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경제력·매력·성깔 몇 스푼?"…뮤지컬 '신이 나를 만들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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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베일에 싸인 이곳은 디지털 천상계 '클라우드'.
지난 18일 초연의 막을 올린 '신이 나를 만들 때'다.
디지털 천상계로 꾸며진 무대에서 신이라는 비과학적 존재는 과학적인 디지털 시스템 속에 인간의 재료를 배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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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미모 한 스푼, 체력 두 스푼, 경제력 열 스푼…수명은 70년 그리고 신의 숨결, 후~"
구름 베일에 싸인 이곳은 디지털 천상계 '클라우드'. 신이 재료를 섞어 인간을 창조하는 작업에 한창이다. 마지막에 실수로 정력을 확 엎지르고, 매력을 톡톡 더 넣기도 한다. 그때 저 너머에서 들리는 소리. "나도 그렇게 대충 만들었나?"
복권에 당첨된 인생 최고의 날에 삶을 마감한 불운의 아이콘. 서른 살에 요절한 한 남자가 신 앞에 갑자기 나타난다. 여길 어떻게 왔냐는 신의 물음에 그는 인생이 불공평하다며 다짜고짜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고 환불을 요구한다. 30년 전 기록이 소환되고, 신의 실수로 수명을 짧게 한 사실이 드러난다. 신은 그의 수명을 대신 가진 이가 죽게 되면 인생을 환불해 주겠다고 하고, 약속했던 50년의 세월이 흐른다.
신이 인간을 만드는 과정을 유머 있게 그려내 온라인에서 열풍을 일으켰던 인기 밈이 뮤지컬로 탄생했다.
지난 18일 초연의 막을 올린 '신이 나를 만들 때'다. 고생만 하다가 요절한 '악상'이 천상계 클라우드에 우연히 들어가 신의 실수를 발견하고 당당히 인생 환불을 요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표상아 연출은 28일 서울 종로구 예그린씨어터에서 열린 프레스콜에서 "이 작품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현대판"이라며 "대본은 전형적인 '악상'의 모험이다. 이를테면 풍자 동화에 가깝다. 각 요소가 현시대를 반영하고 재치 있게 꼬아놓은 형태"라고 말했다.
디지털 천상계로 꾸며진 무대에서 신이라는 비과학적 존재는 과학적인 디지털 시스템 속에 인간의 재료를 배합한다.
표 연출은 "신이 인간을 만드는 건 아날로그이지만, 이 공간을 설명하는 건 디지털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오가는 무대로 만드는 데 중점을 뒀다"며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이런 전통적인 모습과 컴퓨터 세계가 결합돼 있었고, 두 가지 요소를 조화롭게 구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통해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인간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살아가야 하는가는 평생 찾아가야 하는 질문"이라며 "극 중 질문을 계속하는 '영'이라는 역에서 그 답을 찾았다. 끊임없이 호기심을 갖고 질문을 잃지 않는 힘을 관객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건반, 기타, 베이스, 드럼의 4인조 밴드를 중심으로 음악을 구성했다. 김희은 음악감독은 "팝 스타일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가 나온다"며 "코미디를 음악으로 어떻게 구현할지 고민이 많았다. 밴드를 기반으로 록, 보사노바, 스윙 등을 드라마에 맞게 다양한 소리로 재미있게 들려주고자 했다"고 밝혔다.
불평을 쏟아내는 인간들에 지쳐 창조에 열의를 잃어버린 '신' 역은 황한나와 정다희, 환불을 요구하며 인생 2회차를 향한 집념을 보이는 '악상' 역은 임진섭과 장윤석, 류찬열이 맡는다. 겁 없이 오지를 누비며 세상의 아름다움을 기록하는 사진가 '영' 역은 박새힘과 전혜주, 씁쓸한 비밀을 간직한 행운의 아이콘 '호상' 역은 심수영과 정찬호가 번갈아 연기한다.
황한나는 "처음엔 신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부담도 됐다. 하지만 극 중 창조의 신은 전능자의 모습은 아니다. 오히려 공무원 같은 모습이다. 다른 캐릭터를 만났을 때의 케미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장윤석은 "현생엔 없지만 극에선 인생 환불이 있다. 지친 일과 후에 공연을 보고 크게 웃으며 힘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공연은 오는 6월11일까지.
☞공감언론 뉴시스 aka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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