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문화] 음악이 추모를 하는 방법
남은 자들의 상처도 어루만져
음악, 슬픔을 마주보게 만들어
진정한 마음의 위로 갖게 해줘
신카이 마코토의 신작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 한국에서 유례없는 흥행을 했다. 2023년 개봉한 영화들 중 가장 오랜 시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을 뿐 아니라, 사실상 역대 국내 개봉 애니메이션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작품이 되었다. 줄거리는 간단하다. 작품의 주인공인 스즈메가 일본 각지에서 발생하는 재난을 막기 위해 일본 곳곳을 누비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스즈메의 서사를 통해, 재난으로 상처를 입은 사람들을 위로한다.
언급한 레퀴엠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단지 죽은 자들만을 위한 진혼곡이 아니라는 점이다. 레퀴엠의 말뜻은 ‘죽은 사람들을 위한 노래’지만 단지 그들만을 위한 작품은 아니다. 작품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건 남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남은 자들의 슬픔을 어루만져주고, 다시 일어설 힘을 주는 게 바로 이 레퀴엠이다.
그리고 레퀴엠들의 또 다른 공통적인 특징은 슬픔을 억지로 외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음악은 당시의 사건을 떠올리게 하고, 슬픔을 상기시킨다. 대표적으로 모차르트의 레퀴엠에는 ‘눈물의 날‘(Lacrimosa)이라는 순서가 있다. 레퀴엠 중 가장 직접적으로 슬픔을 표현하는 파트다. 음악을 듣는 사람들은 ‘눈물의 날’에서 슬픔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된다. 그리고 마음의 위로를 얻는다. 결국 슬픔을 눈앞에서 마주해야 그 슬픔에서 비로소 해방되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명상-2011 쓰나미 희생자들에게’ 역시 지진의 발생과 이로 인한 비극을 음악으로 재현하면서 시작한다. 음산하고 공포스러운 음악이 우리의 마음을 덮치고, 평화를 찾기 위한 애처로운 기도로 마무리된다. 물론 밝고 기쁜 정서의 음악은 우리를 잠시나마 비극을 잊게 해줄 수 있다. 하지만 결코 우리를 치유해주진 못한다.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과 연결되는 지점이다. 결국 그 트라우마를 마주하는 데서 치유가 시작된다. 애니메이션에선 그 트라우마가 폐허로 묘사되고, 레퀴엠에서는 비극적인 음악으로 묘사된다. 우리 모두가 외면하고 있으며, 다시는 가고 싶지 않고, 또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곳들이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속 스즈메도, 또 레퀴엠 속 음악들도, 이 트라우마를 마주보며 우리를 다독인다. 다 괜찮아질 거라고. 그렇게 우리는 위로를 받는다.
허명현 음악 칼럼니스트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