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부패는 성장 스테로이드?
위엔위엔앙 지음
양영빈 옮김
한겨레출판
저자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정치학과 교수다. 중국의 정치경제와 글로벌 영향력 분야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이 신간의 부제는 ‘부패의 역설이 완성한 중국의 도금시대(鍍金時代, Gilded Age)’. 저자는 지금의 중국을 미국의 도금시대(1870~1900)에 빗댄다.
그의 주장은 도발적이고 흥미롭다. 부패가 성장을 방해한다는 관념에 문제를 제기하고, 중국의 부패는 성장을 위한 스테로이드라는 주장을 편다. 부패는 무조건 나쁘다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한다.
그에 따르면 중국에는 바늘도둑, 소도둑, 급행료, 인허가료 등 4가지 부패 유형이 있다. 그중 인허가료 형태의 부패가 지배적이라고 분석한다. 인허가료는 장기적으로 경제적 위험을 초래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민간 영역의 사업과 투자를 방해하지 않는다고 본다. 러시아와 달리 중국에서는 성장을 직접 저해하는 부패 수준은 낮다. 저자는 중국의 성장과 더불어 부패의 양상과 유형이 시대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소개한다. 관료의 약탈은 줄어들고 대가성 뇌물이 늘었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뇌물을 ‘교환을 동반한 부패’로, 횡령과 공금 유용은 ‘도둑질에 기반을 둔 부패’로 분류했다. 후자가 전자보다 경제에 더욱 직접적인 악영향을 준다고 본다.
그는 “부패는 항상 경제 성장을 방해한다는 주장은 과도한 단순화”라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부패한 중국이 발전할 수 있었던 이유로 성장을 덜 저해하는 인허가료 유형의 부패가 많은 점, 공무원과 기업 관계가 갈취보다는 이익공유 시스템이 확산하면서 성장 친화적 부패로 진화한 점, 성장을 저해하는 부패에 대한 국가의 감시·처벌, 지역 간 치열한 경쟁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저자는 “부패를 새롭게 봐야 중국이 보인다”고 주장한다.
장제스의 국민당은 뿌리 깊은 부패 때문에 국공내전에서 대륙의 패권을 놓쳤다. 반부패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은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인가. 아니면 도금시대 이후 개혁을 통해 진보시대로 진입한 미국을 닮아 갈까. 중국의 향후 행보가 궁금해진다.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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