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왕, 인종·종교 다양성 반영 ‘신앙의 수호자’ 서약한다

짐 불리(Jim Bulley) 2023. 4. 29.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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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영국 찰스 국왕 대관식
찰스 영국 국왕의 대관식이 오는 5월 6일 런던 웨스트민스트 사원에서 열린다. 대관식을 앞두고 귀족 에드워드 피츠앨런 하워드는 무척 바빠질 예정이다. 그는 현재 ‘노퍽의 공작’으로 영국에서 왕실 다음 가는 고위 귀족이다. 에드워드 피츠앨런 하워드는 2002년 선친이 작고한 이후 지난 20년간 ‘얼 마셜 백작’이라는 직책도 갖고 있었다. 공작은 속한 가문을 나타내는 타이틀이지만 백작은 백작으로서 해야 할 별도의 업무를 갖고 있다. 하지만 에드워드 피츠앨런 하워드가 백작으로서 해야 할 업무는 지금까지는 없었다.

지난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서거로 모든 상황이 바뀌었다. 이전까지만 해도 영국 국민 대다수가 들어본 적이 없던 에드워드 피츠앨런 하워드 백작은 국왕의 대관식이나 장례식 등 주요 국가 행사를 직접 주관하는 국무장관 중 하나로 영국 국민 앞에 서게 됐다. 그의 아버지인 마일스 피츠앨런 하워드는 1975년부터 2002년까지 백작으로 재직했는데 그 기간 단 한 번도 국왕의 대관식이나 장례식을 주관할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아들인 에드워드 피츠앨런 하워드는 1년 안에 두 행사를 모두 치러야 하는 의무를 맡게 된 것이다.

찰스왕, 법과 영국 국교 수호 선서 예정

찰스 영국 국왕의 대관식이 오는 5월 6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열린다. [AFP=연합뉴스]
영국 귀족 중 가장 높은 지위임에도 불구하고 에드워드 피츠앨런 하워드는 영국에서 잘 알려진 인물은 아니었다. 왕실의 저명한 멤버가 아닌 이상 보통의 귀족은 유명 인사가 아니다. 지난 몇십 년간 국가적인 대관식이나 장례식이 없었기 때문에 얼 마셜 백작과 같은 인물의 역할은 대부분의 사람에게서 잊혔다.

이 때문에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장에서 예복을 입은 에드워드 피츠앨런 하워드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많은 사람에게 놀라움을 던져 줬다. 장례식과 대관식 외에 얼 마셜 백작의 또 다른 업무 중 하나는 의회를 시작하는 것이다. 이는 의회 시즌의 시작을 기념하는 공식적인 행사다. 비록 많은 사람이 보는 행사는 아니지만 행사에 보통 왕이나 여왕이 참석한다.

갑자기 영국 역사상 가장 큰 두 개의 행사를 주관하게 된 에드워드 피츠앨런 하워드는 누구일까. 피츠앨런 하워드 가문은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귀족 가문 중 하나로 에드워드 1세의 후손이다. 제18대 노퍽 공작으로 올해 65세인 그는 영국 웨스트서섹스에 있는 노퍽 공작 가문 소유인 아룬델성에 살고 있다. 10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이 건물에 사는 노퍽 공작 가문은 오랫동안 영국 왕실과 가까이 지내왔다.

찰스 국왕이 대관식에서 쓰게 될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 왕관. [AFP=연합뉴스]
피츠앨런 하워드 가문은 가톨릭 가문이다. 노퍽 공작은 영국에서 성직자를 제외하고 가장 높은 지위에 있는 가톨릭 신자다. 영국에서는 가톨릭과 개신교 간의 오랜 갈등으로 인해 왕실 구성원이 가톨릭 신자가 될 수 없기 때문에 영국 왕실을 대신해 새 교황 임명 등의 행사에 참석하는 것은 노퍽 공작이다.

얼 마셜 백작은 대관식 관련 역할을 맡은 12명의 귀족 중 한 명이다. 사실 그의 주요 역할은 행사를 계획하는 것이다. 원래 대관식은 영국 군주에게 필수적인 행사였지만 지금은 의례적인 행사다. 실제로는 전임자가 사망한 순간부터 국왕이 되지만, 대관식이라는 표현이 14세기 이래로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여전히 의식 중에 왕이나 왕비가 되는 것처럼 표현되고 있다.

대관식은 엄숙하고 종교적이며 상징성이 가득한 행사다. 찰스 국왕은 법과 영국 국교를 수호하겠다고 선서할 예정이다. 찰스 국왕은 에드워드 왕의 의자로 알려진 역사적인 대관식 의자에 앉아 전 세계 성공회의 영적 지도자인 캔터베리 대주교로부터 예루살렘에서 봉헌된 성유를 바르게 된다. 또한 찰스 국왕은 왕관 보석의 일부이며 국왕의 힘, 권위와 의무, 하나님의 권능을 상징하는 크고 화려한 황금 구슬, 왕홀, 칼, 반지 등을 선물로 받게 된다.

대주교는 과거 대관식에 사용됐던 무거운 세인트 에드워드 왕관을 찰스 국왕의 머리에 씌울 것이다. 찰스 국왕뿐 아니라 그의 아내 카밀라도 왕비로서 작은 대관식을 치를 예정이다. 찰스 국왕은 기존과 다른 왕관인 임페리얼 스테이트 크라운을 쓰고 웨스트민스트 사원을 떠나게 된다.

찰스 국왕의 아내 카밀라도 5월 6일 왕비 대관식을 치른다. [로이터=연합뉴스]
이전과 달리 이번 대관식은 현대 영국의 인종적 다양성을 반영하기 위해 다양한 종교와 지역사회 집단을 대표할 수 있도록 했다. 찰스 국왕은 대관식 선서에서 여전히 ‘신앙의 수호자’가 될 것을 서약할 예정이지만, 궁전 보좌관과 교회 관계자들은 국왕이 모든 종교를 섬긴다는 것을 알릴 수 있는 문구를 추가할 계획이다.

1953년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대관식에는 129개국에서 8000명 이상의 하객이 웨스트민스터 사원을 방문했다. 하지만 이번 찰스 국왕 대관식은 보건과 안전상의 제한을 고려해 하객 수를 2000명으로 제한할 예정이다. 따라서 기존과 다르게 소수의 의원과 귀족만 대관식에 초청됐다. 대신 버킹엄궁전에 초청된 1250명 이상의 자원봉사자와 젊은이들이 대관식이나 주변 행사에 참여할 수 있게 된다.

대관식 좌석 배치도 보통 얼 마셜 백작 책임 하에 있지만, 에드워드 피츠앨런 하워드가 직접 관여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왕실, 귀족과 관련된 모든 행사에는 다양한 의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관식과 같은 행사의 좌석 배치는 매우 복잡하다. 특히 최근 해리 왕자가 대관식에 참석할 예정이어서 좌석 배치는 더욱 어려워졌다. 해리 왕자는 왕실의 직계 구성원이자 왕위 계승 서열 5위이지만 현직 왕족은 아니기 때문에 대관식에서의 그의 자리를 결정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며 아버지 찰스 국왕이 직접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얼 마셜 백작을 제외한 다른 귀족들은 주로 행렬 중에 특정 물품을 운반하거나 왕의 뒤에서 걸을 수 있는 태생적 권리를 가진다. ‘그레이트 체임벌린’은 유일하게 얼 마셜 백작보다 더 높은 고위직이다. 이 직책은 3개의 가문에 주어지는데, 새로운 왕이나 여왕이 취임할 때마다 세 가문의 대표자가 번갈아 가며 이 직책을 맡는다.

루퍼트 캐링턴, 그레이트 체임벌린 역할

이번 대관식에서 그레이트 체임벌린으로서의 역할은 루퍼트 캐링턴 7대 남작인 루퍼트 캐링턴이 맡고 있다. 찰스 국왕에게 왕관 등 대관식에 필요한 물건들을 전해 주고, 찰스 국왕이 대관식 의복 입는 것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국정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역할은 아니지만 대관식 기간 에드워드 피츠앨런 하워드보다도 훨씬 더 눈에 잘 띌 것이다.

또 다른 고위직인 제24대 에롤 백작 멀린 헤이 경무관도 대관식에서 눈에 띄는 역할을 맡게 된다. 헤이 경무관은 국왕 근위대의 의전 사령관으로, 대관식 동안 칼이나 은색 지휘봉을 들고 국왕 바로 뒤에서 행진할 예정이다.

대관식에 참여하는 다른 대부분의 관리는 행렬 중에 물건을 운반하는 일을 담당한다. 대개는 가문에서 전해 내려오는 일로 두햄 주교와 배스 앤 웰스 주교는 대관식 동안 왕의 조력자 역할을 하고, 런던을 둘러싸고 있는 고대 항구 5곳을 대표하는 관리로 선출된 친퀘 포트 남작처럼 역사적 명성을 가진 직책을 맡고 있는 사람도 있다.

이번 대관식이 끝나면 찰스 왕세자의 장례식이나 다음 대관식과 같은 또 다른 국가적인 행사가 있기 전까지는 이 모든 세습 관료와 국가 관료들의 역할은 한동안 없을 예정이다. 이런 국가적 주요 행사가 있는 시기가 아니면 그들은 대부분 평범한 직업을 유지하거나 피츠앨런 하워드, 캐링턴, 헤이의 경우 가족의 광대한 영지를 관리하며 시간을 보낼 예정이다.

※번역:유진실

짐 불리 코리아중앙데일리 에디터 jim.bull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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