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부전과 살아가기] 당뇨병과 심혈관계 합병증은?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이식센터장] 폐경한지 몇 년 지난 김모씨(57)는 당뇨와 심혈관계 질환 가족력이 있다. 7년전부터 당뇨약을 복용하고 있다. 평소 통통한 체격으로, 배 쪽에 내장지방이 많은 편이었다. 폐경이후 운동을 해도 살이 별로 빠지지 않고 오히려 조금만 더 먹어도 살이 찐다는 느낌을 받았다. 운동과 식이조절에 실패한 김모님은 결국 뱃살이 더 늘고 허리통증도 심해져 통증 주사까지 맞기 이른다.
바로 심부전 관련 약물을 처방했다. 이후 진행한 관상 동맥 조영술 결과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가지가 세 개인 관상동맥이 모두 전반적으로 좁아져 있고, 가늘게 변해 있었다. 주변의 심한 석회화까지 발견됐다. 특별히 어느 한 부분에 스텐트를 삽입해 혈관을 넓혀주기 어려운 상황. 이 때문에 심부전 약물치료만 진행하며, 심부전 교육과 재활 치료를 병행했다.
물론 환자에게 당뇨 조절의 필요성을 다시금 인지시켰다. 그간 허리 통증 탓에 맞았던 주사가 주로 스테로이드 성분이었는지, 환자의 당 조절은 잘 안 되고 있었다. 소염 진통제도 많이 복용해서인지 신장 기능도 다소 떨어져 있었다. 소염진통제는 최대한 자제하고 허리는 재활을 하면서 주사보다는 필요시 수술을 받기로 했다. 다행히 심부전 약물은 효과가 좋아 환자의 증상은 크게 호전됐다. 문제는 당뇨다. 당뇨가 잘 조절되지 않아 혈관이 이미 전체적으로 좁아져 있었기 때문에 혈관이 더 막힐 경우 급성 심근 경색이 올 수 있는 만큼, 나쁜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LDL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스타틴 용량을 올려 사용했다.
김모님은 당뇨병과 심혈관계 합병증의 상관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케이스다. 당뇨는 심혈관계 위험의 가장 큰 적이다. 특히 당뇨 가족력이 있는 경우 더욱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당화 혈색소라는 것은 hba1c(헤모글로빈 A1C)라 불리는데, 이는 최근 3개월간 환자의 당이 얼마나 잘 조절됐는지를 나타낸다. 혈액 내 산소 운반 역할을 하는 적혈구 속 헤모글로빈(혈색소)과 혈중 포도당이 결합한 형태를 당화 혈색소라고 하며 혈당이 높은 상태가 지속되면 결합하며 생겨나게 된다.
적혈구 수명이 약 120일이므로, 당화 혈색소 수치를 통해 과거 2~3개월간 평균적인 혈당 조절 상태를 알 수 있는 것이다. 당뇨 환자가 보통 2~3개월마다 정기적으로 측정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덧붙이자면, 이 검사 결과는 식사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공복 혈당이나 밥 먹고 2시간 후 혈당 수치나 당화 혈색소는 영향을 받지 않고 과거 혈당 평균치를 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혈당 변동 폭은 알 수 없다. 혈당 조절이 안 돼 하루 중에도 저혈당과 고혈당을 넘나들어도 그 변화는 알 수 없는 것이다. 6.5% 이상이면 당뇨라 한다. 젊은 사람일수록 더욱 잘 조절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다.
미국 심장학회와 당뇨병학회에서는 당뇨병이라는 한가지 질환만 가지고도 심혈관계 질환의 초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래서 당뇨가 있는 사람은 심혈관계 질환을 좀 더 적극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당뇨병이 있는 성인은 없는 성인에 비해 심장병으로 사망할 확률이 2~4배 높고, 65세 이상 당뇨병 환자 중 최소 68%가 심장 질환으로 사망하며, 16%는 뇌졸중으로 사망한다. 아울러 관상동맥이 막혀 수술받는 비율은 비 당뇨에 비해 10배 정도 높다. 안타깝게도 당뇨는 그 자체로는 증상이 없으므로 당뇨병 환자들은 합병증이 생기기 전까지 초기 당뇨 관리에 소홀한 성향을 보인다.
당뇨는 고혈압과 이상 지질혈증, 비만 등 심혈관계 질환을 유발하는 다른 질병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당뇨가 동반된 환자의 경우 고지혈증약을 반드시 복용해야 하며 이미 심혈관계 질환이 있거나 고혈압, 고령 등 다른 위험인자가 같이 동반된 경우라면 LDL 수치를 50 이하로 낮출 것을 권고한다. 당뇨 조절도 중요하지만, 고지혈증을 조절하는 것이야말로 심혈관계 질환의 합병증을 낮추고 혈관질환 진행을 느리게 하는 핵심이다. 환자 대부분이 당뇨를 처음 진단받고 약을 지속해야 하는 것에 부담감을 느낀다.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면 당뇨가 생긴다며 먹는 것을 꺼리는 일도 있다. 그렇다고 올바른 생활 습관을 갖춰 조절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50 평생 이렇다 할 운동 없이 살아오고 식사 조절도 못하던 분이 당뇨 진단을 받았다고 갑자기 보디빌더 삶으로 바꾸지 않는다. 대부분 작심삼일로 끝난다. 차라리 당뇨약을 복용하며 적당하고 꾸준한 운동과 식이를 병행할 것을 권고한다. 이러다 몸 상태가 호전되면, 그때는 약을 조금 줄여볼 수 있다.
당뇨 환자들에게 식이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또 한 번 상식을 공유한다. 갑작스레 올라가는 당을 줄이기 위해서는 정제된 당을 줄이는 것이 포인트다. 급격한 당 상승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혈당이 오르내리는 결과를 초래해서 혈관에 악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천천히 당을 올리는 음식이 답이다. 쌀밥보다는 현미 같은 잡곡이 좋고, 밀가루보다 통밀이 좋다. 케찹, 마요네즈 등 소스는 가급적 피하라. 소스에는 액상 과당이 많이 들어있다. 조금만 먹어도 칼로리가 높고 당을 올리기에 십상이다. 액상 과당이 많이 들어간 음료수를 무심코 마시는 것도 당장 중단해야 한다.
평소 먹는 음식에 과당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를 먼저 살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다양한 색의 야채, 단백질이 풍부하되 염분은 없는 닭가슴살, 견과류, 고등어·연어 등 불포화 지방이 함유된 음식을 추천한다. 운동은 일주일에 3회 이상, 하루 30분 이상 유산소 운동과 일주일에 두 번 이상은 근력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무릎이 좋지 않으면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누워서 하는 다리 들어 올리기와 같은 근력 운동부터 하자. 아직도 흡연한다면, 이 모든 노력은 말짱 도루묵이다.
비만으로 인한 당뇨의 경우 수술적 요법으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자력으로 체중 조절이 어려운데, 인슐린까지 쓰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비만 대사 수술을 선택해볼 수 있다. 비만 대사 수술은 위를 부분 절제해 음식의 흡수를 줄이고 안 좋은 호르몬들이 분비되는 것들을 막아준다. 결과적으로 인슐린의 용량을 줄이거나 끊을 수 있게 하고, 당뇨약도 줄일 수 있다.
당뇨가 있으면, 통증을 잘 못 느끼게 된다. 이에 따라 혈관이 서서히 막혀도 가슴 통증을 전혀 못 느끼기도 하고, 앞서 언급한 김모님 케이스처럼 전반적으로 좁아진 상태에서 호흡곤란으로 오게 되는 경우도 있다. 멀쩡히 잘 있는 것 같다가도 자다가 급사하기도 한다. 최근 캄보디아에서 선교 활동을 하다가 수액을 맞고 돌아가셨다는 한 연예인 소식을 들었다. 사망 당일까지도 식사도 잘했다고 하는데, 사진 속 그는 이미 오래 당뇨를 앓았고 심혈관계 질환까지 동반해 보인다. 단순히 수액 맞고 사망했다는 데 동의할 수 없는 이유다. 오히려 낙후된 환경에서 심장 검진은 받지 못한 채 혈관이 막혀 급성 심근경색에 의한 심실세동으로 급사했을 것이 더 설득력을 갖는다.
당뇨는 모든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요소임을 다시금 강조한다. 가족력이 있다면 평소 당에 대해 잘 관리하고 심혈관계 질환 여부에 대해 검진하며, 진단받았을 경우 혈관이 좁아진 부분이 있다면 고지혈증약을 복용하는 것을 권고한다. 많은 환자가 놓치는 부분인데, 높은 당은 눈의 망막과 같은 미세혈관도 함께 침범하므로 매년 안과 검진을 해야만 한다. 고혈압과 같은 기저 질환을 조절하고 운동과 식이요법, 금연이 기본임을 명심해야 한다.
세월은 막을 수 없다. 당뇨 가족력도 어쩌겠는가. 그렇다고 너무 실망할 건 아니다. 약물, 장비 등 의과학 기술이 발전하고 있다. 당뇨나 심혈관계 질환으로 60세 이전에 돌아가셨다는 건 다 옛날얘기다. 희망은 여전히 내 곁에 있다는 걸 명심하고 꾸준히 노력한다면 누구보다 건강한 삶을 사실 수 있다.
이순용 (sy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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