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政談<상>] 尹 '아메리칸 파이' 열창..."쓴웃음이 나온다고?"
與, '음주운전 방지 장치' 시연 중 "소주병째 마셔야지" 갑질 논란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2년 만에 미국 국빈 방문을 시작함과 동시에 논란이 불거졌다. 윤 대통령이 순방 직전 외신과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과 일본에 대한 사과 요구와 관련한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대통령실은 해명에 나섰고, 국민의힘은 야당의 비판에 지난해 9월 윤 대통령 발언을 가짜뉴스로 규정한 대응과 같은 태도를 취했지만, 해당 언론사 기자가 녹취록과 원문을 공개하면서 상황이 급반전하면서 다시 한번 순방 리스크 지적이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꼼수 탈당' 논란을 불렀던 민형배 의원을 다시 복당시키면서 '꼼수 복당' 비판을 자초했다. 그뿐만 아니라 지난해 김건희 여사의 캄보디아 사진을 '빈곤 포르노'라고 비판했던 장경태 의원이 이번에는 윤 대통령이 화동에게 입맞춤한 것을 '성적 학대'라고 발언하면서 '욕구 불만이냐'는 비난을 받아야만 했다.
◆尹, 반복된 '순방 리스크'…핵 공유 '워싱턴 선언'도 韓美 온도 차
-윤 대통령 부부의 미국 국빈 방문이 이번 주 진행되고 있어. 우리나라 대통령의 미 국빈 방문은 12년 만으로 매우 중요한 외교 행사인데, 순방을 전후해 악재가 돌출되는 일이 이번에도 반복된 것 같아.
-역대 대통령들의 사례를 살펴보면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지지율에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윤석열 정부에선 첫 순방(지난해 6월 나토 정상회의 참석)부터 이번 순방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어.
-윤 대통령이 순방 직전 영국 로이터통신,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진행한 인터뷰에서부터 논란이 시작됐어. 먼저 로이터 인터뷰에선 기존 정부 입장과 다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살상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해 러시아 정부가 거세게 반발했고,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는 발언을 해 중국 정부가 거세게 반발했지.
-워싱턴포스트 인터뷰에선 "저는 100년 전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조건 무릎을 꿇으라'라고 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맞나, 일본 대통령이 할 법한 말이다"는 비판이 쏟아졌어. 아직도 피해자가 생존해 있는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는 눈을 감고 '미래'만을 강조하는 윤 대통령의 '대일본 저자세 외교'란 비판이 나와 파문이 일었어.
-이에 국민의힘은 방어벽을 쳤는데, 이게 기사 원문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무리하게 '헛발질 해명'을 하면서 또 다른 논란을 야기했어.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논평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윤 대통령은 주어를 생략한 채 해당 문장을 사용했다"며 "일본이 받아들일 수 없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했어. 김병민 최고위원, 김정재 의원도 같은 논리로 방어벽을 쳤지.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의 미국 순방 때 터졌던 '바이든/날리면' 논란에 이어 다시 한번 윤석열 정권이 전 국민을 테스트한다는 비판도 나왔어. 지난번이 전 국민 '청력 테스트'였다면, 이번엔 '영어 해석력 테스트'를 하냐는 이야기였지. 이 테스트에 응하자면, 해당 기사 원문에는 라고 주어 'I(저는)'가 분명히 적시돼 있어. 'I can’t accept'가 "나는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이라는 걸 웬만한 국민들은 다 알 수 있을 거야.
-심지어 인터뷰를 직접 진행한 워싱턴포스트 기자도 등판했어. 이 기자는 본인 트위터에 번역 오류 지적과 관련해 녹음본과 교차 확인을 했다면서 논란이 된 부분의 인터뷰 내용과 한국어 번역본을 올렸어. 해당 글에는 "100년 전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이거는 '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말이 담겼어. 문제가 된 발언의 주어가 윤 대통령임을 분명히 한 거야.
-이 발언이 논란이 되자 대통령실도 몇 시간 뒤 해명에 나섰는데 "지금 유럽에서는 참혹한 전쟁을 겪고도 미래를 위해 전쟁 당사국들이 협력하고 있습니다. 100년 전의 일을 가지고 '무조건 안 된다', '무조건 무릎 꿇어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이는 결단이 필요한 것입니다...설득에 있어서는 저는 충분히 했다고 봅니다"라고 주어를 빠뜨렸어. 국민의힘 측에선 워싱턴포스트 기사 원문을 보지 않고, 대통령실의 주어가 빠진 해명만 보고 "주어가 없다"는 해명을 했던 것 같아. 유 수석대변인은 인터뷰를 한 기자의 해명이 나온 직후 우리 국민의힘 출입기자와의 통화에서 "원문을 확인하지 못한 상태에서 내가 논평을 발표했다. 거기(원문)는 보면 어떻게 돼 있나? 대통령실 발표 내용과 같지 않나?"라고 되묻더라고. 그러면서 "대통령실에서 (내놓은 자료에는) 주어가 없었는데? 일단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어. 이후 그는 "사실관계 파악에 미흡했다"며 "조금 더 신중한 태도로 논평에 임하겠다"고 고개를 숙였어.
-이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대통령실에서 대통령의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의 '주어'를 빼고 설명해서 국민이 혼동할 여지를 줬고, 여기에 국민의힘이 낚인 셈이지. 이에 민주당 측에선 "정부 공식문서에 허위기재하는 것은 중대범죄"라며 진상조사와 법적 조치까지 거론했어.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별다른 해명을 내놓지는 않았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이 합작해 '주어 논란'으로 비판 프레임을 바꾸려 한 시도는 결국 '헛발질'로 마무리됐지만, 해당 발언 자체도 문제의 소지가 있어. 우선 일본과의 과거사 문제는 1945년 광복절까지 악행이 지속된 80년도 채 안 된 역사라는 점에서 '100년'이라는 표현 자체가 오류이고, 아직 피해자들이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일본이 과거에 대해서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은 역사의식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26일 보도된 윤 대통령의 미 NBC 방송 인터뷰 발언도 논란이 됐어. 해당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미국의 우리 대통령실 도청 의혹에 대해 "신뢰가 있으면 흔들리지 않는다"며 한미 간에는 굳건한 신뢰가 있고, 미국의 도청 및 문건 유출 정황에도 흔들리지 양국 관계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어. 신뢰가 있다면 도청을 하지 않는 게 상식적인데, 윤 대통령은 도청 의혹은 문제 제기도 하지 않고 덮기로 한 것 같아.
-윤 대통령은 다음 날 진행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최근에 미국이 한국을 도청했다는 것에 대해서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는 바이든 측의 약속이라든가 하는 언질이 있었나'라는 미국 측 기자 질문에 "지금 한미 간에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소통'하고 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해 나가고 있다"며 "지금 미국에서도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국가 간의 관계에서 이런 다양하고 복잡한 변수가 있는 문제에 대해서 시간을 두고 미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충분히 소통할 생각"이라고 답했어. 미국 언론은 미 정보기관이 불법 도청을 한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고, 미 정부는 이를 토대로 작성된 비밀 문건이 어떻게 유출이 됐는지를 수사하고 있어. 그런데도 도청에 대한 문제 제기는 하지 않고 '소통'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셈이지.
-가장 기대를 모았던 한미 정상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는 무엇이 있었지?
-윤 대통령은 첫 번째 핵심 성과를 '확장억제'라고 꼽았어. 북한의 핵 위협에 미국이 핵무기를 포함해 모든 전력을 사용해 신속하고 압도적으로 대응한다는 내용을 담은 문건(워싱턴 선언)을 처음으로 만들고, 연관해 핵협의그룹(NCG)를 창설하기로 했어. 이를 두고 대통령실도 "사실상의 핵공유"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어. 하지만 곧바로 미 백악관 고위당국자는 "우리는 워싱턴 선언을 핵공유라고 보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부인했어.
-한미동맹의 확장, 미래 세대 교류 확대 등에 대해서도 양 정상은 의견을 모았어. 다만 우리나라 기업에 손해를 끼치는 미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법에 대해선 뚜렷한 개선책이 나오지 않았지.
-이에 야당 쪽에선 "미국의 국익은 분명한데 우리 국익은 흐릿하다", "너무나도 참담하다. 미국의 우리 대통령실 도청에 대한 미 대통령의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이 없었고, 윤 대통령은 '도감청이 철통같은 한미 신뢰를 흔들 수 없다'며 비굴한 답만 내놨다" 등 빈손 외교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어. 반면 여당은 "한미동맹의 기반을 보다 튼튼하게 하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도록 결속을 다진 회담", "날로 폭주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고 확고하게 대처하겠다는 양국의 의지를 담은 워싱턴 선언의 의미는 남다르다"고 호평했어.
-아직 윤 대통령의 미 순방이 끝나지 않았는데, 시간이 있으니 국익에 도움이 되는 좋은 소식이 더 많이 들려오길 바랄 뿐이야.
-윤 대통령은 26일 저녁(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애창곡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해 화제를 모았어. 윤 대통령은 내빈들이 노래를 요청하자 "한미동맹의 든든한 후원자이고 주주이신 여러분께서 원하시는 한 소절만, 그런데 기억이 잘 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한 뒤 55초가량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했지. 미국에서 극진한 대접을 받으며 한미동맹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읽히는데, 정작 순방 전 국내를 떠들썩하게 한 뒤라는 점에서 쓴웃음이 나오는 국민이 많다는 점도 알았으면 하는 생각이야.
◆與 음주운전 방지 시연에 등장한 '병나발'... 왜?
-국민의힘 지도부가 참관한 '음주운전 방지 장치' 시연에서 소주병이 등장했다고?
-여당 지도부는 지난 26일 서울 마포경찰서를 찾아 음주운전 방지 장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살펴봤어. 최근 음주운전 차량에 숨진 '배승아 양 사건'으로 공분이 일자 이에 발맞춘 행보였지. 방지 장치 업체 측은 사용법에 대해 설명했어. 장치에 숨을 불어넣으면 기계가 이를 분석하는 방식인데, 술을 마시지 않았다면 'PASS(통과)' 문구와 함께 시동이 걸리고 음주를 했다면 'FAIL(실패)' 문구가 뜨면서 시동이 걸리지 않았어.
-이를 듣고 있던 이철규 사무총장은 "(술 마시면 시동이) 안 걸려요?"라며 "(음주 후에) 한 번 해보셔야지"라고 말했어. 업체 관계자는 "술을 준비 못 했다. 알코올이나 이런 걸 준비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머쓱해했지. 관계자는 계속 설명을 이어가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시연하시는 동안 술을 잠깐 좀"이라고 하자, 업체 관계자는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답했어.
-기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려는 의도라고 보면 될까?
-그렇지. 하지만 문제는 그다음이었어. 업체 관계자는 소주를 종이컵에 따라 입에 머금고 뱉은 뒤 장치에 숨을 불어넣으려고 했어. 그러자 이 사무총장은 "한 번 더 해보시지. 소주 줘봐"라며 "소주를 입에 넣다가 한참 있다가 뱉어야 냄새가 배지. 소주 줘봐요"라고 말했어. 업체 관계자는 소주병을 받아 다시 종이컵에 따르려고 했는데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소주병을) 입에다 바로 대시라고"라고 지적했어. 주변에서도 "아니, 아니" "아이참 답답하네"라고 했지.
-업체 관계자는 결국 '병나발'을 불고 가글을 했어. 이 사무총장은 "천천히, 천천히. 조금 있다 해야지"라고 했고, 이를 지켜보던 김기현 대표는 "하하"라며 웃기도 했지. 여당 지도부들 입장에서야 정확한 실험을 위해 조언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들의 말투나 행동을 보면 썩 유쾌하지는 않더라고. 관련 영상을 본 누리꾼들도 "아무한테나 반말하는 거 보면 평소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다" "일상이 갑질이니 저런 태도가 나오는 것"이라며 혀를 찼어. 매번 국민 눈높이를 강조하면서도 실제 행동을 보면 그렇지 않다는 지적인데, 이번 일을 계기로 좀 더 신중했으면 좋겠네.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허주열 기자,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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