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 절대 강자 도요타, 전기차 액셀 밟는다
도요타를 흔든 건 전기차 시장의 확장세가 예상보다 빠르다는 점이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해 950만대로 전년 대비 40% 늘었다. 박정규 한양대 미래자동차공학과 겸임 교수는 “전기차 시장이 생각보다 빨리 커지자 더 늦으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점유율 10위권에 도요타는 없다. 지난해 전기차 시장은 1위인 BYD를 비롯한 중국업체 3곳이 ‘톱 5’ 안에 들었다. 미국 테슬라가 2위, 독일 폭스바겐이 4위다. 북미지역에서 최종조립된 전기차에 한해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도요타의 움직임을 부추겼다. 도요타가 생산한 자동차의 5분의 1이 미국에서 팔린다. 도요타는 2025년부터 미 켄터키주의 생산라인에서 전기차를 만들 계획을 내놨다.
도요타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자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판매량 1위 도요타가 전기차 모델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면 시장에서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수밖에 없고, 그만큼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하는 ‘진정한 전기차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급격한 지각변동이 일어날진 지켜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그간 꾸준히 전기차 모델을 선보였던 타브랜드와는 달리 이제 모델 출시에 나섰고, 사실상 ‘전기차 올인’이라기보다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등 기존 모델에 대한 생산과 투자도 여전히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서현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기차에 무게중심을 둔 건 맞지만, 신흥국에선 하이브리드차가 중요하다고 언급하는 등 여전히 전방위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업계 1위 업체의 시장 진입은 시장을 흔들 변수가 될 수밖에 없다. 박 교수는 “자동차 회사 중 배터리를 자체 개발하는 곳은 테슬라와 도요타 두 곳으로, 천천히 정상을 차지하는 도요타의 성공 패턴이 전기차 시장에도 적용될 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사실 도요타는 신규 전기차 모델 출시가 더뎠던 것이지, 기술 개발을 도외시한 건 아니다. 지난해 8월엔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을 위해 2024~2026년 생산을 목표로 미국, 일본에 최대 7300억엔(7조3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기존 하이브리드차 원가를 6분의 1로 줄여온 것처럼 공정혁신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확보하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7일 설명회 당시 “전기차 공정 수를 2분의 1로 줄이고 개발,생산,사업 모든 기능을 갖춘 올인원 팀 하에 한 명의 리더를 두겠다”고 발표했다. 박 교수는 “고정비를 줄이겠다는 얘기로, 판매량이 적더라도 손해를 줄이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며 “도요타 자체의 카이젠(끊임없는 개선) 정신과 즉응성이 전기차 시장에서도 이어질지 지켜볼만 하다”고 말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