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돈이 되는 건 따로 있다”...세계 최고 가치 자랑하는 이 기업의 전략 [홍키자의 빅테크]
“골드러시에는 금맥을 찾지 말고 청바지를 팔아라.”
1848년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됐습니다. 이곳은 말 그대로 대박이 났죠. 금을 직접 캘 수 있다는 생각에 전국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지금의 샌프란시스코가 미국의 주요 대도시로 거듭나게 된 시발점이 바로 그때입니다. 하지만 금을 찾아 몰려들었던 수많은 사람들은 모두 돈을 벌었을까요?
“인공지능(AI)의 ‘아이폰 모먼트’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꾸준히 나온 얘깁니다. 2007년 출시된 아이폰이 스마트폰 혁명을 일으켜 전 세계를 스마트폰의 시대로 변화하게 한 것처럼, 멀게만 느껴졌던 AI의 진화가 일상에 본격 녹아드는 시점이 도래했다는 얘깁니다. 윈도우로 전 세계를 석권한 ‘왕년의 빅테크’ 마이크로소프트와 안드로이드로 스마트폰 운영체제의 한 축을 평정한 구글의 대결이 펼쳐지고 있죠.
하지만 AI의 일상으로 들어오는 이 순간, 골드러시의 순간에 청바지를 팔고 있는 기업을 주목해야 합니다. 승자와 패자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청바지를 팔고 있는 기업. 바로 엔비디아(NVIDIA)입니다. 반도체 시가총액 세계 1위 기업인 엔비디아가 새로운 도약의 시기를 맞았습니다.
엔비디아는 GPU 시장의 80%를 차지하는 사실상의 독점기업입니다. GPU는 챗GPT와 같은 AI의 두뇌 역할을 합니다. 최근 AI열풍을 일으킨 ‘챗GPT’에도 1만개가 넘는 엔비디아 GPU ’A100’ 모델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너무 익숙한 2016년의 알파고의 딥러닝 기술이 바로 GPU로 구현된 겁니다.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결에서 딱 한번 졌던 알파고에는 1920개의 CPU(중앙처리장치)와 280개의 GPU가 사용됐죠.
대화형 AI인 챗GPT가 인간처럼 판단하고 말하기 위해서는 방대한 영역을 미리 학습해야하죠. 검색엔진의 결과와 논문, 뉴스 등 기록물을 읽어들이려고 할 겁니다. 그때 GPU가 그와 같은 역할이 가능하도록 기술적으로 백업해준다는 얘깁니다. 고도화된 연산을 하면서도 발열을 버티는 칩이 필요한 것입니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이 우리가 묻는 말에 좀 더 척척 대답을 잘하게 만들려면 더 많은 엔비디아의 그래픽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MS와 구글이 자신들이 직접 AI 칩을 만드는 게 더 효율적일지, 엔비디아의 칩을 가져다 기술을 고도화하는 게 더 효율적일지 따져보겠지만, 어찌됐든 엔비디아는 당분간 GPU 팔아서 계속 돈을 번다는 얘깁니다. 더 성능 좋은 GPU를 개발하는 것은 별도로 진행할 테고요.
지난해 4분기는 그 결과가 고스란히 반영됐습니다. 반도체 업황이 악화됐음에도 지난해 4분기 호실적을 냈습니다. 매출은 60억5100만달러(7조 8800억원), 순이익은 14억1400만달러(1조 8400억원)를 각각 기록했는데요. 물론 매출과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각각 21%, 53%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시장 예상치인 매출 60억달러를 상회하는 실적이었죠.
AI 반도체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입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담당하는 데이터 사업부문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35억2000만달러(4조7160억원)로 전년동기 대비 11%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9억6800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263%나 매출이 급증한 겁니다. 해
해가 갈수록 AI반도체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더 커질수밖에 없습니다. 인공지능 챗봇을 포함해, 자율주행, 로보틱스, 데이터센터 등 AI기반 서비스가 확산될수록 AI반도체 수요는 치솟을 겁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 규모는 444억달러로 전년 대비 27.8% 성장했고, 2026년에는 861억달러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3~4년 내로 2배 더 성장하는 겁니다.
구글과 MS가 자체 AI칩을 만들고 있죠. MS만해도 2019년부터 코드명 ‘아테나’라는 이름으로 AI 칩을 개발 중이라고 전해집니다. 하지만 엔비디아가 만들어둔 철옹성에 대적하기는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지난달 2023 GTC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작년 말에 출시된 ChatGPT는 거의 순식간에 주류가 되어 1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끌어들여 역사상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애플리케이션이 됐다”며 “챗GPT는 시작에 불과하고, 우리는 AI의 아이폰 순간에 있습니다(The iPhone moment of AI)”라고 비유했습니다.
올해 실적 전망도 밝습니다. 업계서는 엔비디아가 지난 1분기 시장 예상치인 63억5000만달러(8조 2500억원)보다 높은 65억달러(8조 4500억원)의 매출을 거뒀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죠.
그는 ‘컴퓨팅의 미래’란 주제로 진행한 기조연설에서 AI와 딥러닝 관련 기술과 제품을 소개했습니다. 젠슨 황 CEO는 “우리는 딥러닝에 올인하고 있다. 딥러닝에 사용되는 그래픽처리장치의 발전 속도는 반도체 성능이 2년마다 두 배로 증가한다는 ‘무어의 법칙’을 훨씬 능가하고 있다”고 했죠. AI 성능 개선을 위해서는 대량의 데이터가 필요하고, 많은 양의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려면 칩 성능이 뒷받침 되어야 하죠. 딥러닝 작업에 활용하는 엔비디아의 GPU 제품은 당시 단 6개월 만에 이전 세대보다 10배의 성능 개선을 이뤘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후 엔비디아는 무서울 정도로 AI에 투자합니다. AI 처리를 위해서는 반도체들이 밀집된 데이터센터가 필수적인데요. 엔비디아는 그들을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깨닫고 2019년 3월 69억달러에 네트워크 회사 멜라녹스를 인수합니다. 학술적인 조사를 위한 연구소도 운영해 AI 성능을 고도화하는 방법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2021년 4월, 엔비디아는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를 열고 무려 16개의 AI 관련 기술을 소개했습니다. 인공지능 하드웨어 6가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7가지, 그리고 자율주행 솔루션 3가지 기술을 발표했습니다. 그 중 대화형 AI 음성비서 서비스인 ‘자비스(Jarvis)’를 상용화한 게 눈에 띕니다. 대규모 AI 솔루션을 발표한 엔비디아 행보는 ‘AI 시대가 온다’는 젠슨 황 CEO의 확고한 미래 인식에 기반합니다.
2023년, GPT 열풍에 올라탄 엔비디아를 GPU 회사로만 보면 하나만 보고 있는 것일 수 있습니다.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데이터센터가 필요하고,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데도 엔비디아의 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전 세계에서 매일 생성되는 데이터의 양은 3년 후인 2025년에는 463엑사바이트 수준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인류가 지난 3000년간 쌓은 데이터 양이 5엑사바이트고, 이는 미국 국회도서관이 보유한 데이터의 5000배에 달하는 엄청난 양입니다. 463엑사바이트 수준의 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반도체를 누가 만들어낼까요? 그 시장을 주도할 자는 누구일까요?
골드러시 때는 청바지를 파는 사람이 돈을 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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