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삼성도 뛰어든 XR기기, 메타버스 구원투수 될까
판 커지는 XR기기 시장
애플, 이르면 6월 MR헤드셋 선보일 예정
연초부터 정보기술(IT) 업계에선 XR기기 개발, 출시 계획이 잇달았다. 먼저 애플은 올해 MR헤드셋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르면 오는 6월 세계개발자컨퍼런스(WWDC)에서 발표할 전망이다. 가격은 2000~3000달러(약 260만~400만원), 무게는 200~300g 정도로 추정된다. 지난 2월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 VR2(PS VR2)를 출시했고, 메타는 고글형 VR 기기인 ‘퀘스트3’를 하반기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글로벌 파트너스로 퀄컴(칩), 구글(OS 운영체제)과 XR기기 공동 개발 계획을 밝히면서 시장의 판이 커졌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투자한 이유는 이쪽에 시장이 있다고 판단한 때문인데, 삼성도 이를 의식한 것”이라며 “XR기기 같은 디바이스가 받쳐주면 메타버스 시장도 재도약의 계기를 맞을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 2023에서 5가지 화두 중 하나로 메타버스가 꼽혔다. 지난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도 XR, 메타버스가 주요 분야로 떠올랐다. 프리지던스리서치는 메타버스 시장 규모가 2023년 92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300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연초 삼일PwC는 보고서에서 “메타버스 관련 기술을 보유한 기업 인수합병(M&A)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VR·AR헤드셋 시장의 출하량도 2023년 2300만대에서 3년 뒤 2배 증가한 5000만대로 예측된다.
이 가운데 고글형 디바이스인 웨어러블 글래시스가 가장 주목받고 있다. 가상현실의 정보를 가장 빨리, 직접 인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운택 카이스트 미래기술대학원 교수는 “눈 앞에서 현실-가상 융합 경험을 직관적으로 하도록 하는 기기로, 손발이 자유로운 상황에서 활용이 가능해 사용자 경험이 확장된다”라고 말했다. 특히 애플의 MR헤드셋은 아이폰·아이패드와 같이 애플 iOS 기반이라 타기기와의 연동을 통해 스마트폰 다음의 휴대용 기기로도 주목받는다. 애플은 2017년부터 MR헤드셋을 ‘넥스트 아이폰’으로 염두해 두고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스마트폰보다 비싼 디스플레이 필요
이 때문에 XR기기가 메타버스 산업의 돌파구가 되기에는 너무 이르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의진 흥국증권 연구원은 “이번 애플의 XR기기는 대중들을 향한 보급형이 아니라 개발용에 가까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린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IT업계에선 메타버스보다 당장은 MR에 더 집중하는 분위기”라며 “연내 XR기기가 나온다고 해서 사그라들었던 메타버스를 붐업할 요소가 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IT업계에선 메타버스 사업을 축소하는 모양새다. 애플 최고경영자(CEO) 팀 쿡은 “메타버스는 미래가 아니고, MR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했고, 마크 저커버그 역시 “생성 AI는 현재 우리를 이끌 기술이고, 메타버스는 미래의 기술”이라 말했다. 우 교수는 “현실-가상 융합은 앞으로 더 가속화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메타버스 소멸은 기우”라며 “다만 메타버스가 가상공간에 머무르지 않고 누구나 일상에서 활용이 가능하려면 XR기기, 생성AI 기반의 콘텐트 창·저작 도구, 신뢰할 수 있는 가상 융합 경제시스템 등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신수민 기자 shin.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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