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추진 20년도 더 됐는데...아직 삽도 못 뜬 지역이 수두룩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3. 4. 29.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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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2]
길고 복잡한 재건축 절차 쉽게보기

‘재건축은 아무리 빨라도 10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재건축하면 떠오르는 대표 단지인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는 무려 1996년부터 사업을 추진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먼 상황입니다.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짓는데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걸까요.

주요 원인 중 하나로는 길고 복잡한 절차가 꼽힙니다. 절차는 크게 ‘안전진단→정비구역 지정→조합설립인가→사업시행계획인가→관리처분계획인가 →철거 및 착공’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는 강남구 노후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절차를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현재 강남구에서 재건축을 추진 중인 단지가 51곳에 달하거든요.

1. 안전진단
국토교통부 시행령에 따르면 지어진 지 30년이 넘은 건축물은 재건축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30년 연한을 넘겼다고 무조건 재건축이 되는 건 아닙니다. 아파트가 구조적으로 안전한지, 살기 불편할 정도로 낡았는지를 따져보는 ‘안전진단’을 받아야 합니다. 무분별한 재건축은 막겠다는 취지에요.
서울 강남구 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 출처 = 연합뉴스]
안전진단 결과 A~C등급을 받으면 재건축이 불가능합니다. D등급은 조건부 재건축 판정입니다. 이때는 시장•군수•구청장이 2차 정밀안전진단을 할지 여부를 결정합니다. 이들이 2차 안전진단이 필요 없다고 결론 내리면 재건축이 가능해집니다. E등급을 받으면 이런 절차 없이 바로 재건축을 할 수 있습니다.

강남구에 따르면 현재 안전진단을 추진하는 단지는 총 12곳입니다. △청담현대2차 △일원목련타운 △수서까치마을 △일원상록수 △일원가람 △일원청솔빌리지 △수서동익 △수서신동아 △수서1단지 △수서한아름 △수서삼익 등입니다. 최근에는 도곡동 ‘도곡한신’ 아파트도 안전진단을 신청했습니다.

2. 정비계획 수립, 정비구역 지정
안전진단이란 재건축 첫 관문을 넘었다면 다음으론 ‘정비계획’을 수립해야 합니다. 새 아파트의 총 가구수는 어떻게 할지, 최고 층수는 몇 층으로 할지 등 기본적인 계획안을 짜는 단계입니다. 보통 주민들이 계획안을 마련해 관할구청에 입안을 제안합니다.
정비계획안을 마련 중인 서울 강남구 대치미도아파트 전경
이때 토지 등 소유자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합니다. 문제는 계획안을 놓고 주민들 간 갈등이 불거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래 아파트에 대한 바램이 저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죠. 갈등이 심해지면 사업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됩니다.

별다른 이견 없이 동의가 모였다면 이젠 입안권자가 일을 할 차례입니다. 입안권자란 특별자치시장•특별자치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을 의미합니다. 강남 주민이 제안한 청사진을 토대로 강남구청장이 구체적인 정비계획을 수립하고 주민설명회, 공람 등 절차를 밟는 겁니다.

현재 이 단계에 있는 단지는 총 13곳 입니다. △논현동현 △청담삼성진흥 △도곡우성 △개포우성 1•2차 △대치선경 △대치미도 △개포우성8차 △개포현대3차 △개포경남 △개포우성3차 △개포현대1차 △개포현대2차 등이 대상입니다.

지난해 10월 정비구역 지정을 받은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 전경
이후 정비계획안은 서울시로 보내집니다. 그럼 서울시는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정비계획안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이런저런 개선을 요구할 때도 있어요. 무난히 이 단계를 넘었다면 “정비계획 결정 및 정비구역 지정이 됐다”고 표현합니다.

은마아파트가 지난해 10월 서울시 심의 문턱을 넘고 정비구역 지정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상당한 화제를 모았죠. △도곡삼익 △개포우성4차 △개포우성6차 △개포우성7차 아파트도 은마아파트와 비슷한 상황입니다.

3. 조합설립인가
다음은 재건축 사업을 이끌 ‘조합’을 설립하는 단계입니다. 조합을 설립하려면 아파트 각 동 별로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101동, 102동, 103동이 있다면 각각 동에 속한 집주인 절반 이상이 동의를 해야 한단 겁니다. 동시에 전체 단지 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동의가 필요합니다. 주민들 사이에 갈등이 있다면 조합이 만들어지기 어렵겠지요.
응봉산에서 바라본 압구정동 일대 모습.
조합이 설립돼 있는 강남 아파트 단지는 총 7곳 입니다. △현대9•11•12차(압구정2구역) △현대1~7•10•13•14차(압구정3구역) △현대8차, 한양3•4•6차(압구정4구역) △한양1•2차(압구정5구역) △한양7차(압구정6구역) △개포주공5단지 △개포주공6•7단지 등입니다.

오는 7월부터는 서울에서도 조합을 설립한 직후 시공사를 선정하는 게 가능해집니다. 강남 주요 사업장에선 시공사들의 치열한 수주전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4. 사업시행계획인가
시공사가 선정된 후에는 계획안을 다듬고 또 다듬는 절차를 거칩니다. 새 아파트 단지의 건축 설계가 제대로 됐는지, 도시 미관을 해치지 않는지, 건축법에 위배되는 건 없는지 살펴보는 절차를 ‘건축 심의’라고 합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안전•환경•교통•재해•교육 등에 대한 영향 평가를 하나하나 받아야 합니다. 침수 피해가 없는지, 학교는 가까운지, 일대 교통 문제가 생기는 건 아닌지 당연히 따져봐야겠죠. 그래서 이 과정을 거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립니다.

대치쌍용1차 아파트의 전경.
건축심의와 각종 평가를 마쳤다면 조합은 ‘사업시행계획’을 수립합니다. 굉장히 구체적인 계획안을 짜는 것입니다. 조합원 절반 이상이 이 계획에 찬성하면 시장•군수•구청장 등에게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신청하게 됩니다.

사업시행계획인가 승인을 받았다면 재건축 사업이 무산될 가능성은 현저하게 낮아집니다. 사업시행인가를 ‘재건축 7부 능선’이라 부르는 이유입니다. 이 능선을 넘은 강남 단지는 총 5곳입니다. △대치쌍용1차 △대치쌍용2차 △대치우성1차 △도곡개포한신 △일원개포한신 등입니다.

5. 관리처분계획인가
구체적인 계획안이 마련됐으니 이젠 조합원들이 분양을 신청할 차례입니다. 조합원 분양이 끝나고 나면 신청 현황을 토대로 ‘관리처분계획’을 세웁니다. 관리처분계획 역시 조합원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이 단계에선 재건축 사업을 함에 따라 총 얼마가 들어가는지 구체적인 산정액이 나옵니다. 조합원이 얼마씩을 분담해야 하는지 알게 되는 거죠. 이후 시장, 군수, 구청장에게 조합원들이 일반분양이 가능한 남은 물량을 알리고 인가를 받습니다.

청담삼익아파트 2021년 터다지기 공사 모습.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다면 드디어 건축물 철거가 가능하게 됩니다. 그래서 관리처분계획인가는 ‘재건축 9부 능선’이라고 표현됩니다. 현재 강남구에서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곳은 △은하수와 △도곡삼호 2개 단지입니다. 이 다음부턴 드디어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됩니다. 현재 강남구에서 착공 신고를 한 단지는 5곳 입니다. △청담삼익 △홍실 △대치구마을 1지구 △대치구마을 3지구 △개포주공1단지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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