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분장실’ 주연 이일화 “‘분장실’ 들어가면 연기파, 그곳 나오면…”[이사람]
강석봉 기자 2023. 4. 28. 22:56
스무 살에 혜성처럼…10년마다 깜짝 변신
‘응답하라’ ‘내 딸 서영이’ 통해 연기파로
연극 ‘분장실’, 배우의 반석될 듯
배우 이일화는 언제나 ‘분장실’을 나선다. 자연인 이일화는 그간 ‘분장실’을 나서며, 배우로 ‘변검’처럼 새로운 캐릭터로 갈아입고 갈아입었다. 그는 10년 단위로 ‘터닝포인트’를 그리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992년 스무 살의 이 배우는 SBS 공채로 혜성처럼 연예계에 데뷔했다. 연기자로 이름을 알리기도 전에 당시 인기 예능인 ‘출발 비디오 여행’의 MC 자리를 꿰차며 이름을 알렸다. 그에게 초년 성공은 ‘어릴 적 고생’의 미덕을 비켜나게 했다. 이 일은 연기자의 길에 스텝을 꼬이게 했다.
2002년 서른 살의 이 배우는 인생사의 꼬인 실타래를 풀고 연예계에 복귀했다. 이일화에게 있어 ‘서른 잔치’의 서막은 ‘야인시대’의 영숙을 통해 가시권에 들어왔다. 닥치는 대로 연기하며 그간의 연기 공백을 단단히 메웠다.
그는 “그간 악플 테러도 당해봤지만, 어떨 때는 선플도 칭찬도 받았다. 인생처럼, 연기도 누군가에게나 롤러코스터일 수 있다”며 “연기를 하면서 지칠 때면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지치고 아픈 누군가에게, 나처럼 여리고 고뇌하는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고. 사실 생을 마감하기까지 저마다 너무 힘들고 지치는 일들이 많잖은가? 그런 분들께 작은 위안이 되고 싶고,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2011년 자연인 이일화는 새로운 가정도 꾸렸다. 그 덕인지 연기에도 탄력이 붙었다.
2012년 불혹을 맞은 그는 그 해 ‘내 딸 서영이’의 쿨한 아줌마 심덕, ‘응답하라 시리즈’의 다양한 어머니 역을 시작했다. 2015년엔 ‘별에서 온 그대’의 선영이 그에게 찾아왔다. 이제 이일화는 명실상부 배우 타이틀을 거머줬다.
스타가 되고 싶었을 젊은 그는, 배우의 자리에 비집고 서서 스타의 허상도 기억 저편에 던져 버렸다. 그가 정말 ‘분장실’에 서서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내달 28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분장실’에서 그는 목이 터져라, 무대를 지켜냈다.
그 덕인지 연극 ‘분장실’은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에서 연장을 선언하며 상연 일수를 늘려왔다. 송옥숙, 황석정 등 연기파 배우들이 즐비한 공연이라, 그곳에서 버텨내기는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연기자들의 ‘차력쇼’라 표현한 이들도 있다.
이번 공연에 나서며 건강 걱정도 없지 않았다. 이일화는 “얼마 전 몸이 아팠고, 아픈 상태에서 드라마를 하면서 오해도 많이 받았다”며 “제가 아프다는 걸 아는 사람들도 ‘얼굴에 지방 넣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당시는 그는 8개월 동안 디스크 약을 먹었더니 얼굴도 변하더란다. 변한 얼굴은 마음까지 다치게 했다. 여자에게나 배우에게 ‘얼굴’은 끝까지 지켜야 할 자존심이지 않던가.
그 일이 있었던 터라 이번 공연에 나서며 걱정과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 공연에 나서니, 몸은 오히려 날아갈 것 같았다. 이일화는 “연기는 여배우로서 세월에 순응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어 “이제 미모보다는 진실함이 돋보이는 배우가 돼야 할 것 같다.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에 순응할 수 있는 배우가 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입을 닫기도 전에 “사실 여배우가 그게 쉽지 않다”는 말을 하며 웃어 보인다. 이일화는 여전히 ‘내려놓는 훈련을 하는 중’이다.
그는 ‘분장실’의 대본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대본을 보는데 또 연기 열정이 용솟음치더라. 저는 무대에서 다 끝내놓고 내려와서 죽고 싶은 사람이 되어 있더라. 어렸을 때는 솔직히 연기하고, 광고해서 돈 많이 벌어야지 하고 시작했던 일이지만 어느 순간 이렇게 변해있었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연기로) 이로움을 주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대학로 ‘분장실’을 나서면 배우의 분장을 지운 이일화에게는 무엇이 남을까. 불 꺼진 무대를 나선 그에게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사랑스러운 딸이 오롯하다. 이일화는 “그것이 제 삶의 전부이자 오랜 기간 제가 배우로서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연기해온 원동력이다. 앞으로도 그럴 테고…”라며 웃어 보인다. 작품에 대한,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천상 여배우지만 딸 이야기만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평범한 ‘엄마’다.
이일화는 “딸 아이가 어릴 적에 제가 일하느라 바빠 할머니 손에 컸다.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무엇인가를 채워주려고 매번 전전긍긍이다. 아이에게나 사람들에게 좋은 배우로, 좋은 여자로, 좋은 엄마이자 사람으로 살고 싶다”며 “아이가 무엇을 하든 항상 응원하고 지지하고 존중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 일을, 내 삶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분장실’은 배우 이일화로 완성되어 가는 플랫폼이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응답하라’ ‘내 딸 서영이’ 통해 연기파로
연극 ‘분장실’, 배우의 반석될 듯
배우 이일화는 언제나 ‘분장실’을 나선다. 자연인 이일화는 그간 ‘분장실’을 나서며, 배우로 ‘변검’처럼 새로운 캐릭터로 갈아입고 갈아입었다. 그는 10년 단위로 ‘터닝포인트’를 그리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스무 살에 스타로 연예계 데뷔
1992년 스무 살의 이 배우는 SBS 공채로 혜성처럼 연예계에 데뷔했다. 연기자로 이름을 알리기도 전에 당시 인기 예능인 ‘출발 비디오 여행’의 MC 자리를 꿰차며 이름을 알렸다. 그에게 초년 성공은 ‘어릴 적 고생’의 미덕을 비켜나게 했다. 이 일은 연기자의 길에 스텝을 꼬이게 했다.
2002년 서른 살의 이 배우는 인생사의 꼬인 실타래를 풀고 연예계에 복귀했다. 이일화에게 있어 ‘서른 잔치’의 서막은 ‘야인시대’의 영숙을 통해 가시권에 들어왔다. 닥치는 대로 연기하며 그간의 연기 공백을 단단히 메웠다.
그는 “그간 악플 테러도 당해봤지만, 어떨 때는 선플도 칭찬도 받았다. 인생처럼, 연기도 누군가에게나 롤러코스터일 수 있다”며 “연기를 하면서 지칠 때면 스스로에게 말을 건다. 지치고 아픈 누군가에게, 나처럼 여리고 고뇌하는 누군가에게 위안이 될 수 있다고. 사실 생을 마감하기까지 저마다 너무 힘들고 지치는 일들이 많잖은가? 그런 분들께 작은 위안이 되고 싶고,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불혹에 마주한 배우의 품격
2011년 자연인 이일화는 새로운 가정도 꾸렸다. 그 덕인지 연기에도 탄력이 붙었다.
2012년 불혹을 맞은 그는 그 해 ‘내 딸 서영이’의 쿨한 아줌마 심덕, ‘응답하라 시리즈’의 다양한 어머니 역을 시작했다. 2015년엔 ‘별에서 온 그대’의 선영이 그에게 찾아왔다. 이제 이일화는 명실상부 배우 타이틀을 거머줬다.
스타가 되고 싶었을 젊은 그는, 배우의 자리에 비집고 서서 스타의 허상도 기억 저편에 던져 버렸다. 그가 정말 ‘분장실’에 서서 배우의 반열에 올랐다. 내달 28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분장실’에서 그는 목이 터져라, 무대를 지켜냈다.
그 덕인지 연극 ‘분장실’은 대학로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2관에서 연장을 선언하며 상연 일수를 늘려왔다. 송옥숙, 황석정 등 연기파 배우들이 즐비한 공연이라, 그곳에서 버텨내기는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이를 연기자들의 ‘차력쇼’라 표현한 이들도 있다.
이번 공연에 나서며 건강 걱정도 없지 않았다. 이일화는 “얼마 전 몸이 아팠고, 아픈 상태에서 드라마를 하면서 오해도 많이 받았다”며 “제가 아프다는 걸 아는 사람들도 ‘얼굴에 지방 넣었냐’고 물어볼 정도였다”고 말했다. 당시는 그는 8개월 동안 디스크 약을 먹었더니 얼굴도 변하더란다. 변한 얼굴은 마음까지 다치게 했다. 여자에게나 배우에게 ‘얼굴’은 끝까지 지켜야 할 자존심이지 않던가.
그 일이 있었던 터라 이번 공연에 나서며 걱정과 불안이 발목을 잡았다. 다행히 공연에 나서니, 몸은 오히려 날아갈 것 같았다. 이일화는 “연기는 여배우로서 세월에 순응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이어 “이제 미모보다는 진실함이 돋보이는 배우가 돼야 할 것 같다. 세월이 가고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에 순응할 수 있는 배우가 돼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입을 닫기도 전에 “사실 여배우가 그게 쉽지 않다”는 말을 하며 웃어 보인다. 이일화는 여전히 ‘내려놓는 훈련을 하는 중’이다.
그는 ‘분장실’의 대본을 받았을 때를 떠올리며 “대본을 보는데 또 연기 열정이 용솟음치더라. 저는 무대에서 다 끝내놓고 내려와서 죽고 싶은 사람이 되어 있더라. 어렸을 때는 솔직히 연기하고, 광고해서 돈 많이 벌어야지 하고 시작했던 일이지만 어느 순간 이렇게 변해있었다. 지금은 이 세상에 (연기로) 이로움을 주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배우 이일화가 말하는 여자 이일화
대학로 ‘분장실’을 나서면 배우의 분장을 지운 이일화에게는 무엇이 남을까. 불 꺼진 무대를 나선 그에게는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사랑스러운 딸이 오롯하다. 이일화는 “그것이 제 삶의 전부이자 오랜 기간 제가 배우로서 지치지 않고 행복하게 연기해온 원동력이다. 앞으로도 그럴 테고…”라며 웃어 보인다. 작품에 대한,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는 천상 여배우지만 딸 이야기만 나오면 눈시울이 붉어지고, 입가에 미소가 가득한 평범한 ‘엄마’다.
이일화는 “딸 아이가 어릴 적에 제가 일하느라 바빠 할머니 손에 컸다. 그게 너무 마음이 아파서 무엇인가를 채워주려고 매번 전전긍긍이다. 아이에게나 사람들에게 좋은 배우로, 좋은 여자로, 좋은 엄마이자 사람으로 살고 싶다”며 “아이가 무엇을 하든 항상 응원하고 지지하고 존중한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내 일을, 내 삶을 사랑하며 살고 싶다”고 말했다.
‘분장실’은 배우 이일화로 완성되어 가는 플랫폼이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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