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세탁기 세이프가드 분쟁’ WTO 상소 포기… 韓 승소

스위스 제네바에 위치한 세계무역기구(WTO) 본부. /연합뉴스

세계무역기구(WTO)가 28일(현지 시각) 오전 정례회의에서 한미 간 세탁기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분쟁에 대해 한국 측 손을 들어준 패널 보고서를 채택했다.

WTO의 분쟁 해결 절차는 ①협의 ②패널의 설치와 심의 ③패널 보고서 채택 ④분쟁국이 이의를 제기하면 상소기구 심의와 보고서 채택 ⑤상소기구 보고서 이행 ⑥분쟁국이 이행치 않으면 보상 등 순서로 진행된다.

주 제네바 한국대표부에 따르면 미국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한국의 승소는 이날 확정됐다.

미국 정부는 2018년 초 수입 세탁기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보고 있다는 자국 업계의 주장을 수용해 그해 2월부터 세탁기 세이프가드를 시행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의 제품을 겨냥한 조치였다.

미국은 세탁기의 연간 수입 물량을 제한하고, 이를 넘으면 고율 관세를 매기는 방식을 택했다. 용량 10㎏ 이상 대형 세탁기에 대해 연간 120만대까지 20%의 관세를 매기고, 이를 넘으면 50%가 넘는 관세를 부과했다. 세탁기 부품도 5만개를 넘기면 50%의 관세를 붙였다.

한국 정부는 같은 해 5월 미국 측 세탁기 수입 규제의 부당성을 따지기 위해 WTO에 제소했다. 그리고 지난해 2월 승소 판정을 받았다.

당시 WTO 패널은 핵심 쟁점 5개 모두에서 미국의 조치가 WTO 협정에 어긋난다는 판정을 내렸다. 5개 쟁점은 ▲수입 증가 및 산업 피해가 예견치 못한 전개 및 WTO 의무로 인한 것인지 ▲산업 피해를 유발할 수 있는 급격한 수입 증가가 있었는지 ▲국내 산업의 범위가 적절히 설정됐는지 ▲심각한 피해의 존재가 적절히 입증됐는지 ▲인과 관계의 존재가 적절히 입증됐는지 등이었다.

패널은 또한 미국이 설정한 국내 산업 범위와 심각한 피해의 존재 입증이 부적절하며, 수입산 세탁기의 가격 효과 분석과 수입 물량과 산업 피해 간의 상관관계 분석이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는 이후 미국 측과 분쟁을 마무리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해왔다.

국내 업체들이 미국의 규제에 대응해 현지 투자와 생산 물량을 늘리면서 분쟁 기간 피해는 다행히 크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정부는 한국 측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관세율을 낮추기도 했다. 용량 10㎏ 이상 대형 세탁기에 대해 연간 120만대까지 15%의 관세를 매기고, 이를 넘으면 35%의 관세를 부과했다. 세탁기 부품은 11만개 이상부터 35% 관세를 붙였다.

올해 2월에는 세이프가드를 종료했다. 한국이 최종 승소하기 전, 세이프가드가 사실상 해제된 셈이다.

업계는 다른 나라가 자국 산업 보호를 명분으로 세이프가드를 남용하는 관행에 우리 정부가 국제 분쟁 절차를 통해 제동을 걸고, 유리한 판례를 확보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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