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한은 ‘정권의 종말’ 바이든의 경고 성찰하길

2023. 4. 29.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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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으로부터 돈 매클린의 친필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로 받고 환하게 웃고 있다. [AP=연합뉴스]


한·미 70년 동맹 재확인, 한국형 핵우산 강화


핵, 더는 김정은 정권의 보검이 될 수 없어


핵 경쟁 포기하고 대화로 나와 결자해지 하길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하고 미 군사력의 심장인 국방부(펜타곤) 군지휘통제센터(NMCC)를 찾았다. 70년을 맞은 한·미 동맹의 견고함을 확인하고, 양국의 군사·안보 협력을 점검하는 자리였다.

윤 대통령은 500여 명의 미 의회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설에서 “레이건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있으며,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는 것을 북한에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고 강조해 박수를 받았다.

보스턴으로 이동한 윤 대통령은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정책 연설을 한 뒤 5박 7일간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내일(30일) 귀국한다. 윤 대통령의 방미는 북한 핵 위협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졌다. 양국은 확장억제 대책 강화 방안을 논의했고, 정상회담 공동성명과 별도로 워싱턴 선언(Washington Declaration)을 발표했다. 양자 협의 기구인 핵 협의그룹(NGC) 창설과 핵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전략폭격기 등 미군의 전략 자산을 한반도에 정기적으로 배치하는 내용이 골자다.

‘한국형 핵우산’(확장 억지)으로 불리는 워싱턴 선언이 효과를 내려면 북한이 겁을 먹고 핵 사용을 주저토록 하는 수준이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워싱턴 선언은 다소 미흡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 직후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나온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고를 북한은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이 미국이나 동맹, 파트너에 핵 공격을 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으며(unacceptable), 그러한 행동을 취한다면 어떤 정권이든 종말(end of regime)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기존 미국 고위 인사들이 북한의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언급한 적은 있지만, 종말이라는 표현은 이보다 훨씬 강력한 대북 경고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2년 연두교서에서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2014년 한국을 방문해 “핵무기 개발은 북한을 더욱 고립시킬 뿐”이라고 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두 차례의 회담을 하기 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정권을 “문명 세계, 국제 평화와 안정에 대한 위협”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김 위원장을 ‘꼬마 로켓맨’으로 칭하며 “크고 강력한 핵 단추가 있다”며 응수한 적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런 선례보다 훨씬 높은 수위의 경고성 메시지를 선택한 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지속해서 발사하는 등 북한의 핵 위협이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에도 현실로 다가온 탓이다.

국제정치에서 ‘안보 딜레마’라는 용어가 있다. 한 나라가 안전을 위해 군사력을 증강하는 행동이 주변 국가의 불안감을 자극해 도리어 자국의 안보 불안을 키운다는 뜻이다. 1980년대 미국에 맞서 핵과 우주 전쟁 등 군비 경쟁에 몰두하던 옛 소련 체제는 결국 해체됐다. 북한이 자위의 명목으로 핵 개발에 열을 올리지만, 핵은 북한 인민의 행복도 김정은 정권의 안전도 결코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절대무기라는 핵은 함부로 사용하면 모두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요물’이다. 국제기구 본부가 많이 있는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 위원장은 미국과 관계 개선을 통해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 살길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안보 딜레마를 야기한 북한은 결자해지 차원에서 대화로 돌아와야 한다. 핵은 더는 북한의 보검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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