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진의 민감(敏感) 중국어] 영토완정

신경진 2023. 4. 29. 0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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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감중국어
최근 중국 관련 뉴스에 한국어로 번역하기 난감한 용어가 자주 나온다. 영토완정(領土完整)이란 개념이다. 완전할 완(完)과 가지런할 정(整)을 합친 ‘완정’은 한글 독음까지 중국어 발음표기와 같지만 뜻은 낯설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완전히 갖춤’과 ‘나라를 완전히 정리하여 통일함’으로 풀이했다. 중국 뉴스 속 영토완정은 두 번째 뜻이다.

지난 24일 중국 외교부 브리핑에서도 이 말이 나왔다. 러시아 타스통신 특파원의 질문. “루사예(盧沙野) 중국 주프랑스 대사가 TV에서 크림반도 귀속을 말하면서 역사상 크림은 러시아 것이라며 구소련 시기 흐루쇼프가 우크라이나에 줬다고 했다”며 중국 정부의 입장을 물었다. 마오닝(毛寧) 대변인은 “관련 문제에서 중국의 입장 변화는 없다. 각국의 주권과 독립, 영토완정을 존중한다”고 답했다. 주프랑스 중국 대사관도 곧 대변인 명의로 “우크라이나 문제에 관한 루사예 대사의 표현은 (중국의) 정책을 널리 알린 것이 아니다. 개인 관점을 밝힌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2014년 러시아가 병탄한 크림반도와 침공당한 동부지역에 대한 판단은 쏙 뺐다. 지난해 10월 13일 유엔총회에서 143개국이 찬성한 결의안 표제가 ‘우크라이나의 영토완정(Territorial integrity)’이었다. 결의안 통과 직후 볼로디미르 젤린스키 대통령은 중국어 트윗을 올렸다. “143개 국가가 역사적인 영토완정 결의를 지지해준 데 감사한다.” 단 중국은 표결에 기권했다.

중국이 영토완정을 특별히 강조하는 경우는 따로 있다. 대만 통일과 관련해서다. 2005년 ‘반(反)분열국가법’ 을 제정하면서 1조에 “영토완정을 수호하기 위해 헌법에 근거해 본 법을 제정한다”고 했다. 8조에는 대만을 중국에서 분열하려는 사실이 조성되거나, 중대한 사변이 발생하거나, 평화 통일의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졌을 경우 비(非)평화 방식 및 기타 필요한 조치로 영토완정을 수호할 수 있다고 했다. 무력도 쓰겠다는 말이다.

북한도 영토완정을 같은 뜻으로 쓴다. 지난해 9월 이른바 ‘핵 무력정책법’에서 “외부의 군사적 위협과 침략, 공격으로부터 국가 주권과 영토완정, 인민의 생명안전 수호”를 핵 무력의 사명이라고 했다. 통일을 위해 핵사용을 불사한다는 취지다.

중국과 북한은 통일 대신 영토완정을 말한다. 동사 ‘수호’까지 붙이면 공세적인 뉘앙스를 희석할 수 있어서다. 헌법에 ‘영토의 보전’만 적시한 한국은 유의할 개념이다.

신경진 베이징 총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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