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만난세상] 언론과 스포츠의 소통 방법

정필재 2023. 4. 28. 2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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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쓴 기사는 출고 직후 온 세상에 공개된다.

기사에는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때론 기자의 사진까지 담긴다.

기사가 출고되면 같은 다른 기사와 곧바로 비교 선상에 오른다.

취재가 부족하거나 팩트가 틀렸다면 기사에 대한 책임은 응당 기자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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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들이 쓴 기사는 출고 직후 온 세상에 공개된다. 기사에는 이름과 이메일 주소가, 때론 기자의 사진까지 담긴다. 독자들은 이메일 주소를 보고 기자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기사 내용을 놓고 건설적인 대화가 이뤄질 때도 있지만 원색적인 비난을 담은 메일이 대부분이다. 모의고사가 쉬웠다는 학원가 분석을 썼을 땐 ‘나 고3인데 꼽냐’라는 제목의 편지도 들어왔다. “엄마한테 어려웠다고 말했는데 네가 쉽다고 써서 가족들이 슬퍼한다”는 내용이었다. A장관 가족의 범죄 의혹을 보도했을 땐 메일함이 터지도록 피드백을 받았다. 주가조작에 가담했다거나 부적절한 대가를 받았냐는 모욕적인 내용도 있었다.

이뿐이 아니다. 기사가 출고되면 같은 다른 기사와 곧바로 비교 선상에 오른다. 사안에 대한 이해도나 지식의 깊이가 고스란히 글에 드러나 매 순간 경쟁하고 비교당하는 게 일상이다. 취재가 부족하거나 팩트가 틀렸다면 기사에 대한 책임은 응당 기자 몫이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확실한 건 기사에 대한 피드백을 하거나 기사끼리 비교를 하려면, 또 팩트가 틀렸는지를 따지려면 ‘기사를 읽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읽히게 기사를 쓰고 싶어서 머리를 쥐어짜고, 수많은 사람이 달라붙어 지면을 멋지게 편집해도, 읽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신문은 그저 폐지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스포츠도 언론과 비슷해 보인다. 선수들은 매 경기가 끝나면 곧바로 성적표를 받게 된다. 이 결과물은 곧바로 경쟁 구단이나 선수와 비교 대상이 돼 순위까지 매겨진다. 결과에 따라 숱한 항의와 욕설이 따라오는 것도 기자들과 마찬가지다. 하지만 체육인은 엄청난 사랑을 받는다. 경기가 열리기 전부터 선수들을 보기 위해 인파가 몰리고, 선수단을 향한 환호도 쏟아진다. 팬들은 퇴근하는 선수를 향해 응원구호를 외치며 사인과 사진을 요청하고 선물도 보낸다. 때론 선수 이름을 걸고 봉사활동하는 등 선행을 펼치기도 한다. 이런 팬이 있기 때문에 스포츠에 투자가 이뤄지고, 인기종목 스타들은 일반인들이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연봉을 받을 수 있다.

이런데도 스포츠는 팬들의 고마움을 모르는 것 같다. 경기장에서 야유가 쏟아지면 그 소리를 묻고, 퇴근길 선수들에게 항의하는 팬들을 달래기는커녕 무시하거나 때론 ‘과하다’며 비판하기도 한다. 옛날처럼 버스에 불을 지르거나 돌을 던지지도 않는데 말이다.

팬들은 항의도, 비판도 할 수 있다. 선수나 그 가족 또는 구단을 향한 어떤 종류의 폭력이나 스토킹 등 범죄로 이어지지만 않는다면 어떤 방식을 동원해도 문제가 없다. 확실한 건 경기장에서 야유를 보내거나 선수들을 비판하려면 ‘스포츠에 관심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관중을 동원하려고 머리를 쥐어짜고, 수많은 사람들이 달라붙어 유인책을 내놔도, 봐주는 사람이 없다면 야구도, 축구도, 배구도, 농구는 그저 공놀이일 뿐이다. ‘팬갑질’을 입에 담기 전에 구단은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노력했는지, 선수들은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어떤 보답을 하고 있는지 돌아봤으면 한다.

정필재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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