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 구단 홈피 통합 효과, KBL 입장 수입 80억 ‘고공점프’

정영재 2023. 4. 2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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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오디세이] 프로농구의 봄 이끈 ‘원 플랫폼’
남자 프로농구(KBL) 2022~23시즌의 하이라이트인 챔피언결정전(7전4선승제)이 열리고 있다. 서울 SK 나이츠와 안양 KGC 인삼공사가 두 시즌 연속 챔프전에서 만났다.

코로나19 방역 완화 후 첫 시즌, KBL은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다. 10개 경기장 입장수입이 1997년 리그 출범 이후 25년 만에 처음으로 80억원을 넘어선 것이다. 챔프전까지 합치면 85억원까지 예상한다. 총 관중 수는 코로나 이전의 70%정도 밖에 회복되지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입장수입이 사상 최고액을 찍은 것일까. ‘농구의 봄’을 다시 불러온 주역은 ‘플랫폼 통합’이었다.

객단가, 8300원서 1만2500원으로

지난 25일 경기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1차전 안양 KGC 인삼공사와 서울 SK 나이츠의 경기에서 SK의 자밀 워니가 슛을 시도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프로스포츠협회(KPSA)는 국내 5개 프로종목(축구·야구·배구·농구·골프)의 7개 기관(농구·골프는 남녀 별도)을 회원사로 거느린 기구다. 문화체육관광부의 기금을 받아 각 종목 발전을 위한 지원과 플랜을 담당한다. 2020년 KSPA는 KBL에 플랫폼 통합을 제안했다. 10개 구단이 각자 운영하는 홈페이지의 주요 기능을 KBL로 통합해 티켓 예매-판매, 홍보와 마케팅, 회원 관리, 기념품 판매 등을 진행하자는 계획이었다. 각 구단의 홈페이지는 관리 인력과 예산에 비해 운영이 프로답지 않았다.

8개월간의 작업과 시범운용을 거쳐 2020년 12월 KBL 홈페이지에 통합 DB가 구축됐다. 2021년 11월에 가입자 10만을 돌파했고, 2022년 3월 15만을 찍은 뒤 올해 4월 28일 현재 가입자 수는 27만8231명이다.

통합 DB 회원이 늘어나면서 중요한 변화가 생겼다. 유료관중 비율이 크게 오른 것이다. 회원의 기본정보(주소·나이·성별, 좋아하는 팀과 선수 등)가 쌓이면서 이들에 대한 맞춤형 마케팅이 가능해진 덕분이다. 2018~19시즌 77%였던 유료관중 비율은 5년 만에 90%를 넘어섰다. 유료관중이 늘면서 구단 모기업과 홈경기 지자체의 ‘공짜손님’이 자연스럽게 줄었다. 당연히 객단가(1인당 경기관람에 쓰는 비용)가 올라갔다. 2018~19시즌 객단가가 8338원이었는데 올 시즌은 1만2493원으로 늘었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또 하나 의미 있는 지표는 재구매율의 변화다. 처음 경기장에 가서 농구 경기를 본 관객이 다시 티켓을 사는 비율이다. 2019~20시즌에는 19%였는데 2021~22시즌때는 47%로 3시즌 만에 28%포인트나 올랐다. 이는 KBL이 회원 이탈 방지를 위해 진행한 ‘팬 생애주기 기반 정기캠페인’ 덕분이다. 회원으로 가입한 사람이 티켓을 구매했는지, 오래 휴면 상태로 있는지 등을 추적해 할인쿠폰·감사편지·이벤트 초청 등 끊임없이 혜택과 자극을 줘 농구장을 떠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다.

또 하나 괄목할 만한 변화는 온라인에서 파는 KBL과 구단 기념품 매출이다. 2020~21시즌 대비 KBL 스토어 매출이 1년 만에 1003%나 증가했다. 이는 각 구단 스타 선수 정보와 상품들이 한 곳에 모이면서 생긴 집적 효과라 볼 수 있다. KBL의 포인트 정책도 한몫 했다. 티켓을 사면 결제금액의 3%를 포인트로 주는데 이를 상품 구매에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티켓 매출이 커지면서 머천다이징 상품 시장도 성장하는 선순환이 이뤄졌다.

고객 데이터 기반 스포츠 마케팅 성과

데이터는 많이 모일수록 더 유의미한 해석이 나오는 특징이 있고, 이를 토대로 맞춤형 전략을 세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원에 사는 A회원이 9경기를 보러 갔는데 두 번이 수원 KT 홈 경기였다. 그런데 홈-원정을 통틀어 A는 서울 SK 경기를 일곱 번 봤다. KT 구단 관점에서 보면 A는 홈 경기에 두 번이나 온 KT 팬이라고 볼 수 있지만 KBL 통합 데이터로 보면 그는 KT보다는 SK의 진성 팬이다. 따라서 A에게는 SK 경기의 할인권을 선물하거나 이벤트 기회를 주는 게 효과적인 전략이 된다.

KBL 10개 구단들의 호응도 뜨겁다. 각 팀은 관람객이 휴대폰에 KBL 앱을 깔고 스마트 입장권으로 경기장에 들어오도록 유도하고 있다. 팬들의 기본 정보를 활용해 다양한 온라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기 때문이다. SK는 경기 직후 김선형·최준용 등 스타 선수가 직접 작성한 감사 문자를 팬들에게 보내고, 평일 경기 전용 3000원 할인 쿠폰을 발송하기도 한다. 창원 LG는 입장객만 응모할 수 있는 ‘오늘 경기 첫 어시스트 선수 맞히기’ 같은 이벤트를 벌여 푸짐한 선물을 준다.

최현식 KBL 마케팅팀장은 “올 시즌 프로농구는 관중 증가, 유료관중 비율 증가, 입장수익 증대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다. 그 중심에 통합마케팅 플랫폼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채종훈 프로스포츠협회 사무총장은 “프로스포츠의 마케팅은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출발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KBL의 통합 플랫폼이 보여줬다. 프로스포츠의 내실 있는 성장을 위해 문체부와 긴밀히 협의해 지원과 협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프로농구 팬이 뜨개질로 만든 공아지 캐릭터. [KBL 제공]

■ KBL 캐릭터 ‘공아지’ 최고 스타 허웅과 같은 포지션 덕에 인기

공아지
프로농구의 인기 회복과 더불어 뜨고 있는 캐릭터가 있다. KBL 프렌즈 ‘공아지(농구공+강아지·사진)’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 마스코트인 수호랑·반다비를 만든 업체에서 제작했다.

KBL은 지난해 프로농구 출범 25주년을 기념하며 농구 포지션에 맞춰 1번(포인트가드·바스래빗)부터 5번(센터·블린)까지 다섯 종류의 캐릭터를 만든 뒤 선호도 투표를 했다. 2번(슈팅가드) 공아지가 압도적인 1위를 했다. KBL 최고 스타 허웅(KCC)의 포지션이라 그를 좋아하는 팬들이 몰표를 던진 것으로 짐작된다.

KBL은 지난해 10월 경남 통영에서 열린 컵대회에서 KBL 프렌즈 인형을 오프라인으로 처음 판매했는데 가장 먼저 품절된 게 공아지였다. KBL 스토어에서 공아지 500매를 선착순으로 판매한 날은 몰려든 구매자로 인해 KBL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공아지는 순식간에 완판됐고, 한 농구 팬은 ‘공아지 인형을 산 뒤 석 달간 컵라면만 먹을 예정이다’라는 글을 남겼다.

KBL은 여세를 몰아 ‘공아지 콘테스트’를 열었다. 회원들은 그림·뜨개질·조각 등 다양한 형태로 공아지를 만든 뒤 사진을 찍어 KBL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사진들은 농구 팬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이수진 KBL 홍보팀장은 “통합 플랫폼 회원이 30만명에 육박하면서 ‘집객의 효과’를 실감하고 있다. 플랫폼 안에서 스토리와 호감이 형성되고, 이게 오프라인의 경기 관람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극장가에 부는 ‘농구 영화’ 바람도 KBL에는 호재다. 부산 중앙고 농구부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리바운드’(감독 장항준)가 박스오피스 순위 3위를 달리고 있고, 일본 애니매이션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45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 순항하고 있다.




정영재 문화스포츠 에디터 jerr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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