도 이날 성명에서 한·미 정상이 발표한 ‘워싱턴 선언’과 관련해 “한국과 미국의 핵 합의는 역내 및 국제 질서를 더욱 불안정하게 할 것”이라며 경계심을 나타냈다. 외무부는 이어 “이번 합의는 군비 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며 “군사적 우위 확보를 위해 세계의 전략적 균형을 해치는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해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고 세계 안보를 저해하는 조치를 포기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베이징=박성훈 특파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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