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세자와 영조의 비극 감춰진 광기 실체 파헤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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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주에 갇혀 죽은 비운의 세자와 아들을 굶겨 죽인 비정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을 학문적으로 접근한 '권력과 인간'은 사도세자가 미쳐서 정신이 온전치 않은 상태에서 영조를 공격하려다 반역죄에 걸렸다는 '한중록'의 설명에 무게를 싣는다.
'불안와 분노의 제왕' 영조는 권력자로서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정한 선택을 했고,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는 즉위 전부터 아버지를 미화하며 '당쟁희생설'을 닦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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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과 인간/정병설/문학동네/2만5000원
뒤주에 갇혀 죽은 비운의 세자와 아들을 굶겨 죽인 비정한 아버지. 사도세자의 죽음은 대부분 이 한 줄로 요약된다.
‘한중록’에 따르면 사도세자는 아무 옷이나 입지 못하는 의대증에 걸렸고, 충동을 통제하지 못해 사람을 때리고 죽이는 가학증도 심해졌다. 사건 한 달 전만 해도 영조는 세자가 역모를 꾀한다는 얘기를 들었지만 특별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그러나 뒤주에 갇히기 1∼2일 전 세자가 칼을 차고 영조가 있는 경희궁 쪽으로 갔고, 그동안 세자의 비행에 대해 전해 들은 영조는 결국 역모죄를 이유로 뒤주로 세자를 죽음에 이르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영조가 쓴 ‘폐세자반교’와 사도세자 묘지명, 사도세자가 장인에게 보낸 편지 등을 보면 사도세자의 ‘광증’은 명확하다고 전한다.
책은 부자 갈등이나 광증이라는 뼈대는 맞지만, 궁중에서 벌어지는 암투와 권력욕, 배신과 공포라는 큰 틀과 함께 각 인물의 성격과 상황을 이해해야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이를 위해 ‘조선왕조실록’ ‘승정원일기’ ‘이재난고’ ‘현고기’ ‘대천록’ 등 역사서와 개인 문집 등 사료를 폭넓게 살핀다.
‘불안와 분노의 제왕‘ 영조는 권력자로서 ‘아들의 죽음’이라는 비정한 선택을 했고, 사도세자의 아들 정조는 즉위 전부터 아버지를 미화하며 ‘당쟁희생설’을 닦았다. 그 과정에서 정조는 어머니 혜경궁을 속이고 외가를 박살 내기도 했다. 이에 혜경궁은 ‘한중록’을 통해 아들의 역사왜곡을 반박했다. “권력자에겐 친구도, 집안도, 부모도, 자식도 없었”던 셈이다.
책은 2012년 처음 출간된 이후 대중적 인기몰이를 했지만 한편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다. 저자는 사도세자의 사인, 영조의 후회, 당쟁희생설 등 다른 주장이 제기된 부분에 대해 60페이지를 할애해 재반박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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