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버거로 매출 100억에서 3년만에 천억으로 키운 이 남자 [남돈남산]
‘노티드’, ‘다운타우너’ 등 외식 브랜드 11개 운영
노티드, 하루 평균 5만개 팔리는 도넛으로 유명
알토스벤처스 등 300억 투자 유치…해외 진출 도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죽기 전에 꼭 먹어봐야 하는 인생 도넛’이라고 입소문 나면서 사먹으려면 최소 수십분 이상 줄서야 하는 도넛. 2018년 10월 혜성처럼 등장해 젊은 여성들 사이에 특히 인기 있는 도넛 ‘노티드(knotted)’이다.
한국은 식문화가 유행에 매우 민감한 데다 소비자들의 입맛도 까다로워서 외식업체가 성공하기 굉장히 힘든 나라로 유명하다. 반짝 주목받을 수 있지만 대중에게 지속적으로 사랑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출시 이후 1, 2년 만에 사라진 국내외 외식 브랜드도 많다. 이 같은 한국 외식 시장에서 약 5년 동안 지속적으로 성장해온 도넛 브랜드가 바로 ‘노티드’이다.
올해 3월 31일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잠실 롯데월드몰 ‘노티드월드점’ 개관 당일 약 1000명이 줄서서 대기하며 입장이 조기 마감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반적인 외식 브랜드와 달리 가맹점 없이 직영 매장으로만 19개(4월말 기준, 팝업스토어 제외)를 운영 중인 노티드가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는 비결이 뭘까.
노티드를 소유한 기업은 최근 외식 업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업으로 부상한 ‘지에프에프지(GFFG)’이다. 2015년 이준범 GFFG 대표가 ‘좋은 음식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설립한 기업으로, GFFG는 ‘굿 푸드 포 굿(Good food for good)’의 약자이다.
GFFG는 노티드(도넛), 다운타우너(수제 버거), 리틀넥(브런치), 호족반(퓨전 한식), 클랩피자(피자), 웍셔너리(퓨전 중식), 애니오케이션(베이글), 키마스시(초밥), 오픈엔드 위스키바(술), 미뉴트 빠삐용(츄러스), 베이커리 블레어(빵) 등 총 11개 브랜드를 지닌 외식 기업으로, 지난해 약 1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2019년 매출이 100억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며 불과 3년 만에 약 10배 성장한 셈이다. 올해 목표 매출액은 1300억원이다.
이달 말 기준 브랜드 11개의 매장 수(팝업스토어 제외)는 노티드 19개, 다운타우너 8개, 리틀넥 2개, 클랩피자 2개, 나머지 브랜드는 각각 1개씩으로 약 40개에 달한다.
11개 브랜드 중 매출액 비중이 가장 큰 브랜드는 노티드로, 지난해 GFFG 매출의 60%가량이 노티드에서 나왔다. 두 번째로 비중이 큰 브랜드는 다운타우너로, 약 20%를 차지했다. 이준범 GFFG의 대표를 만나 노티드의 인기 비결과 전략, GFFG의 목표 등에 관해 들어봤다.
노티드 매장에 가보면 인테리어부터 평범한 도넛 가게와는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처음 노티드 매장을 방문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서 매장 곳곳을 촬영한다. 핑크색, 노란색 등 화사한 색상이 어우러진 인테리어 덕분에 매장에 들어오면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기 때문이다.
슈가베어 인형, 크림버니 인형, 스마일파우치, 레인보우 목 쿠션, 우산, 피크닉매트, 스마일코스터 등 다양한 상품(굿즈)도 곳곳에 있어 볼거리도 풍성하다.
이 대표는 “색연필로 색칠하며 놀 수 있는 컬러링북, 노티드 캐릭터인 스마일 캐릭터가 새겨진 여러 색상의 스티커 등이 매장에 마련돼 있어 도넛을 먹다가 마치 어린이가 된 것처럼 놀 수도 있다”며 “노티드가 출발할 때 타깃 고객이 2030세대였는데, 아이들이 노티드에 와도 심심하지 않다고 알려지면서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오는 부모들, 할머니, 할아버지도 많아져서 지금은 거의 전 연령대가 노티드에 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티드는 2017년 출발할 때 조각 케이크 포장 판매(테이크아웃) 전문점이었다. 케이크는 잘 팔렸지만 매출액의 변동성이 심했다. 케이크를 구입한 고객들 중에 이동하면서 케이크가 망가졌다며 환불을 요청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 대표는 “1년 8개월 동안 케이크 테이크아웃 중심으로 매장을 운영했지만 적자가 심해졌다”며 “당시에 이미 노티드 크림을 좋아하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아이템을 도넛으로 바꿔 2018년 10월 노티드 도넛을 선보였다”고 전했다.
노티드 팬들이 많아지면서 GFFG는 올해 노티드 굿즈 매출액을 지난해(20억원)보다 5배 증가한 100억원으로 잡았다. 한 발 더 나아가 지식재산권(IP) 사업도 확대한다.
이 대표는 “노티드 캐릭터들의 정체성 확립과 관계성, 세계관 구축, 디자인 다각화 등을 재정비 중”이라며 “캐릭터들의 세계관이 확정되면 다양한 팝업스토어, 다양한 브랜드와 산업과의 협업, 다양한 상품을 개발할 예정이고, 애니메이션 등 콘텐츠를 제작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노티드 내부 시스템 안정화에도 힘쓸 계획이다.
이 대표는 “올해는 노티드 매장 수를 늘리는 전략보다는 고객들이 노티드에서 불편하다고 여기는 부분을 개선하는 데 더욱 주력할 것”이라며 “앞으로 노티드 매장 규모도 80평 이상 대형 매장 중심으로 운영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수제 버거가 보기에는 좋지만 막상 먹으려고 하면 입으로 베어 먹기가 힘들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칼로 버거를 썰어 먹는다. 하지만 버거를 제대로 맛보려면 재료를 다 같이 한 번에 먹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버거를 세운 후 손에 들고 먹으면 될 것 같아서 종이에 버거를 싼 후 이를 다시 명함상자에 넣었는데, 고객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해외 유명한 버거 브랜드들이 몇 년 새 하나, 둘 우리나라에 속속 진출하면서 더욱 치열해진 버거 시장에서 다운타우너가 명맥을 이어가는 비결에 대해 이 대표는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브랜드에 반영한 결과”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버거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맛은 기본이고, 같은 재료라도 색다르게 접근하는 게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다운타우너 버거 중에 아보카도 버거가 있는데, 고객들이 봤을 때 아보카도가 더 시각적으로 맛있게 보이도록 아보카도 위치도 세심하게 고민하고 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갈릭 프라이즈’ 메뉴가 처음에는 미국에서 파는 방식대로 버터에 마늘을 끓여서 감자튀김과 버무려서 만들었는데, 마늘 향이 너무 강해서 여자 친구와 헤어질 뻔했다는 고객의 반응을 보고 바로 개선했다”며 “마늘을 줄이고 감자튀김 위에 마요네즈를 활용한 소스를 대량 올렸더니 고객 호응이 매우 좋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후 2014년 다운타우너의 전신인 수제 버거 브랜드 ‘오베이(5BEY)’를 내고 버거 사업에 뛰어들었다.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버거 사업에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는 그의 열정을 모아 2016년 다운타우너를 선보였다.
알토스벤처스는 국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토스’로 유명한 비바리퍼블리카, 중고 물품 거래앱 ‘당근마켓’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당근마켓, 온라인 거래 최강자로 부상한 쿠팡 등에 투자한 미국 벤처캐피털이다.
GFFG는 이번 투자 유치를 계기로 해외 시장 개척, 노티드를 중심으로 한 IP 사업 강화, 기업화 작업에 나선다. GFFG는 도넛 브랜드 ‘노티드’, 퓨전 한식 브랜드 ‘호족반’의 해외 진출부터 도전할 계획이다. 미국에 이미 3개의 법인도 설립했다. 기업 성장을 위해 기업 공개(IPO) 전략도 고려하고 있다.
“GFFG가 지금까지 우리나라 시장에서 활동하고, 우리나라에서만 브랜드를 키우는데 주력했어요. 한국에만 집중하지 않고 세계에서 인정받는 한국의 외식 브랜드로 키우고 싶어요. 우리나라 외식 브랜드 중에 세계인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가 별로 없는데, GFFG가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GFFG는 외식기업을 넘어 세계적인 ‘푸드 앤드 라이프스타일(food and lifestyle)’ 기업 즉 사람들의 식생활 개선까지 넘나드는 기업으로 진화하겠습니다.”
신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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