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태스킹 말고 ‘딴생각’ 권하는 이유
요한 하리 지음
김하현 옮김
어크로스
요즘 직장인들은 멀티태스킹 방식으로 일하는 데 익숙하다. 독자 여러분이 지금 읽고 있는 이 서평 기사도 노트북과 휴대폰으로 각종 검색, 이메일 회신, 카톡 확인 등을 수시로 하면서 쓴 것이다.
한데 이 책에 등장하는 MIT 교수 얼 밀러의 설명에 따르면, 이런다고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은 아니란다. 우리 뇌가 동시에 할 수 있는 생각은 한두 가지뿐. 우리가 하는 멀티태스킹의 실상은 이 일 저 일 작업을 전환하며 순간순간 뇌를 재설정하는 것이란다.
여기에는 대가가 따른다. 잦은 전환은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일은 느려지고, 실수는 잦아진다. 창의력이나 지금 한 일에 대한 기억력도 떨어진다. 시험 중간중간 휴대폰 문자를 받은 학생들은 휴대폰을 끈 학생들보다 성적이 20% 낮더라는 실험 결과도 있다. 직원이든 임원이든 하루 중 방해 받지 않는 시간이나 온전히 집중하는 시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심지어 몇 십분이란 조사도 여럿이다.
특히 구글 같은 거대 IT기업의 내부자였던 이들은 저자로선 놀라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소셜미디어 등이 이용자의 주의를 끌고 이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 활용하는 기술적 장치들을 하루아침에 바꿀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IT대기업이 돈을 버는 방식인 이른바 ‘감시 자본주의’의 중단까지도 주장한다. 처음 들으면 저자가 처음에 그랬듯 의구심을 가질 법하지만, 따져보면 터무니 없는 주장만은 아니다. 인체에 유해한 납 페인트나 오존층을 파괴하는 프레온가스는 결국 사용이 중단됐다. 인간의 ‘부정 편향’을 이용해 거짓 정보를 비롯한 분노 유발 동영상을 추천하며 이용 시간을 늘리는 알고리즘의 해악이 그보다 덜하다고 단언하기 힘든 시대다.
원인이 단순하지 않은 질환이란 점에서 조심스럽긴 하지만, 저자는 미국의 가난한 동네에서 의사로 일한 전문가를 통해 ADHD 아동의 약물 처방에 대한 이야기도 전한다. 학교에서 전혀 집중을 못하던 아동이 심각한 가정 폭력의 희생자로 드러난 사건에서 보듯,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과 과각성 상태에 놓인 아동에게 약물 투여를 늘리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얘기다.
책의 설명을 빌리면, 과각성 상태는 위협적인 곰의 공격을 받는 것과 비슷하다. 주의는 온통 곰의 위협에 쏠린다. 일상적인 다른 일에 대한 주의력은 떨어진다. 책에 따르면, 분노 유발 동영상이 이용자를 각성 상태로 만들고 다른 실질적인 문제에 주의력을 떨어뜨리는 것도 비슷하게 설명할 수 있다.
저자는 수면 부족, 책을 통한 선형적 읽기 대신 화면을 통한 읽기의 확산, 초가공식품 등 집중력 저하 요인들을 다면적으로 살핀다. 주4일제를 도입한 기업, 아이들을 통제 없이 알아서 놀게 한 공동체 등 집중력 향상의 사례도 소개한다.
다년간의 탐색을 바탕으로 저자는 집중력 저하가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용자를 ‘중독’시키기 위해 IT대기업에서 수많은 전문가가 일하는 중인데, 이에 맞서 디지털 디톡스 같은 개인적 대응을 해법으로 제시하는 건 ‘잔혹한 낙관주의’라고 비판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개인적 노력도 퍽 열심이다. 잦은 전환을 막기 위해 스마트폰 사용 시간 제한 장치를 사용하는 것 등은 기본. 또 집중력에 대해 그가 당초 가졌던 생각과 달리, 뇌 전문가들의 설명을 접하면서 ‘딴생각’을 권장하게 된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서로 다른 정보를 연결해 창의력을 북돋는 등 딴생각의 효용 역시 책에 상세하게 실려 있다. 원제 Stolen Focus.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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