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고혈압’ 4년 새 29% 증가…130/80㎜Hg 넘으면 관리를

류장훈 2023. 4. 2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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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5월은 ‘혈압 측정의 달(MMM·May Measurement Month)’이다. 질병관리청과 대한고혈압학회가 고혈압의 위험성을 알리고, 혈압 측정을 통해 ‘혈압 관리’와 ‘고혈압 조기 진단·치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자 하는 취지의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에서 고혈압학회가 매번 강조하는 것이 있다. 20~30대 고혈압 환자, 이른바 ‘젊은 고혈압’ 관리의 중요성이다.

현재 국내 젊은 고혈압 환자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보건의료빅데이터에 따르면, 20~30대 고혈압 환자는 2017년 19만5767명, 2019년 23만1692명, 2021년 25만2938명으로 증가했다. 4년 새 29.2% 늘었다. 특히 20대의 경우 각각 2만9123명, 3만6422명, 4만2048명으로 같은 기간 동안 무려 44.4%나 증가했다. 이 기간 전체 고혈압 환자 수는 16.5% 늘어나는 데 그쳤다. 체감하는 것보다 큰 증가 폭이다. 게다가 매년 이들 연령대 환자가 전체 고혈압 환자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늘고 있다.

고혈압은 관리하는 병, 완치 안 돼

고려대구로병원 심혈관센터 순환기내과 박창규 교수(대한고혈압학회장)는 “세계적으로도 젊은 고혈압 환자가 많지만 우리나라도 20~30대 환자가 계속 늘어나는 것을 진료 현장에서 체감한다”고 말했다. 인구 고령화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고 고혈압이 연령 증가에 따라 발병률이 높아지는 만성질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수치들이 의미하는 바는 더 크다. 보건당국과 학회가 젊은 고혈압을 주시하는 이유다.

젊은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는 우선 조기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질환 발생 시기가 이르다는 것은 유병 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유병 기간이 길어질수록 고혈압 합병증 발생 위험도는 높아진다. 그만큼 타격이 훨씬 크다. 박 교수는 “고혈압은 급성 증상은 없어도 혈관이 혈압이라는 공격을 받는 상태를 말하고, 이는 혈관이 연결된 모든 장기에 손상이 쌓인다는 의미”라며 “따라서 젊은 고혈압은 나이 들어 생기는 고혈압보다 나중에 심·뇌혈관 질환, 신장 질환, 관상동맥질환 등 합병증이 생길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양유정 기자 yang.yujeong@joongang.co.kr
실제로 고혈압학회에 따르면 20~30대 젊은 고혈압 환자의 질환 인지율은 19%(2022년 기준)에 그친다. 5명 중 4명이 진단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20세 이상 성인 전체의 인지율(69%)의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친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조기 진단·치료가 이뤄진다고 끝이 아니다. 고혈압은 평생 관리해야 탈이 없는 질환이다. 근데 치료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는다. 스스로 치료를 중단하는 사례가 많다. 진료를 받고 처방받은 약을 먹다가도 혈압 수치가 정상범위를 되찾으면 안심하고 약을 끊는 것이다. 박 교수는 “발병률 자체가 다른 연령대보다 낮은 데다 일상생활에 별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고, 또 약을 먹으면 정상혈압이 되다 보니 대부분 치료가 잘 되면 ‘이제 약을 안 먹어도 된다’고 착각한다”며 “그러다 나중에 갑자기 문제가 생긴다. 고혈압은 관리하는 병이지 완치되는 병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약으로 치료해야 하는 시기에 민간요법이나 건강식품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다. 직진 대신 돌아가는 길을 택하는 셈이다. 그리고 돌아가다 병을 더 키운다. 박 교수는 “건강식품 중에는 도움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효과가 미미하다”며 “환자가 효과를 과신하는 경우가 많고 약의 작용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따라서 젊은 고혈압 환자의 경우 전문의를 만나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최우선이다. 치료는 임의로 중단하지 말고 전문의의 판단과 지시에 따른다. 박 교수는 “병원에서 진료받고 전문의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는 게 중요하다”면서 “요즘에는 하루에 한 알로 혈압을 조절할 수 있는 복합제도 많이 나와 효과도 좋고 간편한 만큼 주저하지 말고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젊은 고혈압은 오히려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고혈압 진단 기준은 수축기 140㎜Hg 이상이거나 확장기(이완기) 90㎜Hg 이상인 경우다. 하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선 20~30대의 경우 고혈압 기준을 수축기 130㎜Hg 이상, 확장기 80㎜Hg 이상으로 본다. 일찍 발병한 만큼 보다 강화된 기준을 적용해 일찌감치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박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젊은 고혈압의 기준이 보다 타이트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합의가 이뤄진 사안”이라며 “젊은 사람은 좀 더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운동도 필요하다. 이왕이면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 ‘고혈압 환자는 근력 운동은 피해야 한다’는 속설이 있지만 강도가 아주 심하지만 않으면 된다. 플랭크 자세 같은 등척성 운동도 괜찮다. 단 갑작스럽게 능력치를 한참 벗어나는 무게의 근력 운동은 교감신경을 항진해 혈관 벽에 붙어 있던 플라크가 떨어져 나와 혈전이 만들어지게 할 수 있으므로 삼가도록 한다.

커피 괜찮지만, 믹스커피 멀리해야

음식은 싱겁게 먹되 칼륨이 많은 채소·과일을 기존보다 많이 챙겨 먹는 것이 좋다. ‘단짠’ 음식이나 매운 음식은 기본적으로 기름지고 나트륨 함량이 고혈압을 유발하는 만큼 멀리한다. 항간에 ‘혈압약을 먹는 사람은 포도 주스를 마시면 안 된다’는 말이 있었지만 ‘grapefruit juice(자몽주스)’를 ‘포도 주스’로 오역한 데서 생긴 대표적인 오해다. 단 자몽주스는 칼슘채널차단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만 주의하면 된다. 커피를 마시는 것도 괜찮다. 단 믹스 커피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

아직 진단받지 않은 20~30대도 평소 혈압에 관심을 갖고 일찍부터 혈압을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늦지 않게 적절한 치료를 통해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고혈압 예방을 위해선 운동과 체중 관리는 기본”이라며 “혈관 건강을 위한 평소 생활 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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