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계’ 박광온 원내 사령탑…“친명 지도부에 경종 울려”
민주당 새 원내대표 선출
민주당은 28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새 원내대표를 선출했다. 선거에는 박광온·박범계·홍익표(3선) 의원과 김두관(재선) 의원 등 네 명이 출마했다. 소속 의원 169명이 투표한 결과 박 의원은 과반(85표 이상)을 득표해 결선 투표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당선됐다.
박 원내대표는 당선 후 “담대한 변화와 견고한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며 “국민이 원하는 방향으로 쇄신하겠다는 의원님들의 강한 의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 수습책으로는 “의원총회를 최대한 빨리 열고 지혜로운 해법을 찾도록 노력하겠다. 밤을 새워서라도 총의를 모으는 길을 가겠다”고 약속했다.
정부·여당을 향한 투쟁 의지도 드러냈다. 박 원내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엔 사람이 없다”며 “지금이라도 국정 운영 기조를 사람 중심으로 전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독선·독단·독주의 국정 운영은 폐기하고 50억 클럽과 김건희 특검법을 겸허히 수용하라”고 요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해 4월 국회 법사위원장을 맡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한 바 있다.
박 원내대표는 당내에선 이낙연계로 분류된다. 이낙연 전 대표 시절 사무총장을 지냈고 지난 20대 대선 경선 때도 이 전 대표를 도왔다. 2015년 문재인 대표 시절 당대표 비서실장을 맡아 친문계 인사로도 분류된다. MBC 보도국장 출신으로 2014년 7·30 보궐선거 때 국회에 입성한 뒤 내리 3선을 했다.
박 원내대표 당선을 두고 당내에선 “친명계에 대한 견제”(재선 의원)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정견 발표 때 “국민과 당원은 이번 선거를 이재명 대표 신임 투표로 규정한다”(김두관 의원)는 주장도 나왔지만 결국 비명계인 박 원내대표가 결선 투표 없이 압도적 표차로 당선됐다. 한 수도권 의원은 “현 지도부에 경종을 울린 셈”이라며 “지도부가 방탄 논란을 자초하며 강경 일변도로 밀고 나가자 이에 대한 반감이 새로운 흐름을 만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일각에선 “지난해 원내대표 경선에서 아깝게 탈락한 박 원내대표가 오랫동안 절치부심한 데 따른 재수생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박 원내대표 당선으로 이 대표가 ‘계파 통합’이란 명분을 얻게 됐다는 시각도 상존한다. 이 대표는 지난달 당직 개편 때 비명계(송갑석 최고위원)와 친문계(한병도 전략기획위원장)를 중용한 데 이어 이낙연계 이개호 의원이 단장을 맡은 공천제도 TF를 통해 공천 룰도 정비하고 있다. 한 핵심 당직자는 “박 원내대표 당선으로 당직 개편과 공천 룰 정비에 이어 3단계 통합이 완성됐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도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친명과 비명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고 당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 앞에는 당장 사법 리스크 돌파와 대여 투쟁 등 적잖은 과제가 놓여 있다. 이 대표 관련 검찰 수사와 재판도 현재 진행 중이다. 간호법·방송법과 쌍특검 강행 이후 경색된 여야 관계도 풀어내야 한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박 원내대표 선출이 의회주의 복원과 여야 관계 회복의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면서도 “전날처럼 쟁점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하는 게 국민이 기대하는 협치의 모습은 결코 아닐 것”이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강보현 기자 kang.bohyu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