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락한 도시에서 발견한 아름다움… 한희원 “감옥 같은 생활 속에서 대작이 탄생했다”
이번 전시는 그가 조지아 수도 트빌리시에서 1년간 홀로 살며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최근 수년간 몰두한 대형 작품을 위주로 선보이는 자리다. 화가가 낯선 도시로 향했던 이유는 뭘까.
빈국 도시엔 제대로된 화방도 없었지만, 매일 그림을 그리면서 이틀에 한 번씩 물감을 사러 그 화방에 나갔다고 한다. “화방이라곤 우리 문구점 정도 되는 곳이 두곳 있었어요. 화방가는 길엔 지하 터널이 있었고요. 터널 안이나 트빌리시 곳곳에는 엄청난 벽화들이 많았습니다. 그때를 떠올리며 그린 것인데, 샤갈 작품에 등장하는 집시풍의 도상을 벽화 자리에 가미해 그렸습니다.” 어둠 속에서 확장된 사람의 동공은 언제나 터널 밖을 제대로 보여주진 않지만, 밝은 빛의 목적지가 존재한다는 것만은 분명히 일러주며 사람들을 포기하게 두지 않는다. ‘트빌리시의 생’은 그런 순간을 포착해 퇴락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의 생애에 비유한 것처럼 다가온다.
그는 오는 10월엔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이번 전시를 마치는대로 1000호 작업을 하는 것을 목표로 몰입하겠다고 한다. ”모두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지만, 모두 자기 나름대로 인생을 살아가면서 가슴에 담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슬픔이건, 위로건, 사랑이건, 자기가 가슴 속에 품은 가장 큰것을 작품에서 느끼고, 자기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교류하길 바랍니다.“
전시는 5월 4일까지 이어진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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