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법정서 유동규 첫 직접 신문… 李 “많이 힘들죠?” 柳 “아니오”

이희진 2023. 4. 28.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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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시장실서 그림 그려가며 논의” 언급에
이재명 “저한테 설명했다는 얘기냐” 따져 물어
이재명, 유씨 몰아세우며 차분한 태도 유지
신문 절차를 신빙성 흔드는 입장 표명 기회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한때 자신의 측근 그룹이었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과 첫 직접 신문을 하며 법정 공방을 벌였다. 두 사람이 말을 섞은 것은 2021년 9월 ‘대장동 사건’이 시작된 뒤 처음이다. 유씨는 지난해 9월 검찰 재수사 이후 입장을 바꿔 이 대표에게 불리한 진술과 증언을 이어왔다.

이 대표와 유씨는 28일 오후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강규태) 심리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5회 공판에서 맞붙었다. 지난달 31일 처음 대면했지만 문답은 처음이다. 형사소송법상 피고인도 증인에게 캐물을 수 있다.

피고인 신분인 이 대표가 이 기회를 활용해 증인 유씨를 상대로 공격에 나선 것이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허위 발언을 한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8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1심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증인으로 나온 유씨에게 자신의 변호인이 반대신문을 하던 중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되겠느냐”며 끼어들었다.

유씨가 성남시장이었던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한 기억이 정확하지 않다고 변호인이 지적하자, 유씨가 “1공단 공원화 관련으로 시장실에서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어떻게 할지 논의한 것이 기억나지 않느냐”라고 이 대표를 언급한 순간이었다.

이 대표가 “그림을 그려가며 저한테 설명했다는 얘기냐. 1000억원 만들 수 있으면 1공단을 만들 수 있다고 남욱한테 이야기했다는 것이냐”라고 따져 묻자 유씨는 “네”라고 했다.

이 상황은 이른바 ‘정영학 녹취록’에도 등장한다. 2013년 4월17일 녹취록에서 남욱씨는 토지수용 문제 등과 관련해 유씨가 “포장해갖고 (이재명) 시장님한테 던져만 주면 된다. 시장님도 나한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이거는 진짜 너하고 나하고만 알아야 한다. 1000억만 있으면 되잖아. 그러면 해결돼”라고 말했다고 정영학 회계사에게 전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는 대장동 사업 틀을 짠 설계자로 남씨는 법률적 문제를, 정씨는 회계·금융 문제를 담당했고 이후 언론인 출신 김만배씨를 영입해 사업 추진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이 대표는 “내가 2013년 2월 신년간담회에서 대장동 개발을 하면 3700억원이 남아 2000억원이면 공원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는데, 몇 달 뒤 공원 조성에 1000억원밖에 안 든다고 이야기하는 게 말이 맞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남욱 변호사(왼쪽),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연합뉴스
그러자 유씨는 “그때 시장실에서 둘이 앉아서 제가 시장님 말씀을 들었다. 시장님께서도 같이 그림을 그려가며 말씀하시고 대화했다는 말씀”이라고 주장했다.

유씨는 그동안 재판에서 이 대표를 ‘이재명’이나 ‘이재명씨’로 언급했는데, 직접 대화를 하면서는 시장님이라고 표현했다.

이 대표가 “내가 그림을 그린 게 없어 보이는데 내가 그린 게 어떤 것이었냐”고 묻자 유씨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이 대표가 “그림을 그린 것은 증인이 맞는 것 같다”고 하자 유씨는 “저도 시장님도 (함께) 그렸다”고 재반박했다.

이 대표는 고(故) 김문기 전 공사 개발1처장을 성남시장 재직 때 알지 못했다는취지의 주장도 유씨와의 신문에서 이어갔다. 이 대표는 김 전 처장이 공사 입사 직후 위례신도시 개발사업으로 여러 차례 함께 직보했다고 유씨가 주장한 점에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다며 의문을 표하자, 유씨는 “위례인지는 명확하지 않으나 처음 가서 시장한테 보고한 것은 맞다”고 약간 물러섰다.

위례 사업 추진 때의 구체적 상황을 물었지만 유씨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되풀이하자 이 대표는 “명확지 않은 것은 아니라고 얘기해야지. 답답해서 물어본다. 팩트가 잘못됐다”고 비난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연합뉴스
증거조사 과정에서 밝혀진 사실들에 관해 묻는 신문 절차를 증인 발언이 틀렸다면서 신빙성을 흔드는 입장 표명 기회로 활용하는 듯한 풍경이 연출됐다.

유씨를 몰아세우면서 이 대표는 차분한 태도를 유지했다.

변호사로 오래 활동한 법조인답게 톤을 조절하면서 유씨를 향해 “웬만하면 얘기 안 하려고 했는데, 많이 힘들죠”라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유씨가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궁박한 처지에 몰려 회유돼 입장을 바꿨다는 그간 이 대표 측 주장과 맥이 닿는 대목이다.

하지만 유씨는 즉시 “아니오”라고 응수했다.

이 대표는 2015년 1월 호주·뉴질랜드 출장에서 김만배팀이 대장동 사업에 들어온다고 보고했다는 유씨 주장도 “증인이 불법행위를 하면 제가 그것을 용인했을 것 같나”라고 반박했다. 이에 유씨는 “정진상과 김용이 하는 걸 모르셨나. 시장님 최측근 정진상은 다 알고 있었다. 같이 술도 먹고 성매매도 하고 그런 거 다 알고 있지 않았나”라고 했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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