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탈에 모방·조작까지… 문화유산으로 본 日 민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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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국보 제1호인 보관미륵은 나무로 만들어진 것 말고는 우리나라 국보 제83호인 금동반가사유상과 쌍둥이라고 할 만큼 놀랍도록 닮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국보급 불상의 얼굴을 국가의 의도대로 뜯어고쳐 훼손하는 폭력적 문화정책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를 별문제 없다고 말하거나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이 일본 지식인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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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유산으로 일본을 말한다/김경임/홍익피앤씨/2만2000원
일본의 국보 제1호인 보관미륵은 나무로 만들어진 것 말고는 우리나라 국보 제83호인 금동반가사유상과 쌍둥이라고 할 만큼 놀랍도록 닮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다. 그런데 일본 당국의 수리를 거치면서 한국적인 얼굴과 체형이 사라지고 일본풍으로 변해 ‘성형의혹’을 받고 있다. 국보급 불상의 얼굴을 국가의 의도대로 뜯어고쳐 훼손하는 폭력적 문화정책도 이해하기 힘들지만, 이를 별문제 없다고 말하거나 모른 척하고 있는 것이 일본 지식인 사회다.
여기에 더해 오늘날까지도 일본은 수많은 문화재를 밀봉해 접근할 수 없도록 은폐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고분이다. “고분 중에는 많은 왕묘가 포함되었기 때문에 발굴이 제한되는 것이라고 하지만 직접적 원인은 일본 사회가 고분에서 드러나는 적나라한 일본의 고대 역사를 수용할 태세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81쪽)이라고 저자는 꼬집는다.
특히 제국주의 일본은 중국 난징에서 끝나는 실크로드의 한 지류가 한반도를 거쳐 일본까지 이어졌다는 사실마저 다르게 해석한다. 그들은 역사서와 문화유산의 조작과 은폐를 통해 한반도를 삭제하고 그리스문화에서 태어난 간다라 예술이 실크로드를 타고 중국을 거쳐 일본으로 직접 들어왔다고 주장함으로써 일본이 아시아를 벗어나 서구에 편입됐다는 ‘탈아입구(脫亞入歐)’의 논거를 만들기도 했다.
이에 더해 일본은 자신들의 문화유산이 동아시아를 대표하는 독보적 문화로 대접받을 수 있도록 19세기 말부터 국제박람회 참가를 통해 적극적인 마케팅도 펼쳤다. 1867년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일본 풍속화인 ‘우키요에’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이는 프랑스 인상주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등 소위 자포니즘(Japonism)이라고 하는 일본 붐을 일으키는 등 국가 일본에 대한 성공적인 홍보 효과를 안겨주기도 했다.
이런 성공은 복제와 왜곡, 은폐로 점철된 자신들의 문화유산을 국가주의 도구로 사용하는 등 일본의 문화재에 대한 비뚤어진 인식을 더욱 강화했다. 그래서 저자는 일본인들은 이제 문화재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거나 문화재에 얽힌 거짓 전승과 조작된 해석을 버리고 이를 학술적으로 연구하여 그 고유한 가치를 해명하는 데 애써야 한다고 촉구한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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