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권 줄게 뇌물 다오”… ‘인허가료 부패' 中 경제 촉진제
대규모 사업 추진 특혜성 계약
부정부패 만연에도 성장 역설적
장기적 부의 쏠림·불평등 악화
美, 로비스트 합법화… 불법 감시
習 ‘부패와의 전쟁' 주변부만 색출
부패한 중국은 왜 성장하는가/위엔위엔 앙/양영빈 옮김/한겨레출판/2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2년 최고 지도자에 오르면서 “부패가 당과 국가를 파멸에 이르게 할 것”이라며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이후 중국 공산당 역사상 가장 강력한 부패와의 전쟁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2012∼2017년에만 150만명의 관료가 부패 혐의로 처벌받았는데 최고 사형까지 받았다.
저자는 먼저 ‘부패는 정말 나쁜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지며 “모든 부패는 나쁘지만, 모두 동일하게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다”라고 자답한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부패를 시민을 대상으로 횡령·갈취하는 ‘바늘도둑’, 공공 재원을 횡령하거나 유용하는 ‘소도둑’, 영업허가 등을 위해 뇌물을 받는 ‘급행료’, 고위관료가 대규모 건설 사업이나 재건축 프로젝트 계약 이권을 챙겨주고 뇌물을 받는 ‘인허가료’의 4개 유형으로 세분화했다.
중국에서 인허가료는 이익 공유 모델을 통해 강력한 성장촉진제 역할을 했다. 턱없이 적은 관료들의 급여를 보충하기 위해 지방정부의 세수와 일선 공무원의 비과세 징수 수입을 인센티브에 연계시킨 것이다. 관료들은 지대를 갈취해 얻는 수익보다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을 일으켰을 때 얻는 과실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성공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들에게 특혜성 계약과 값싼 토지 이용료를 제공하고 규제 면제 등 특혜를 제공했다. 부패가 폭력과 도둑질에서 권력과 이익의 교환으로 진화한 것이다.
인허가료 부패는 단기적인 성장을 가져오지만 부의 쏠림과 불평등을 악화시켰다. 미국도 도금시대라 불리는 1880∼1930년에 남북 전쟁 이후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부정부패가 만연하고 불평등이 심화했다.
두 나라의 인허가료 부패의 차이점은 합법화와 부패 척결의 주최다.
미국은 정치 캠페인의 자금 내역을 공개하고, 로비스트를 합법화해 인허가료를 제도화했다. 또 불법적인 형태의 부패를 언론의 탐사 보도, 선거에 의한 경쟁, 비밀 투표 등 민주적 수단을 통해 감시하고 견제했다.
반면 중국은 위에서 아래로의 규율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부패한 정치인과 자본가를 색출했다. 시진핑은 수많은 부패 관료를 퇴출시켰지만, 인허가료의 핵심 원인 주변부를 맴돌기만 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인허가료의 핵심은 경제에 대한 국가의 통제와 권력이다. 국가가 경제 권력의 중심이 돼 관료가 귀중한 자원을 통제하는 한 그들의 특혜에 대한 수요는 계속 생기므로 부패를 박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또 언론과 시민사회를 통제해 아래로부터 올라오는 부패를 감시하는 사회적 역할을 억제해 시민의 자정 능력을 저하시켰다.
책은 중국의 사례를 통해 자본주의가 부패의 박멸이 아니라 부패의 진화와 함께 발전했음을 보여준다. 부패를 합리화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발전과 함께 달라지는 부패의 양상을 알아야 중국의 성장을 이해하고 대비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